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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두뇌의 인간이 핵에 관한 자료를 꼼꼼히 읽으면, 어디서든 핵 추진론자들이 구사하는 논리란 철저히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극단적인 예는 평소에는 핵발전 시스템이 절대로 안전하다고 역설하다가, 일단 중대사고가 터지면 방사능이란 게 그다지 해롭지 않은 것이라고 엉터리 논거를 들이대며 열심히 변명하는 것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본문 9쪽)

그렇게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는 "핵기술의 응용이 지상에서 절대로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은 '책머리에'에서 말합니다. 이런 거짓말은 정부나 산업계, 어용언론, 어용학자들에 의해 이뤄진다고 합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과학자, 연구자, 지식인들의 거짓말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원자력에 대하여 잘 알고 있으며 정직하다고 사람들이 믿기 때문이죠.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현재 진행중'

고이데 히로아키의 <원자력의 거짓말> 표지
 고이데 히로아키의 <원자력의 거짓말> 표지
ⓒ 녹생평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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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고이데 히로아키는 <원자력의 거짓말>(녹색평론사 펴냄)에서 사람들이 2011년 쓰나미로 발생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너무 안이하게 본다고 염려합니다.

이 책은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직후에 쓰여졌습니다. 때문에 이후에 변화된 상황이 반영되어 있진 않지만 원자력의 무서움을 경고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 책을 쓸 당시 히로아키는 원자로가 냉각되고 있다는 발표는 거짓이라며, 날마다 대량의 물을 투하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자로는 냉각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고 두 달 후 도쿄전력은 연료봉 대부분이 고열로 용융되었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멜트다운' 상태로 압력용기 바닥에 구멍이 나서 주입한 물과 녹은 연료가 원자로 격납용기에 흘러 떨어지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나마 진정될 수 있었던 것은 격납용기 바닥에 괸 물로 우연히 연료가 냉각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원자로가 다행히 안정을 되찾았다 해도 우라늄 핵분열로 생성된 방사성물질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인 '붕괴열'은 여전히 발생하는 상태이고요. 원전의 경우 원자로를 정지해도 계속 에너지의 7%가 발산됩니다. 당연히 방사능을 방출하는 거죠. 노심 역시 핵연료가 녹을 정도로 고온이었고요.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수증기 폭발'인데 만약 그런 사태가 일어나면 16센티미터의 강판도 무용지물이랍니다. 지금도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많은 이들이 최선을 다하여 더 이상의 방사능 누출을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원자로를 물에 잠그는 '수관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아무리 물을 들이부어도 물이 차지 않았습니다. 계속 물이 밖으로 나오면서 방사능을 누출하고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지난 2011년 5월 17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수습 로드맵을 수정 발표했다. 여기에는 냉각방식을 수관 대신 '순환식 냉각시스템'으로 바꾼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 편집자 말)

저자는 물은 순환시키고 열은 발산하는 '순환식 냉각시스템'으로 오염을 방지하자고 제안하는데, 이 또한 시스템을 설치하려면 많은 이들이 방사능에 피폭될 소지가 있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최고단계인 7단계인데,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나자 처음엔 4단계(원자로 외부에 큰 위험이 없는 사고)로 발표했습니다. 다음으로 5단계(외부 위험이 있는 사고)로 올려 단계를 발표했죠. 그러나 저자는 6~7단계 수준으로 체르노빌 사고와 다르지 않다는 견해입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히로시마형 원자폭탄의 약 2600발분의 방사능이 쌓였습니다. 그중 환경으로 나온 것은 800발분이고 지금도 여전히 누출되고 있다고 합니다. 1천개 이상의 마을이 폐쇄되었고요. 후쿠시마 사고는 체르노빌의 1/10 수준이어서 안심할 수 있다는 말은 거짓이랍니다. 체르노빌조차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후쿠시마는 앞으로 어떻게 갈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지요. 규모에 있어 체르노빌이 100만 킬로와트인데 반해 후쿠시마는 300만 킬로와트랍니다.

