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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들의 과도한 보조금 경쟁으로 45일간의 순차적 영업정지가 시작된 지난 3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휴대폰 대리점 대표와 종사들이 휴대폰 포장 상자를 쌓아놓고 영업정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의 과도한 보조금 경쟁으로 45일간의 순차적 영업정지가 시작된 지난 3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휴대폰 대리점 대표와 종사들이 휴대폰 포장 상자를 쌓아놓고 영업정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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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 원 요금제 3개월 쓰면 스마트폰 공짜!"

앞으로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이런 호객 문구가 사라지게 된다. 오는 10월 1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아래 단통법) 시행을 앞두고 휴대폰 보조금 공시 기준안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9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보조금 상한선 범위를 정한 데 이어 10일 미래창조과학부가 요금제별 보조금 기준안과 '보조금 대체 요금 할인' 기준안을 각각 내놨다.

과연 앞으로 휴대전화 보조금 지급 방식은 어떻게 달라지고 통신소비자에게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 여기서는 편의상 월 4만 원대 요금제에 50만 원짜리 중저가 단말기를 쓰는 김알뜰씨와, 월 8만 원 요금제에 80만 원짜리 고가 단말기를 쓰는 이부자씨 사례를 들어 비교해 봤다.

새 단말기 사고 보조금? 재약정하고 요금 할인?

우선 오는 10월부터는 방통위가 정하는 보조금 상한선 안에서 이통사가 단말기별 보조금을 공시해야 한다. 방통위는 현행 27만 원인 보조금 상한선을 25만~35만 원 사이에서 정하고 6개월마다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일단 여기서는 보조금 상한선을 그 중간 수준인 30만 원으로 정했을 때를 가정한다.

보조금은 크게 이통사에서 제공하는 보조금(이통사 보조금)과 단말기 제조사에서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제조사 장려금)으로 나뉜다. 류제명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10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과거 보조금 상한선이 27만 원일 때 22만2000원 정도가 이통사 몫이었고 나머지가 4만8000원 정도가 제조사 몫이었다"라면서 보조금이 30만 원일 때 25만 원 정도를 이통사 보조금으로 추정했다.

지금까지는 신규 가입이나 번호 이동할 때 새 단말기를 사야만 보조금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존에 쓰던 단말기로 가입해도 새 단말기에 준하는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때 기준 할인율은 이통사 가입자당 월평균 수익(ARPU)에서 가입자당 월 평균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정하되, 이통사에서 5% 정도를 가감할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이부자씨는 80만 원짜리 단말기를 구입하고 8만 원 요금제에 2년 약정으로 가입하면 보조금 3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중고 단말기나 쓰던 단말기로 가입하더라도 전체 보조금 가운데 이통사 몫에 해당하는 25만 원을 요금 할인 형태로 받을 수 있다. 결국 이씨는 2년 약정할인(20%) 1만6000원 외에 추가로 월 1만 원 정도 요금 할인을 받아 매달 5만4000원만 내면 된다.

그렇다면 김알뜰씨 경우는 어떨까. 과거 같으면 저가요금제 가입자는 보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었지만 앞으로는 요금제에 따른 비례 원칙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8만 원 요금제에 이통사 보조금이 25만 원이 실린다면 4만 원 요금제에는 12만5000원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단말기를 새로 살 경우 5만 원 정도 추가 보조금이 붙고, 기존 단말기를 사용할 경우 매달 5000원 정도 추가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8만원 요금제에 25만원 주면 4만원 요금제도 절반 줘야

예를 들어 단말기 보조금을 받지 않고 월 4만 원 요금제로 가입할 경우, 기존 2년 약정 할인(20%) 8000원에 5000원을 추가 할인 받아 월 2만7000원만 내면 된다. 

다만 상위 30% 이상 고가 요금제 구간에서는 이전 요금제 지원률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비례 원칙에서 예외를 두기로 했다. 즉 월 8만 원 요금제나 10만 원 요금제나 보조금 액수가 똑같아도 괜찮다는 것이다.

