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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와 더불어 한 시대를 풍류했던 낭만주객 이백. 고향 마을인 지앙요에 있는 이백의 젊은 모습
▲ 중국 시선 이백 두보와 더불어 한 시대를 풍류했던 낭만주객 이백. 고향 마을인 지앙요에 있는 이백의 젊은 모습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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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황하의 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산산히 흩어져 바다에 닿아 돌아오지 못함을. (君不见,黄河之水天上来,奔流到海不复回)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고당명경에 비친 백발의 슬픔을, 아침엔 푸르던 머리가 저녁에는 눈처럼 희어졌네.(君不见,高堂明镜悲白发,朝如青丝暮成雪)"

이백의 <술을 권하며>(將進酒)를 읽다보면 그는 호방함을 넘어 우주의 이치를 통한 술의 신선임을 알 수 있다. 중국에는 음식이 많아 중국 사람이라도 모든 음식을 맛보기 힘든다는 말이 있다.

술도 별반 다르지 않다. 중국의 대표적인 술인 바이지우(白酒)만 해도 공식 브랜드로 나오는 술이 수천 종이요, 밀주까지 하면 수만 종이 될 것이다. 또 한 브랜드가 한 종의 술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많게는 수백 종까지 생산하니 그 술의 세계를 감히 가늠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중국술통'을 지향하는 만큼 중국 지역에 가면 그 지역의 바이지우를 찾아서 그 지역과 첫 대면을 시작한다. 술을 한잔 한잔 마시면 우리나라 사람인 만큼 정철의 <장진주사>가 먼저 떠오른다.

"한잔 먹세 그려, 또 한잔 먹세 그려. 꽃을 꺽어 셈하며, 무진장 먹세 그려."

이렇게 마시다보면 그 지역은 물론이고 그 지역 사람들과도 혼연일체가 되어 당연히 친해진다. 물론 지역에 따라 지독한 술자리에 혼줄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술의 취기를 넘어 예절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술만큼 좋은 매개체가 없다. 물론 이런 이야기 역시 수년 전의 이야기일 뿐 요즘은 꼭 예정된 술자리가 아니라면 운전 때문에 술을 먹지 않는 경우가 많다.

종류 다양한 중국 술... 뭘 마셔야 할까

앞서 말했듯이 중국 술은 수천수만 종이다 보니 중국 술의 세계를 파악하는 일은 지극히 어렵다. 대형 마트에 가면 중국에서 유통되는 바이지우만 해도 수백 종인 만큼 어느 것을 골라야 할지 쉽지 않다.

하지만 중국 술도 룰만 안다면 선택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또 비싼 명주만을 고집하기 보다는 적당한 가격의 바이지우를 고르면 부담도 덜면서 좋은 평을 받을 수 있는 게 중국 술의 세계다.

바이지우의 다른 이름은 원료에서 따온 까오량지우(高粱酒)다. 술 회사나 지역에 따라 배합의 비율 차이는 있지만 바이지우의 주 원료는 수수(高粱)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장이머우의 영화 <붉은 수수밭>을 떠올려 보라. 추알(공리 분)과 사랑을 나누기 위해 유이찬아오(지앙원 분)가 수수대를 분질러 부드러운 침실로 만들던 씬, 수수를 쪄서 발효시킨 후 술을 빚어내던 모습을 보면 바이지우의 뿌리를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몽골 등에서는 수수 대신에 양젖을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바이지우를 만들기도 하지만 수수가 바이지우의 근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럼 중국에는 어떤 바이지우가 있을까. 실제로 중국에는 한 병에 수천만 위안짜리 바이지우에서 한 병에 100원(한화) 바이지우까지 천차만별이다. 수천만 위안짜리는 과거의 술이 좋은 환경에서 보관되어 있다가 발견되어 경매에 나와서 만들어진 가격이고, 100원 이하짜리 술은 중국의 서민들이 가정에서 먹는 술의 일반적인 가격이기도 하다.