안전한 방사능 수치? 그런 건 없다

방사선 종류에 따라 그 위험도가 다릅니다. 가장 심각한 것이 플루토늄입니다. 2만4쳔 년동안 방사능유출이 계속되니까요.
 방사선 종류에 따라 그 위험도가 다릅니다. 가장 심각한 것이 플루토늄입니다. 2만4쳔 년동안 방사능유출이 계속되니까요.
ⓒ 녹색평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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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연료의 재처리(재활용)는 무수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답보상태에 있습니다. 계속 방사능 물질을 자연에 둔다는 의미입니다.
 핵연료의 재처리(재활용)는 무수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답보상태에 있습니다. 계속 방사능 물질을 자연에 둔다는 의미입니다.
ⓒ 녹색평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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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은 우리가 느낄 수 없다는 데 위험성이 더 있습니다. 방사능 물질인 세슘, 요오드, 플루토늄 등이 방출하는 방사선은 체내에 들어와 우리 몸을 공격합니다. 1896년 프랑스 물리학자 베크렐이 발견하여 '방사능'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1898년 퀴리 부처가 라듐, 폴로늄 등을 '방사선물질'이라고 명명했습니다. 퀴리 부인은 아이러니하게도 방사선에 노출되어 백혈병으로 사망했습니다. 오감으로 느낄 수 없는 물체이기에 그런 사태가 발생한 거죠.

방사선은 사람의 DNA를 파괴합니다. 사람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 '만능세포'라는 단일세포로 계속 분열하여 성인으로 자랍니다. 세포분열을 계속하여 60만 개의 세포로 자라지만 유전정보는 개개인에게 유일합니다. 핵에는 유전정보가 들어있고요. 부모에게 받은 두 개의 염색체가 23개씩 연결되고, 짝이 된 두 쌍의 DNA사슬은 이중나선형 구조를 이룹니다.

"방사선에 피폭된다는 것은 이러한 신기로 이뤄진 우리 유전정보가 절단되어서 유전자 이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공포를 우리에게 다시 가르쳐준 것이 1999년에 일어난 '도카이무라 JCO 임계사고'였습니다." (본문 63쪽)

도카이무라의 핵연료 가공공장 JOC라는 회사에서 일어난 방사능유출 사고로, '임계'란 핵분열이 쉬지 않고 계속 일어나는 걸 말합니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를 상상하시면 됩니다. 계속 방사능이 유출되는 거죠. 사고등급으로는 외부에 위험이 없다는 4단계였지만 두 명이 피폭되어 사망했습니다. 처음에는 살짝 화상을 입은 피부처럼 약간 빨간 정도였지만 결국 83일 만에 모든 세포가 타서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방사능 피폭이 위험한 것은 처음에는 그리 대수롭지 않은 현상만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결국 모든 세포를 태우거나 암으로 만들어 재생 불가능하게 만드는 거죠. 방사능 피폭 위험치수는 2그레이(시버트)인데 8시버트가 되면 모두 죽습니다.

방사능 유출은 현재진행형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스트론튬-90, 세슘-137 등이 나오는데 이런 방사능은 뼈 속에 축척됩니다. 더 나쁜 것은 플루토늄-239인데 독성이 가장 높은 방사능입니다. 0.000052밀리그램이 섭취한도입니다. 반감기는 2만 4천년입니다. 사고가 아니어도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이 계속 생긴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인류가 정말로 플루토늄이 계속 방출되는 방사성폐기물을 2만 4천년 동안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을까요?

"건강에 당장 영향을 끼치는 양이 아닙니다."
"당장 피난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보도는 거짓말이랍니다. 방사능의 속성상 두고두고 악영향을 미치니까요. '생물 스스로가 방사능 피폭을 견뎌낸다'는 '수복효과'나, '피폭되면 면역력이 활성화되어 점점 방사능에 강해진다'는 '호르메시스효과' 등에 대해서도 연구기관들은 회의적으로 말한다고 합니다.

