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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엘리베이터를 내리면 작은 다용도실이 있다. 옆 집과 같이 쓰는 공간인데, 당장 쓰지 않는 물건들을 보관해 두는 곳이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둘째 녀석이 하는 말이 저녁만 되면 비둘기들이 다용도실에 모여 있다는 것이다. 엄마에게 이야기했다는데, 비둘기라면 기겁하는 아내가 확인해 볼 턱이 없었다.

딸의 말을 듣고, 다용도 실 창문을 여는 순간 기겁하고 말았다. 비둘기 네 마리가 편안히 앉아 있다가 문 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파닥거리기 시작했는데, 깃털이 여기저기 날리고 그야말로 난장판이 됐다.

가관인 것은 이 녀석들도 예기치 못한 사태에 한참 동안 날개만 파닥거리고 날아오르지 못하는 것이었다. 옆에 있던 빗자루를 휘둘러 비둘기들을 멀리 날려보내는 것에는 겨우 성공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그 이후였다. 다용도실 바닥에 비둘기 똥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비둘기 깃털들이 잔뜩 섞인 채로. 다용도실에 들어서는 순간 밟히는 똥과 날리는 깃털들, 그리고 지독한 비둘기 똥 냄새가 코 속으로 확 몰려들어왔다. 아, 이것은 말로 쉽게 표현하기 힘든 냄새였다. 아내가 그 냄새를 맡았다면 기절할 것이 틀림없다.

일단 비닐봉지 하나를 준비하고, 비둘기 똥을 쓸기 시작했다. 그런데 '헉' 비둘기 똥의 분말들이 본격적으로 날리는 것이 아닌가. 정말이지 그때의 더러운 기분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비둘기 욕을 바가지로 하면서 꿋꿋하게 쓸어 담은 후 물청소까지 끝냈다. 그리고는 바로 욕실로 뛰어들어가 샤워를 해댔다. 한동안 비둘기 똥의 독특한 향이 콧속을 맴돌아 고생했다.

두 번째로 치울 때의 모습이다. 보기만 해도 콧속에 냄새가 다시 올라오는 것 같아 괴롭다.
▲ 비둘기들의 흔적 두 번째로 치울 때의 모습이다. 보기만 해도 콧속에 냄새가 다시 올라오는 것 같아 괴롭다.
ⓒ 이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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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매일 저녁 비둘기들이 날아오는 저녁시간만 되면 다용도실 문을 확 열고 빗자루를 몇 번씩 휘둘러서 비둘기들을 쫓아냈다. 그렇게 며칠을 하고 나니 비둘기들도 이 집은 안되겠다 싶었는지 한동안 날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지난 주 수요일, 딸이 비둘기들이 다시 나타났다며 뛰어들어 왔다.

이제 안 오려니 하고 방심했더니 그 틈을 타고 비둘기들이 다시 다용도실에 찾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쌓여있는 비둘기 똥들, 정말이지 싫었다. 그래도 다시 빗자루를 들고 쓸어 담고, 물청소를 했다. 그리고는 다시 바로 욕실로 직행, 샴푸와 비누로 비둘기 똥 분말을 열심히 닦아냈다. 

지난 수요일 이후, 매일 밤 몇 번씩 다용도실 문을 열어 비둘기들의 동태를 살핀다. 행여라도 와 있던 녀석은 단호한 대응에 줄행랑을 쳤고, 다행이 며칠간은 눈에 띄지 않았다. 앞으로 열심히 불침번을 서서 그 지독한 비둘기 똥 냄새를 다시는 맡고 싶지 않다. 그런데 걱정이다. 이 녀석들이 어느 집에 가서 또 그러고 있을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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