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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유가족들과 실종자, 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대표단 및 시민들이 지난 15일 세월호 특별법(4.16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촉구 국민 서명(350만 1266명)을 들고 국회의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국회로 이동해 본청 앞에 쌓아두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유가족들과 실종자, 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대표단 및 시민들이 지난 15일 세월호 특별법(4.16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촉구 국민 서명(350만 1266명)을 들고 국회의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국회로 이동해 본청 앞에 쌓아두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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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난 여름 여행 중이었다. 일하던 카페에 휴가를 내고 여행을 시작한 지 사흘째. 다음 목적지를 물색하는데, 가고 싶은 곳이 없다. 바다를 보면 눈물이 날 것 같고, 배를 타고 싶지도 않다. 무엇보다 국회 앞 차가운 바닥에서 유가족들이 농성 중이라는 뉴스와,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들이 자꾸 마음을 짓눌러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여행 접고 국회로 향하다

그러던 중, 일반 시민들이 유가족과 함께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을 전달하기 위해 국회에 모인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세월호 참사에서 배운 것은 눈치 보며 누군가 실현해 주기를 기다리기만 해서는 단 한 사람도 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희생된 아이들과 약속했다. 명령만 기다리고 있지 않겠다고.

그래서, 나는 국회로 향했다.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함께 서명에 동참했던 사람들, 함께 울었던 주변 친구들을 대신해 갔다. 지난 15일 이른 아침, 여의도 문화공원엔 더운 날씨임에도 많은 사람이 모였다. 참여한 사람들은 대학생부터 누군가의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유모차에 탄 아이들까지 다양했다.

공원 한가운데 서명용지가 담긴 상자가 빽빽이 놓여 있었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서명 상자를 하나씩 들고 이동했다. 350만명의 서명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고요하고, 엄숙한 행진이었다. 나는 8385명의 서명이 든 상자를 들었는데, 그 무게가 벅찼다. 아이들을 위한 시민의 바람이 무겁게 느껴졌다.

아이들이 그토록 찾았을 우리의 손길을 이제야 뻗는다. 무기력했던 내가 아이들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어 감사했다. 땀인지 눈물인지, 얼굴이 젖은 채 걷고 또 걸었다. 양쪽에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서명 상자를 에워쌌다. 3열로 선 줄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었다.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같은 마음으로 같이 걸었다.

시민 한사람 한사람이 서명 한박스씩을 들고 움직였다. 사랑이 공명하던 진실의 시간이었다.
 시민 한사람 한사람이 서명 한박스씩을 들고 움직였다. 사랑이 공명하던 진실의 시간이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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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유가족들과 실종자, 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대표단 및 시민들이 15일 세월호 특별법(4.16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촉구 국민 서명(350만 1266명)을 들고 국회의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국회로 이동해 본청 앞에 쌓아두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유가족들과 실종자, 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대표단 및 시민들이 15일 세월호 특별법(4.16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촉구 국민 서명(350만 1266명)을 들고 국회의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국회로 이동해 본청 앞에 쌓아두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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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은 못 나올망정 경찰차벽 세우는 정부

얼마쯤 갔을까. 인도 옆에 경찰들이 차벽을 일렬로 세우고 있다. 진상조사 서명을 국회에 전달하는 모습을 공개하는 게 두려운 걸까?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땀흘려 서명 받고 국회까지 와준 시민들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한 국민들에게 고생했다고 마중 나오진 못할망정 차벽을 가로막다니.

치유의 첫 단추는 철저한 진상규명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석 달째다. 그 사이 장관 후보가 몇 번씩 바뀌고, 월드컵도 벌써 끝났다. 그런데 진상조사는 아직도 제자리 걸음이다. 마비된 이 곳, 침몰한 대한민국에서 진실을 건져 올리는 일은 참 만만치 않다.

멈추지 않던 눈물이 국회에 도착해 서명용지가 담긴 상자를 내려놓는 순간, 멈추었다. 내가 무언가 행동하고,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믿게 된 순간, 치유가 시작된 것이다. 생존자 아이들이 도보행진을 시작했다고 한다. 진정한 치유는 여기서 시작된다. 아픔을 함께 걷고, 희망을 경험하는 것. 아픔을 멈추는 것은 어떤 대단한 상담치료 기술이 하는게 아니다.

대낮에 일어난 이 어처구니 없는 참사는 광장 한 가운데서 풀려야 한다. 세월호가 침몰했던 날처럼, 대낮에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아픔이 계속해서 응어리질 것이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그 응어리에 걸려 다시 넘어진다.  우리의 슬픔은 정치 한 가운데, 시대 한복판에서 봇물처럼 쏟아져야 한다. 특별법으로 명확한 진상규명을 하는 게 그 치유의 첫단추다.

더운 날씨였지만 모두가 서명 전달 과정 끝까지 함께했다. 사랑의 힘이었다. 자원해서 동참한 선행과 부조리에 대한 고발의 실천은 그 사랑의 증거다. 눈앞의 불이익이나 탄압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특별법을 둘러싼 유언비어가 일부 커뮤니티를 통해 유포되고 있다. 왜곡으로 생긴 오해들이다. 그럴수록 우리는 진실을 들춰봐야 하지 않을까? 무관심은 왜곡을 허용하고, 관조를 조장한다. 누군가 해주길 기다리게 한다. 

투덜대지 말고 이젠 참여할 때

우리는 모두 구원자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스스로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4월 16일,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눈물만 흘리던 우리가 이제야 스스로를 지킬 방법을 찾고 있다. 좋은 정치인 없다고,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정당 없다고 투덜댈 때가 아니다.

지난 6월 21일 서울광장에서 진행한 세월호 예술행동 "가만히 두어라". 나도 이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투덜대기보다, 삶의 주인으로 우리 문제에 참여해야 한다.
 지난 6월 21일 서울광장에서 진행한 세월호 예술행동 "가만히 두어라". 나도 이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투덜대기보다, 삶의 주인으로 우리 문제에 참여해야 한다.
ⓒ 홍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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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엉망이면 우리가 직접 하면 된다. 직접 참여해서, 지시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들을 견제하지 못한 무기력한 야당과 편향된 국가기관을 가만히 둔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들을 그대로 뒀기 때문이다. 역사는 우리 힘으로, 우리 글씨로 써야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일 시간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이고 강력한 방법들을 찾아내자. 서명도 하고, 버스킹을 열든, 모임을 주최하든. 당장 나는 7월 19일 토요일 진행되는 1인 퍼포먼스에 참여해 볼 예정이다. 투덜댈 시간에 사회 문제로 점철된 쓰레기 하나 더 줍자. 내 글씨를 쓰자.  


태그:#세월호 참사, #서명운동, #천만인 서명, #특별법 제정,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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