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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5월 15일 오후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5월 15일 오후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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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는 지난 7월 1일 집단자위권행사를 용인하는 각의결정(제목은 "국가의 존립에 만전을 기하고 국민을 지키기 위한 빈틈없는 안보법제 정비에 대하여"이다)을 하였다. 이 문서의 핵심은 집단자위권 행사가 금지된다고 봐왔던 기존 정부의 헌법해석을 뒤집고 "일본에 대한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만 아니라,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에도 일본이 자위조치로서 무력을 행사하는 것이 헌법상 허용된다고 본 것이다.

이런 결정이 갖는 문제가 무엇이며 그로 인해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시아지역 그리고 세계의 평화가 어떤 위협을 받게될지 전망해 본다.

전후 국제질서 허무는 행위

우선 첫째로 일본이 언제든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됨으로써 지난 60년 이상에 걸쳐 지역 및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 온 전후 국제질서의 한 축이 허물어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일본이 전범국가로서 더 이상 전쟁을 할 수 없게 한 것이 전후 국제합의며 이는 전후 60년 이상이나 유지되어 와 지역 및 세계 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일본이 집단자위권 행사를 한다고 함으로써 이런 국제질서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일본이 전쟁금지라는 족쇄를 벗어버림으로써 일본의 군국주의화는 이제 날개를 달게 되었다. 반면 일본의 이웃국가들 가령 중국이나 북한 등은 자신들이 일본을 공격하지 않더라도 일본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집단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각의결정이 갖는 또 하나의 심각한 위험성은 미일동맹이 편무동맹(일본의 대미방어의무 없으며 동맹의 지리적 범위가 일본영역과 극동지역에 한정)에서 공격동맹으로 본격적인 전환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신무력행사 3요건 중 첫 번째가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발생하고, 그럼으로써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생명, 자유 및 행복 추구의 권리가 근본적으로 뒤집히는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다. 그런데 여기서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이란 다른 어디보다 우선 미국을 지칭한다. 

각의결정은 "일본의 안전 및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미일안보체제의 실효성을 높이고 미일동맹의 억지력을 향상시킴으로써 무력분쟁을 미연에 회피하고 일본에 위협이 미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필요불가결하다"라고 하고 있다.

또 일본정부가 작성한 '집단자위권 등에 관한 상정문답'의 '문14'를 보면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나라는 어디인가'라고 묻고 "동맹국인 미국이 해당할 개연성이 높다"고 되어있다. 일본이 헌법을 재해석하는 무리수를 쓰면서까지 집단자위권 행사를 하고자 하는 것은 그 직접적 목적이 미일동맹 강화에 있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미일동맹을 북한 및 중국을 봉쇄 또는 견제하고 나아가 세계적 범위에서 미군과 공동작전을 벌이는 동맹으로 전환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으나 전쟁을 부인한 평화헌법9조 때문에 명백한 한계를 가졌다.

그러나 이제 일본이 스스로 평화헌법의 족쇄를 풀고 동맹국인 미국을 방어하는 무력행사를 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이런 미국의 패권적인 동맹전략은 큰 힘을 얻게되었다. 그리고 미일동맹을 축으로 한미동맹, 일호주준군사동맹 등을 끌어들여 아시아판 나토를 형성하고 이를 유럽에 기반한 나토와 연결시킴으로써 전지구규모의 전쟁공동체를 구축해 세계를 단일전구처럼 관리통제하려는 미국의 패권구상도 더욱 힘을 받게 되었다.

집단자위권 가장한 집단방위의 공격성과 불법성

일본은 신무력행사 3요건이 갖는 불법성과 침략성을 감추기 위해 마치 이것이 유엔헌장51조에서 규정된 집단자위권인 것처럼 가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행사하겠다고 하는 집단자위권은 집단자위권을 가장한 집단방위에 불과하다.

집단자위권은 타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자신에 대한 무력공격으로 간주될 수 있을정도로 지리적으로나 정치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가진 나라와의 사이에서만 성립되고 또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에만 발동될 수 있다. 하지만 집단방위는 외부에 공동의 적을 설정하고 그에 대한 집단적 방위를 약속하는 동맹의 기능을 말하며 회원국간의 지리적 인접성이나 정치경제적 긴밀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특히 미일동맹이나 한미동맹, 나토 등의 동맹은 군사적으로 철저히 통합된 단일지휘체계를 가지며 선제공격전략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동맹의 집단방위는 집단자위권과 달리 공격성과 호전성을 기본특징으로 한다. 

중국이 각의결정에 대해서 "최근 들어 일본 집권당은 역사문제에서 문제를 만들고 있고 군사안보 정책에서 전대미문의 조치를 하고 있다"면서 "지역의 평화·안정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것은 일본의 무력행사가 집단자위권(미국 방어)를 명분으로 하면서 실제로는 그 창끝이 중국을 겨냥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신무력행사 3요건이 유엔헌장 51조의 자위권과 무관하며 침략성을 띠는 것은 또한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에만 발동될 수 있는 자위권과 달리 선제공격도 불사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각의결정이 있고 난지 불과 얼마 안돼 일본이 외국으로부터 공격을 받기 전에도 즉 "무력공격이 발생할 명백한 위험이 임박한 경우에도" 무력행사가 가능하도록 '무력공격사태법'을 개정하는 방침을 확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KBS TV 2014.7.12).