요금제에 따른 이통사 보조금 산정 기준. 미래창조과학부는 오는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에 따라 고가 요금제에 집중된 보조금(지원금)을 저가 요금제에도 지급하도록 요금제별 보조금에 비례 원칙을 적용했다. 단 상위 30% 이상 고가 요금제는 예외를 둬, 이전 요금제와 동일한 보조금 지급도 허용하기로 했다.(아래)
 요금제에 따른 이통사 보조금 산정 기준. 미래창조과학부는 오는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에 따라 고가 요금제에 집중된 보조금(지원금)을 저가 요금제에도 지급하도록 요금제별 보조금에 비례 원칙을 적용했다. 단 상위 30% 이상 고가 요금제는 예외를 둬, 이전 요금제와 동일한 보조금 지급도 허용하기로 했다.(아래)
ⓒ 미래창조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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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보조금 대신 요금 할인을 선택할 경우 2년 약정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해약하게 되면 계산이 더 복잡해진다. 단말기 보조금의 경우 단말기 출고원가에서 빠지기 때문에 일정 기간 유지하면 잔여 할부원금 외에 위약금을 따로 낼 필요가 없었지만, 보조금 대신 할인 받은 요금은 기간 약정 할인과 마찬가지로 일정 부분 이통사에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류재명 과장도 "기존 단말기 보조금 관련 위약금은 유명무실하고 기간 약정 할인 위약금은 존재하는데 보조금 대체 요금 할인과 묶이면 중도 해약시 더 복잡해진다"라면서 "앞으로 위약금 관련 약관 검토해 형평성에 맞게 정리하겠다"라고 밝혔다.

보조금 '분리 공시' 허용 여부도 변수다. 방통위는 지난 8일 회의에서 이통사 보조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구분해 공시하는 '분리 공시'를 적용할 지 결론을 내리지 못 했다. 분리 공시가 허용돼 이통사 보조금 수준을 알아야 요금제에 따른 보조금 비례 원칙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다. 

류 과장은 "단말기 보조금과 (보조금 대체) 요금 할인 사이에 괴리가 크다면 이용자가 요금 할인을 선택할 인센티브가 떨어진다"라면서 "현장에서 분리 공시가 되면 보조금 규모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데 분리 공시 외에 다른 방법이 있는지도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보조금 대체 요금 할인제가 적용되면 2년 약정을 끝내고 재약정하는 가입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SK텔레콤의 경우 2년 약정이 만료된 가입자가 1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한꺼번에 추가 약정을 통해 보조금 대체 요금 할인을 선택받을 경우, 그 액수가 매달 수천억 원에 이를 수도 있다.

보조금 상한선 올려도 전체 규모 안 늘면 '조삼모사'

오는 10월 1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후 휴대전화 보조금은 늘어날까, 줄어들까.
 오는 10월 1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후 휴대전화 보조금은 늘어날까, 줄어들까.
ⓒ 이선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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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이통사가 현재 20%인 약정 할인 비율을 줄여 조삼모사로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류 과장은 "새 제도에서 약정 할인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고민 중"이라면서도 "약정 할인은 가입자가 장기간 남아있는데 따른 보상 차원인데 이를 없애는 건 그런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통사가 보조금 상한선에 가깝게 보조금을 지급하리란 보장도 없다. 어차피 이통사에서 지급할 수 있는 보조금 전체 규모는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보조금 공시제로 혜택을 받는 이용자 숫자가 늘수록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몫을 그만큼 줄일 수밖에 없다. 이통사로서는 앞 그래프에서 상한선에 근접한 1번보다는 2번이나 3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합법적 보조금'은 제자리에 머물고 온라인을 통해 고가 요금제-고가폰 번호 이동 가입자를 겨냥한 각종 편법 보조금이 판을 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보조금 상한선을 얼마로 정하든 이통사에서 지급할 수 있는 보조금 액수에 한계가 있다"라면서 "단통법이 제 역할을 하려면 단말기 출고가가 지금보다 더 떨어지는 방법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태그:#단통법, #단말기 보조금, #보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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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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