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불볕더위와 함께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다. 설레는 마음으로 휴가계획을 세울 때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휴가지에 가져갈 한 권의 책이다. 바쁜 직장인에게 여름휴가는 재충전인 동시에 일상에 쫓겨 읽지 못했던 책을 읽기 좋은 기회다. 이에 발맞추어 휴가철만 되면 각종 단체에서 '휴가철에 읽기 좋은 도서', '휴가지에 가져가야 할 도서'를 앞 다투어 내놓는다.
그러나 휴가지에서 읽는 책이 언제나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책의 크기와 무게로 인해 늘어나는 짐을 감당해야 될 뿐만 아니라, 막상 읽고 싶던 책을 들고 여행지에 도착하더라도 책이 잘 읽히지 않는다. 이미 온 몸에 긴장이 풀려 버려서 엉덩이를 붙이기가 무섭게 잠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여행까지 와서 글자를 마주하는 것은 어찌 보면 곤욕일 수 있다. 그렇다면 책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지친 마음과 지적 호기심, 재미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까?
팟캐스트는 이러한 책의 한계를 극복할 좋은 대안이다. 팟캐스트란 인터넷에 업로드 된 음원파일을 청취자들이 자발적으로 다운받아 듣는 형식의 방송이다. 팟캐스트를 듣기 위해서는 스마트폰과 이어폰만 있으면 된다. 아이폰 유저는 팟캐스트 기본 어플을, 안드로이드 유저는 팟빵닷컴 어플을 설치하기만 하면 모든 준비가 끝난다.
그렇다면 어떤 팟캐스트를 들어야 할까? 팟캐스트를 처음 접하는 분들을 위해 '당신의 휴가를 빛내 줄 팟캐스트 7선'을 뽑아보았다. 이 팟캐스트들은 기자가 즐겨 들을 뿐만 아니라 많은 청취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팟캐스트들이다.
<심리 상담방송 참나원>
흔히 여행을 나를 찾는 과정이라 한다. <참나원>은 진짜 나를 마주할 수 있도록 돕는 심리 상담방송이다. 매주 내담자가 나와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고 전문 상담가인 방기현 선생님이 상담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매 에피소드의 제목을 통해 상담 주제를 알 수 있다. 방송목록을 확인하여 자신의 고민과 맞는 방송을 찾아 휴가지에서 고민도 씻어낼 수 있기를.
<진중권의 문화다방>
시사문화평론가 진중권 교수가 진행하는 팟캐스트다. 문화, 예술계에 저명한 사람을 초대해 진중권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미 윤종신, 허지웅, 방은진, 이외수, 김장훈 등 많은 유명 인사들이 출연했다. 재미보다는 출연자의 성장과 예술세계, 철학 등을 접할 수 있는 유익함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여행지에서 여유를 갖고 차분하게 듣기 좋은 팟캐스트다.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무엇보다 책이 최고라는 분들을 위한 팟캐스트다. 김영하 작가가 한 권의 책을 선택해 조금 읽고 설명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설을 들을 수 있다. 김영하 작가의 묵직하고 차분한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씨네타운 나인틴>
휴가지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면 어떨까? <씨네타운 나인틴>은 영화를 귀로 듣는 프로그램이다. SBS 라디오의 이승훈, 김훈종, 이재익 PD가 진행하고 있다. 시원시원한 진행으로 영화에 대한 설명과 다양한 해석을 들을 수 있다. 진행자들의 재치있는 말과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잘 어우러진 팟캐스트다. 남성적인 코드가 싫으신 분들께는 다른 영화 팟캐스트인 <튜나의 뮤비버스터>를 추천한다.
<랄라dio>
인디밴드 랄라스윗의 김현아와 박별이 진행하는 팟캐스트다. 특별한 주제 없이 두 여자가 나누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무대 위 랄라스윗의 감성적이고 풍부한 음악과는 달리 비교적 저렴한(?) 개그와 표현들로 재미를 더한다. 휴가지에서 부담 없이 듣기 가장 좋은 방송이다.
<옹꾸라>
공중파 라디오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가 종영된 후, 팬들의 요청으로 팟캐스트에서 <옹꾸라>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작했다. 게임, 사생활, 사건 사고 등 공중파에서 볼 수 없었던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의 진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휴가철 대기시간이나 비행시간 혹은 미치도록 웃고 싶을 때 듣기를 권한다.
<그것은 알기 싫다>
UMC/UW가 진행하는 시사 팟캐스트다. <그것은 알기 싫다>는 휴가철과 겹치는 7·30 재보선 선거를 맞아 선거 특별방송을 편성하여 '재보궐선거 데이터센트럴' 에피소드에서 각 지역의 출마후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지겹게 정보만 나열하지 않고 다양한 재미를 추구하고 있어 지루하지 않다. <그것은 알기 싫다>를 참고해 소중한 권리를 행사한 후 가뿐한 마음으로 휴가를 떠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