위험한 원전, 최고의 안전대책은?

고이데 히로아키는 누구?
고이데 히로아키
 고이데 히로아키
ⓒ 녹색평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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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고이데 히로아키(小出裕章, 1949년생)는 핵의 평화 이용을 꿈꾸며 원자핵공학을 전공했지만, 그 위험성을 알게 되면서부터 방사능피해를 입을 수 있는 주민 측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왔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가 난 이후 전국 각지에서 밀려오는 강연요청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였고, 지금도 그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핵발전을 문제삼고 그 신념을 굽히지 않는 대가로, 육십이 훨씬 넘은 나이에도 대학 조수(조교)의 위치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일본에서 가장 신뢰받는 연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64가지 질문들에 대해,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설명하고 있다.

이 설명들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전체적인 윤곽과 맥락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고, 방사능 오염·피폭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체계적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핵발전을 벗어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원전사고 후 원자력안전·보안원이나 도쿄전력은 '알 수 없다'거나 '이전 데이터가 잘못되어 정정한다'는 등으로 얼버무렸는데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기 위한 수단이랍니다. 정보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고 안전성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오류라고 합니다. 실제로 피폭된 증거들이 나오면 그때 다시 수치를 수정하기도 합니다.

10밀리시버트가 되면 1천 명 중 한 명이 암으로 죽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원자력안전연구소는 20밀리시버트를 연간 한도량으로 높였습니다. 작업원의 경우도 100밀리시버트에서 250밀리시버트로 올렸고요. 이러다간 방사능묘지를 만들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어린이는 방사능에 더 취약하고, 오염된 농지는 재생이 불가능합니다.

원자로를 가동하고 나온 '죽음의 재'는 히로시마 원폭 80만 개 분량입니다. 국가도 전력회사도 핵발전이 위험하다는 걸 잘 알면서도 계속하는 것은 안정성에 대한 억지 확신뿐 아니라, 사고 후 모든 비용부담은 국민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원전이 결코 싼 전기를 만드는 것도, 자연을 보호하는 것도 아니며 전력회사만 배불리는 일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합니다.

화석연료(석유·석탄)가 고갈될 거라는 염려가 핵연료를 등장시켰습니다. 그럼 우라늄은 무한정한 걸까요.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석유나 석탄과 마찬가지로 우라늄 역시 재생 불가능한 연료라고 합니다. 매장량으로 말하면 석유의 수분의 1, 석탄의 수십분의 1밖에 없는 게 우라늄이라고 합니다. 고속증식로에서 핵연료를 계속 재처리한다는 계획은 거의 답보상태고요.

저자는 마지막으로 지진열도인 일본에 원전을 세우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라며, '원전은 더 이상의 미래가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저자는 에너지 개발이 아니라 에너지 절약이 가장 좋은 대안이라 말합니다. 저도 글을 쓰다가 전등 여섯 개를 꺼봤습니다. 에어컨 온도도 높이고 스탠드도 끄고요. 좀 어두운 듯하지만 별 불편함이 없네요. 저자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칩니다.

"우리가 안전한 지구환경을 우리 아이들과 손자손녀들에게 넘겨주고 싶다면 그 길은 단 하나, '지족(知足)'밖에 없습니다.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에너지소비 억제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본문 197쪽)

덧붙이는 글 | <원자력의 거짓말> | 고이데 히로아키 저 | 고노 다이스케 역 | 녹색평론사 발행 | 2012년 초판 | 값 10000원 | 189쪽



원자력의 거짓말

고이데 히로아키 지음, 고노 다이스케 옮김, 녹색평론사(2012)


태그:#원자력, #원전사고, #후쿠시마, #고이데 히로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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