이런 선제공격방침은 개별적 자위권이든 집단자위권이든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에 한해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게 되어있는 유엔헌장 51조를 위배한 것이며 동시에 일본각의에서 결정된 무력행사의 신3요건마저 부정하는 것이다. 이는 무력행사의 신3요건이 일본정부에 의해서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또 언제든지 바뀔 수 있음을 말해준다.  

유엔의 집단안보 파괴하고 부정

일본이 행사하겠다는 집단자위권이 일본 자신의 침략성과 불법성을 가장하기 위한 술책임은 그것이 유엔(집단안보)을 무시하고 부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위 '상정문답'의 '질문15'를 보면 "이른바 집단안보로는 '무력행사'가 불가능한 것인가?"라고 묻고 이에 대해서 "무력공격이 발생한 직후에, 또는 일본이 '신3요건'을 충족시킨 활동을 실시하는 중에, 유엔안보리가 무력행사를 용인하는 결의를 채택하더라도, '신3요건'을 충족시킨다면, 헌법상 '무력행사'는 허용된다.

유엔 안보리 결의가 채택되었다고 해서 '신3요건'을 충족시키는 활동을 도중에 중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헌장 51조의 집단자위권규정은 전쟁을 불법화한 2조4항의 예외조항으로 유엔의 결의가 있기까지만 허용되는 임시적 조치이기 때문에 유엔의 결의가 있으면 당연히 중지되어야 한다.

따라서 유엔안보리 결의가 있어도 헌법에 의해 무력행사를 계속한다는 것은 일본의 개별적인 무력행동을 유엔보다 우위에 놓는 것으로 일본이 말하는 집단자위권이 유엔헌장상의 집단자위권이 아님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자 유엔헌장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집단안보를 훼손하고 파괴하는 것이다. 

한반도를 첫 표적으로 삼아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가 갖는 위험성은 또한 한반도가 최우선 적용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위 '상정문답'에서 본 것처럼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나라로는 동맹국 미국이 상정되고 있다. 그런데 미국 본토가 직접 공격받는 경우는 상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군사작전을 펴는 미군이 공격을 받는 경우가 우선적으로 상정된다.

아베총리의 자문기관인 '안보의 법적 기반 재구축을 위한 간담회'의 지난 5월 15일 보고서를 보면 일본이 취할 구체적 행동의 첫 번째 사례로 "일본 부근에서 유사가 발생한 때의 선박검사, 미국함정 등에 대한 공격배제 등"을 든다. 이 사례는 한반도유사 때 북한선박을 강제검사하거나 미군함정에 대한 북한의 공격을 격퇴하는 것을 상정한다.

하지만 북한 선박검사는 교전국이어야만 가능한데 일본헌법은 교전권을 부인하기 때문에 만약 일본이 북한선박을 공해상에서 강제로 검사한다면 이는 국제법 위반이다. 또 세계최강의 해군인 미군함정에 대한 북한의 (선제)공격은 지금까지 있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상정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따라서 일본이 행사하겠다는 집단자위권은 허구에 근거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허구적 시나리오를 상정하는 것은 집단자위권을 내세워 한반도에 대한 군사개입을 어떻게든 이뤄보겠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기시다 외무상이 한반도 유사시 유엔군이 활동에 나설 경우 '무력행사의 신3요건'을 충족한다면 자위대가 유엔군에 참여해 집단안보 차원의 활동을 할 수 있다(중앙일보, 2014.7.17)고 하였다.

무력행사의 신3요건은 개별적 또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요건에 관한 것이고 집단안보(유엔 결의에 의거한 강제행동 등)와는 다른 것이다. 따라서 기시다의 발언은 개별자위권, 집단자위권, 집단안보 어느 차원이든 가리지 않고 한반도에 무력개입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집단자위권 아닌 동북아시아지역 안보 공동체 만들어야

이렇게 볼 때 "우리 요청 또는 동의가 없는 한 결코 용인될 수 없다"는 각의결정에 대한 우리정부의 입장은 한가하기 짝이 없다. 또 뒤집어 말하면 동의가 있으면 행사가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는 한미일군사정보공유를 필요한 것으로 여기고 이를 위한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각의결정이 있은 날 우리 합참의장은 한미일 3국 합참의장 회의에 참석하였다. 한미일군사정보공유각서는 일본의 집단자위권행사를 뒷받침해 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일본의 전쟁국가화를 막기는커녕 자리를 깔아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미국의 압력이 작용하고 있고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부의 태도가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견제하는듯하면서 실제로는 그 자리를 깔아주는 모순된 우리 정부의 행보는 한반도 평화에 큰 화를 자초할 것이다. 한미일동맹세력에 맞서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저지하기 위해 한미일중 등 지역의 모든 평화세력이 손을 잡아야 한다.

그와 함께 동북아시아지역의 모든 나라가 참여하여 다함께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협력안보에 바탕한 지역안보공동체(시진핑이 제안한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는 그 한 예가 될 수 있다)를 만들어 냄으로써 개별적 자위권이나 집단적 자위권, 동맹 등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동북아시아지역 평화가 보장될 수 있게 해야 한다.    


태그:#집단자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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