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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재·보궐 선거가 야당의 참패로 끝난 후 이틀 동안 언론은 각자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보수언론은 이번 선거가 여당의 '경제'와 야당의 '심판'이라는 프레임 싸움이었다고 분석하면서 '세월호 정국'이 아닌 '경제 위주의 정국'이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진보언론은 프레임 싸움보다 야당의 총체적 무능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보수언론 "경제를 살리라는 것이 민심"

<조선일보>는 8월 1일자 1면 제목을 '세월호 딛고 부강한 나라 만들라는 국민의 뜻'으로 올렸다. 동시에 '세월호 딛고 부강한 나라로'라는 기획을 시작했다. 여당의 경제프레임이 승리했다는 것을 부각시키면서 여당에 불리한 세월호 이슈를 털어버리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동아일보> 역시 선거 다음 날(7월 31일) 사설 '7·30 국민의 명령, 세월호 정쟁 그치고 경제 살려라'에서 "이번 재·보선에서 나타난 민심의 명령은 세월호 정쟁을 그치고 경제를 살리라는 것임을 여야 모두 깊이 새겨야 한다"라고 썼다.

8월 1일자 조선일보 1면.
▲ 조선일보 8월 1일자 조선일보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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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7월 31일 자 '7·30 민심, 세월호를 넘어 민생을 선택했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박근혜 집권) 2기는 국가 개조와 경제 살리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썼다. 같은 날 기자가 쓰는 칼럼인 취재일기 '바보야 문제는 민생이야'에서 이정현 후보의 당선을 언급하며 "민심은 바로 민생에 있다"라고 짚었다.

8월 1일자 경제면 1면 '최경환 업어주고 싶은 새누리 재·보선 숨은 공신' 기사에서는 이번 선거가 '포켓 밸류 보팅(유권자들이 누가 자신의 호주머니를 채워줄지를 지켜본 뒤 투표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하면서 경제를 계속 강조했다.

진보언론 "지리멸렬한 야당에 가혹한 심판"

반면 진보성향의 종합일간지들은 7·30재보선 결과를 '무능한 야당'이라는 틀에서 분석했다.

8월 1일자 <한겨레>는 '7·30 참패 야당 어디로'라는 기획을 시작하며 선거결과가 여·야 간 프레임싸움의 실패라기보다 야당의 무능 때문이라 짚었다. <한겨레>는 "새누리당은 '박근혜 마케팅'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관성적으로 '민생'과 '경제'를 들고 나왔을 뿐이다, 세월호 심판은 새정치민주연합이 만든 프레임이 아니다"라고 이번 선거가 프레임 싸움이라는 분석을 비판했다. 이어 "야당이 무능하면 정치가 퇴행한다"라며 야당의 무능함 때문에 야당이 참패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8월 1일자 한겨레 1면
▲ 한겨레 8월 1일자 한겨레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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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도 8월 1일자 '민심은 왜 야당을 버렸나'라는 기획을 시작했다. 이 기획에서 야당의 무능과 무책임을 꼬집었고, 사설 '새정치 연합, 시늉만의 쇄신으로는 턱없다'에서 "(야당의 패배가) 온전히 새정치연합의 무능과 태만, 지리멸렬이 자조한 것이다"라고 썼다. 또한 같은 날 '야당, 폐허에서 다시 시작하라'라는 사설에서는 "지리멸렬한 야당"이라고 표현하며 "야당에 대한 유권자의 가혹한 심판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새누리당과 보수언론들이 '세월호 이슈'를 탈피하려는 분위기를 비판하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8월 1일자 사설 '새누리당의 탈(脫)세월호 시도는 민심오독이다'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일각에서 세월호 피로증을 운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야당을 향한 비판에는 세월호 국정조사와 세월호 특별법 논의과정에서 드러난 새정치연합의 무능을 지적한 것이 많았다"라고 썼다. 또한 "재보선 민심을 세월호 정국 탈출용으로 삼는다면 주권자의 의사를 오독하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베블런 효과'와 '흑묘백묘론'

진보성향의 종합일간지들은 야당의 참패가 야당의 무능이라는 '한 집단의 실패'로 한정지었다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뉴스타파>, <미디어스> 같은 언론들은 '구조적 문제'에 무게를 두었다. 계속되는 경제위기 상황이 유권자의 선택을 새누리당 지지로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탐사전문매체 <뉴스타파>의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적이 되는가?'라는 미니다큐(김진혁 피디)는 하루 만에 5만 건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다큐는 "왜 가난한 이들은 보수정당을 지지하는가?"라는 의문을 '베블런 효과'로 설명했다.

다큐는 "하위 소득계층은 현 제도와 생활양식 속에서 많은 고통을 받기 때문에 변화를 원하는 '진보주의' 성향을 갖게 될 거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지만 일상과 생존만으로도 힘겨워 기존 제도와 생활양식의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고려할 겨를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 다큐는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지만 야당의 총체적인 부실이 확연히 드러난 선거에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받았다.

뉴스타파 김진혁 피디의 미니다큐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적이 되는가'
▲ 뉴스타파 뉴스타파 김진혁 피디의 미니다큐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적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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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언론 <미디어스>의 한윤형 기자는 '이정현 당선, 선거 혁명인가 지역이기주의 발로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남 순천·곡성에서 이정현 후보가 당선된 것을 두고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순천 곡성의 주민들이 실용적인 선택을 했다"고 썼다. 경제문제가 유권자들의 표를 결정하는 핵심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정민경기자는 오마이뉴스 20기 대학생 인턴기자 입니다



태그:#재보궐선거, #조선일보, #한겨레, #뉴스타파, #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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