마오타이, 우량예, 펀지우, 지엔난춘 등이 포함된 중국 8대 명주. 선정기준에 따라 다르다
▲ 중국 8대 명주 마오타이, 우량예, 펀지우, 지엔난춘 등이 포함된 중국 8대 명주. 선정기준에 따라 다르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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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한 술 말고 일반적으로 괜찮은 술은 얼마일까. 우선 우리나라에 가장 알려진 명주는 우량예(五粮液 고향 四川 宜賓), 마오타이(茅台 고향 貴州 茅台)인데 최근에는 수이징팡(水井坊 고향 四川 成都)이 부각하고 있다.

보통 마트에서 살 경우에 15만 원대가 넘는다. 다만 수이징팡은 베이징이나 상하이 공항에서 특별 제공가로 7만 원 정도에 팔고 있어, 이곳을 거친다면 공항에서 사는 게 가장 합리적이다. 이런 고급 술들은 보통 천천히 마시면 한 시간 이내에 술이 깰 만큼 좋은 품질의 술이다. 

이런 명주의 아래급으로 알려진 것이 지우구이, 궈지아오 등으로 보통 10만 원대다. 그 아래는 당나라 궁정에서 즐겼다는 지엔난춘, 샤오후투시엔, 조조와 화타의 고향에서 나온 구징공지우, 루저우라오지우, 펀지우 등인데 보통 5만 원 정도다. 이런 술들도 천천히 마시면 두 시간 정도면 취기가 가실 정도의 명주다.

그 아래급으로 괜찮은 술은 찐류푸(金六福), 두캉(杜康), 공푸지아지우(孔府家酒) 등이 있다. 이런 술들은 만 원짜리 정도부터 있는데, 우리 입맛에도 맞아 큰 부담이 없다.

조조의 고향은 투캉지우와 구징공주로 유명하다
▲ 두캉지우로 유명했던 조조의 고향 보저우의 조조상 조조의 고향은 투캉지우와 구징공주로 유명하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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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주의할 것은 비슷한 이름으로 포장한 다른 등급의 술이 많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샤오후투시엔이다. 이 술은 포장도 비슷한데 5급으로 나누어져 샤오후투시엔, 샤오지우션, 샤오후투선, 샤오푸선, 샤오후투셩이 있는데 앞에서부터 고가의 술이다. 이 술의 이름은 '총명하기가 어렵지만 어리석기는 더 어렵다(聰明難 糊塗更難)'이란 시에서 따왔다.

사실 중국사에는 자신의 총명함을 이기지 못해 화를 당한 많은 이들이 있다. 삼국지에서 조조의 신하 양수(楊修)는 조조가 말한 계륵(鷄肋)을 총명하게 해석하다가 화를 당했다. 조조가 나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하는 처지에서 닭갈비를 이야기하자 양수는 재빨리 후퇴할 것을 말했다가 군령을 어지렵혔다는 이유로 처형당한 것은 총명을 넘은 지혜가 때로는 바보(糊塗)처럼 구는 것이라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름의 혼돈은 다른 술도 마찬가지다. 샤오후투시엔처럼 마오타이는 마오타이왕즈지우(茅台王子酒)를 비슷한 병에 팔고, 우량예에도 우량춘(五粮醇)이라는 유사한 술을 팔기 때문에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그럼 중국 술을 어떻게, 어디서 고를 것인가. 우선 위에 소개한 술은 어느 마트에서나 볼 수 있는 보편적인 명주들이다. 또한 필자가 모두 맛본 술로 향이나 품질에서 보증되는 술이니 가격대에 맞게 구입하면 큰 문제가 없다.

술의 이름을 안다고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 술은 모두 2~3종류의 알콜 도수로 구성되어 있다. 보편적인 술은 38도와 52도가 있는데, 경우에 따라 중간에 46도짜리를 배치하는 경우도 있다. 술 가격도 도수가 높을수록 비싼데 52도가 100위안이라면 46도는 85위앤, 38도는 70위안 정도 하는 게 보편적이다.

