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공간이 넉넉해 좋은 늘장 시장, 요즘엔 10시까지 야시장도 열리고 있다.
 공간이 넉넉해 좋은 늘장 시장, 요즘엔 10시까지 야시장도 열리고 있다.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지난 주 금요일(7월 18일) 자전거 동호회 몇몇 회원들과 '불금(불타는 금요일)' 맞이 한강 라이딩 번개모임를 마치고 뒤풀이를 하러 맛집이 많은 서울 마포구 공덕동으로 갔다. 한강가에서 마포 나들목으로 들어가 공덕역 쪽으로 가는데 빌딩 숲 사이 공터에 웬 이색적인 시장이 열려 있는 게 눈에 띄었다. 공덕로터리 근처에서 우연히 발견한 '늘장'은 폐선된 경의선 철길 터에 자리한 젊은 시장이다.

작년 9월에 개장한 늘장은 '늘 열린 장터이고 싶다'는 발랄한 희망이 반영된 이름이란다. 평일에는 상설 상점이 문을 열고, 주말에는 벼룩시장이 더불어 열리는 연중무휴 시장이다.

요즘 같은 더운 여름날엔 밤 10시까지 야시장도 열리니 더위를 식힐 겸 저녁 나들이로 가도 좋겠다. 더 이상 열차가 달리지 않으면서 '폐선 부지'라는 이름처럼 쓸쓸하기만 했던 공터가 이제는 동네 주민과 인근 빌딩에서 나온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공간이 됐다. 수도권 전철 공덕역에서 5분 거리의 역세권 장터란 것도 성공의 한 요인으로 보인다.

개성있고 의미있는 가게들

도시와 농촌의 활발한 교류를 위해 생겨난 직판장 가게도 발길을 머물게 한다.
 도시와 농촌의 활발한 교류를 위해 생겨난 직판장 가게도 발길을 머물게 한다.
ⓒ 늘장 제공

관련사진보기


자기가 먹을 음식을 직접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는 레스토랑 마음먹기.
 자기가 먹을 음식을 직접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는 레스토랑 마음먹기.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한가운데 꽃을 심은 정원이 가꾸어져 있고 앉을 수 있는 벤치가 여러 개 있다. 시장 외곽의 담장에는 수수, 부추, 상추, 기장, 방아, 조, 박하, 개똥쑥, 오이, 배추 등을 심은 화분이 놓여있다.

추억의 턴테이블이 돌아가는 LP가게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입구로 들어서면 맨 먼저 마주치는 가게는 중고품 상점 '마켓인유'다. 이곳은 입지 않는 옷, 신발, 가방, 책 등을 사거나 팔 수도 있고, 위탁 판매는 물론 재미있게도 물물교환 형태로 바꿔갈 수도 있다. 가격도 저렴한 것은 물론이다. 먹거리를 파는 간이식당, 예쁜 수공예품이 있는 악세사리 가게와 아트숍, 소규모 영화관 '늘씨네', 서점, 타로점집 등 작고 개성 있는 상점들이 눈에 띈다.

소재, 제작, 운송, 재활용까지 자연에 해가 되는 공정은 피하자는 가게 '지구나무', 자기가 먹을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보는 기쁨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마음먹기' 등 그 의미만큼이나 이름도 아름답다. '마음먹기' 식당은 시민들이 아이들과 함께 직접 햇빛 건조기로 사과·귤 조각을 말려보기도 하고, 전기를 쓰지 않는 비전력 로스터기로 커피콩을 볶거나, 흙으로 만든 화덕에서 피자나 채소를 굽는 등의 체험을 할 수 있게 해놓아 인상적이었다. 음식점이라는데 주인은 온데간데없고 손님만 주방과 홀을 연신 왔다 갔다 하는 등 분주하다.

주말엔 일반 시민들도 장터 참여 가능해

요즘엔 10시까지 야시장도 열려 밤 나들이 하기에도 좋겠다.
 요즘엔 10시까지 야시장도 열려 밤 나들이 하기에도 좋겠다.
ⓒ 늘장 제공

관련사진보기


'보통 직판장'도 발길을 붙들었다. 도시와 농촌의 교류를 희망하는 사람과 도시에서 농업을 꿈꾸는 사람, 그리고 서울에 올라올 수 없는 농부의 생산물을 대신 팔아주는 청년 농부 등 다양한 사람이 모여 생산품을 파는 이색적인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손님에게 마음과 정성을 대접하는 정겨운 옛 재래시장이 떠오르는 가게였다.

가게 하나하나가 어느 것 하나 독특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기존의 시장이나 상점에서는 보지 못했던 볼거리와 재미가 가득하다. 시장 안에 깨끗한 화장실은 물론 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들을 위해 모래 놀이터와 점프놀이기구인 트램블린까지 갖춰져 있어 더욱 좋았다.

주말엔 시민들이 장터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벼룩시장도 열린다.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고 일요일은 4시까지. 선착순 참가 신청 후, 참가비 5000원(마포구민은 반값)만 내면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늘장은 '이노베이션 파켓(Innovation Parket)'이라는 영어식 표현법도 사용하고 있다. 파켓(Parket)이란 공원의 파크(Park)와 시장의 마켓(Market)을 합성한 조어다. 공원이자 시장이라는 뜻이다. 파켓은 이상적인 시장, 이상적인 공원의 개념이기도 하다. 정말 늘장터에서 홍대 방면으로 옛 경의선 길을 따라 공원 숲이 조성되고 있었다. 앞으로 또 어떤 도심 속 시장 풍경이 펼쳐질지 기대가 되는 곳이다.

덧붙이는 글 | ㅇ 교통편 : 수도권 전철 5호선, 6호선 공덕역 1번 출구 도보 5분
ㅇ 참여 및 이용 문의 : 02-3273-0997
ㅇ 블로그 : http://blog.naver.com/neuljang365
ㅇ 페이스북 : http://www.facebook.com/alwaysmarket2013



태그:#늘장, #벼룩시장, #마켓인유, #마음먹기, #보통직판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