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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스마트워치 기어핏과 갤럭시S5
 삼성 스마트워치 기어핏과 갤럭시S5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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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전성기는 끝났다.(Samsung's heyday has gone.)"

삼성전자의 미래에 비관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장세진 KAIST 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난 7일 <로이터> 기사에서 "지난 3~4년 사이 삼성전자의 이익 성장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았고 이제 정상화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지난 8일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 발언을 빌려 지난 2012년 '갤럭시 S3' 이후 삼성에서 혁신적인 기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2분기 실적 충격은 갤럭시S5 탓? 태블릿 재고 등 '예측력' 한계

'어닝 쇼크(실적 충격)'가 직접적 계기가 됐다. 삼성전자가 지난 8일 발표한 올해 2분기 잠정 실적은 매출 52조 원에 영업이익 7.2조 원으로, 2년 만에 최저치일 뿐 아니라 8조 원 안팎을 예상한 시장 기대치에도 크게 못 미쳤다.

지금까지 실적 상승세를 이끈 갤럭시 S5 등 스마트폰 판매 부진 탓이지만 문제는 빗나간 예측이다. 김지웅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10일 보고서('실적 추정 노하우-메타인지')에서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기존 추정에서 1분기보다 4% 가량 증가한 9100만 대였으나 오히려 5% 가량 감소한 8300만 대로 추정된다"면서 "당초 4월 출시한 갤럭시S5 판매량이 2000만 대 가량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으니 실제 1500만 대 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출하량 예측 실패 원인을 애플보다 낮은 삼성의 실적 가시성에 돌렸다.  

태블릿 판매 부진과 재고 누적도 실적에 부담이 됐다. 삼성은 올해 초 '2014년은 태블릿의 해'라면서 갤럭시노트 프로, 갤럭시탭 프로 등 8~12인치대 태블릿을 잇달아 선보였다. 덕분에 지난 1분기 태블릿 출하량은 1260만 대에 달했지만 2분기 들어 1년 전과 비슷한 800만 대 수준으로 돌아갔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4일 보고서에서 2분기 태블릿 재고를 400만 대로 예상하면서 "태블릿PC에 대한 지나친 낙관이 채널 재고 과중으로 이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분기 실적 추이(단위: 조 원, 자료: 삼성전자)
 삼성전자 분기 실적 추이(단위: 조 원, 자료: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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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업체 약진... 기술 혁신 없이 마케팅 싸움만

사실 '갤럭시 전성시대' 마감은 이미 오래 전에 감지됐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 활약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10조 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 2분기 '갤럭시 S5'를 앞세워 반등을 노렸지만 원화 강세 영향 등으로 판매량은 오히려 줄었다. 미국, 일본, 한국 등 선진국에서 스마트폰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판매 이익도 줄었고 LG전자를 비롯한 후발업체의 추격도 거셌다. 

특히 샤오미, 화웨이, 레노버 같은 중국 제조사들이 중저가 시장을 넘어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삼성과 애플의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캐나코드 제누이티'는 지난 5월 올해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 수익 가운데 애플이 65%, 삼성이 41%를 가져갔고 나머지 업체들은 오히려 적자였다고 밝혔지만 이 통계에서 중국 경쟁사들은 빠졌다.

시장조사업체인 IDC 통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스마트폰 8500만 대(30.2%)를 출하해 4370만 대(15.5%)에 그친 애플보다 앞섰지만 점유율은 1년 전 31.9%에서 소폭 떨어졌다. 그 사이 화웨이와 레노버는 각각 1370만 대(4.9%), 1290만 대(4.6%)를 출하하며 점유율을 높였다. 특히 스마트폰 성장세가 높은 중국 시장에서 삼성 출하량이 2100만 대에 그친 반면, 레노버 쿨패드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4대 업체 출하량은 3900만 대에 달했다.

중국은 삼성에게 기회의 땅이지만 중국 업체들의 약진은 큰 위협 요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일 오전 서울대 글로벌공학센터 대강당에서 시진핑 중국주석의 강연을 마친 후 참석 인사들과 인사를 하고있다.
 중국은 삼성에게 기회의 땅이지만 중국 업체들의 약진은 큰 위협 요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일 오전 서울대 글로벌공학센터 대강당에서 시진핑 중국주석의 강연을 마친 후 참석 인사들과 인사를 하고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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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수익성 악화는 삼성뿐 아니라 다른 제조사들도 '동병상련'이다. 국내 시장에만 안주해 온 팬택이 직격탄을 맞았지만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나 LG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제 수익성이 떨어진 스마트폰을 대신할 혁신 제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팬택 중앙연구소장인 문지욱 부사장은 지난 10일 기업 회생 지원을 호소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스마트폰 산업 수익성 악화 원인은 시장에서 혁신 아이콘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면서 "새 제품이 나와도 새로운 가치가 약하다 보니 중심축이 마케팅 싸움으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문 부사장은 "잠깐 시기가 늦춰졌을 뿐 앞으로도 기술 혁신은 계속되리라는 걸 몸소 체험하고 있다"면서 "세계적인 큰 기업도 아차하면 기술을 못 따라가 무너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애플 '아이폰6'-'아이워치' 등장에 기대와 우려 교차

난다 라마찬드란 삼성전자 상무가 지난 1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ES 2014 삼성전자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12인치 '갤럭시 노트 프로' '갤럭시 탭 프로' 등 새 태블릿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난다 라마찬드란 삼성전자 상무가 지난 1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ES 2014 삼성전자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12인치 '갤럭시 노트 프로' '갤럭시 탭 프로' 등 새 태블릿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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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엔 애플 '아이폰6'이 삼성에 가장 큰 위협으로 꼽히고 있다. 지금까지 4인치만 고수해온 애플이 이번에 4.7인치와 5.5인치 두 모델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하반기 갤럭시탭S와 갤럭시노트4 등 신제품 출시에도 아이폰6 대기 수요 등으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고전을 예상했다. 

올 하반기에는 애플 스마트시계 '아이워치' 등장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아이워치가 등장하면 구글 안드로이드 웨어를 탑재한 LG 'G워치', 삼성 '기어 라이브' 등과 더불어 스마트워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해 '갤럭시 기어'로 스마트워치 시장에 먼저 뛰어들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고 결국 애플이 뛰어들어 시장을 키워주길 바라는 모양새다.

삼성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 베끼기' 논란 속에서도 갤럭시 시리즈를 앞세워 스마트폰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젠 거꾸로 후발업체는 물론 애플마저 '삼성 따라하기'로 역공에 나섰다. 

삼성이 전성기를 계속 이어가려면 '갤럭시'를 대신할 다음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타이젠'이란 새 플랫폼을 개발해 스마트워치에 이어 '삼성Z' 같은 스마트폰에도 적용할 예정이지만 '바다폰'의 악몽을 뒤집을지 의문이다. 정작 웨어러블 기기나 스마트 카처럼 하드웨어 분야에서도 구글과 애플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

지난 2008년 소니 몰락과 삼성의 급부상 원인을 분석한 책 <삼성과 소니>에서 장세진 교수는 이건희 회장 가족 경영 체제를 '양날의 검'으로 봤다. 장 교수는 2012년 12월 <매일경제> 인터뷰에서도 "삼성전자의 경쟁 우위인 중앙집권적 의사 결정 구조와 스피드는 하드웨어에는 적합하지만 소프트웨어에는 적합하지 않다"면서 글로벌한 인재 등용과 조직 문화 변화를 주문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하드웨어 강자'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태그:#삼성전자, #애플, #갤럭시S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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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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