대형 마트에서 사는 게 그나마 안전

그럼 어디서 살 것인가. 중국술을 사면서 가장 걱정하는 것이 가짜 술에 대한 두려움이다. 중국에서는 매년 수백 명이 사망할 정도로 술 사고가 많다. 하지만 여러분이 마시는 술은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다. 우선 메틸알콜을 쓰는 치명적인 술은 한화 100원, 200원 이하의 낮은 가격대의 술이다. 보통 6000원(런민삐 30위안)을 넘어가는 술은 가짜라 하더라도 메틸알콜을 쓰는 경우는 보고된 것이 거의 없다.

또 가짜 술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형 마트에서 사는 것이다. 까르푸, 월마트, 이마트 등 대형 마트는 술 코너가 있어서 이런 술을 판매한다. 여기서는 면세점에 비해 30~70% 정도의 가격으로 술을 판매한다. 보통 우량예 38도를 공항 면세점에서는 800위안 정도 받는데, 대형 마트에서는 500위안 정도에 살 수있다. 그러면서 가짜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이런 마트가 가짜 술을 팔다가 걸렸을 때 일어나는 사태를 알고 있기 때문에 품질 관리에 어디보다 충실하기 때문이다.

사실 필자는 중국에서 대부분의 술을 마셔봤다. 물론 위에 언급한 보편적인 술도 마시지만 지금에 가면 꼭 그 지방의 바이지우를 맛본다. 일단 그 지방의 술은 그 지방의 물로 빚었을 뿐만 아니라 그 지방의 문화를 갖고 태어난다. 그 술을 마시면서 그 지방에 젖어들고, 또 그 술의 탄생 역사를 들으면 그들의 근본정신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만나는 상대들도 객이 자신 고향의 술을 마시는 것에 많은 호감을 갖기 마련이다.

작가 선총원의 고향인 후난성 펑황의 고전은 주가와 인문이 어울린 지역이다
▲ 후난 펑황의 주가들 작가 선총원의 고향인 후난성 펑황의 고전은 주가와 인문이 어울린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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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대에 따라 넉다운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악몽을 꼽으라면 산둥 옌타이(烟臺)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옌타이의 오래된 바이지우는 옌타이꾸냥(烟臺姑娘)이다. '옌타이 아가씨'라니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술이다.

그런데 첫 인연에서 나는 이 술을 큰 글라스로 3잔 정도 원샷을 해야 했다. 한참이나 연배가 높고, 대접을 받는 처지에 거절할 수 없어서 나는 거푸 원샷을 했다. 물론 수년 전이니 가능했던 객기다. 이후 화장실 신세를 져야했고, 다음날 고통스러운 아침을 맞아야 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술 자리 자체는 초청자들에게 즐거운 자리였고, 이후 나는 그 지인들과 계속해서 소식을 주고 받는 친구가 됐다. 물론 옌타이꾸냥은 그다지 고급 바이지우는 아니기 때문에 드물게 숙취를 경험하는 술 가운데 하나니 만큼 적절히 조절하는 지혜를 잊지 말아야한다.

장강의 물은 탁류지만 물의 수질은 좋은 편이다. 사진은 흐려지기 전인 소삼협의 맑은 물
▲ 쓰촨과 충칭을 닿아흐르는 장강 소삼협의 맑은 물 장강의 물은 탁류지만 물의 수질은 좋은 편이다. 사진은 흐려지기 전인 소삼협의 맑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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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맛본다고 아무 지역에서나 그 지방 술을 찾는 것은 낭패가 될 수 있다. 일단 그 지방의 전반을 살펴야 한다. 우선 물이 좋은가를 확인해야 한다. 중국의 명주는 대부분 쓰촨이나 구이저우 등 물이 좋은 곳에서 나온다. 거기에 다른 요소가 있다면 좋은 원료가 공급되는 지역인가를 봐야 한다. 좋은 수수는 산둥이나 허베이, 쓰촨, 윈난의 고산 등지에서 생산하는데 이 지역은 술 원료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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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바이지우, #마오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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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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