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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7.30 동작을 전략공천 발표 직후 장고를 거듭해 온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오른쪽)이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전략공천 수락' 입장을 표명하자,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이 난입해 강력 항의하고 있다.
▲ 기동민 동작을 출마 선언... 허동준 난입 새정치민주연합 7.30 동작을 전략공천 발표 직후 장고를 거듭해 온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오른쪽)이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전략공천 수락' 입장을 표명하자,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이 난입해 강력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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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은 철새 도래지가 아니다. 약은 약사에게, 동작(을)은 동작주민으로."

7·30 재보선의 최대 승부처가 돼버린 서울 동작을 지역구에 나붙은 플래카드 구호입니다. 이 플래카드는 서울 동작구에서 활동하는 지역운동단체인 '희망나눔 동작네트워크'가 지난달 14일 내건 것입니다.

유호근 사무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7·30 보궐선거 전략공천에 반대한다"며 "지역을 대표해 국가의 문제를 다루는 사람이 '지역구 국회의원'이라면 지역주민과 밀착된 사람이 지역주민의 대표가 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유 사무국장은 "특히나 동작을은 너무 오랜 기간 뜨내기들의 놀이터가 돼 왔다"며 "이계안, 정동영, 정몽준 등의 정치인은 당선되면 그만이었고 동작을 주민들은 버림받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그는 "동작을은 정치적 야심가들의 노리개가 됐다"며 "어떤 오해나 불이익이 있더라도 이런 지역의 불만과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 이를 실천하게 됐다"고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우리의 현수막으로 그들의 정책이 바뀔지 알 수 없"지만, "필요할 때 이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우리같은 풀뿌리 시민단체의 몫"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이 단체는 비영리단체로 주로 저소득층 희망나눔 운동이나 풀뿌리 주민참여운동을 하는 곳인데 왜 이런 정치 플래카드를 내걸게 됐을까요?

야권의 공천 현실이 지역운동단체의 고민을 고스란히 반영한다고 봅니다.

기동민-허동준, 노회찬-유선희-김종철 '왜 싸우나'

새정치민주연합 7.30 동작을 전략공천 발표 직후 장고를 거듭해 온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전략공천 수락'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 기동민 동작을 출마 선언 새정치민주연합 7.30 동작을 전략공천 발표 직후 장고를 거듭해 온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전략공천 수락'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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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광산을에 도전해 사무실까지 개소했던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후보등록을 이틀 앞둔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작을 보궐선거에 출마하라는 당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현장에 허동준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갑자기 나타났고, 당직자들과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허 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내가 폭력적인 사람은 아니"라며 "기동민 부시장을 만나 설득하고 싶었다"고 말했지만, 매스컴은 하루종일 이 장면을 내보내며 난장판이 돼버린 야권의 정치현실을 비판했습니다.

실제 두 사람은 20년이 넘는 학생운동 선후배 사이로 함께 김근태계에서 활동해 온 정치적 동지이기도 합니다. 둘 사이를 갈라놓고 동지끼리 싸움 붙인 이 공천에 대한 불만은 당내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정치도의에 맞는 공천이냐 하는 것이 쟁점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공천이 새정치민주연합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기동민 전 부시장의 기자회견과 허동준 위원장의 기자회견이 잇달아 이어진 뒤 곧장 국회 정론관에 얼굴을 내민 사람은 노회찬 정의당 전 공동대표였습니다. 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야당의 체질개선 없이, 야권의 재편 없이 2017년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며 "이번 7·30 재보궐선거는 한국정치의 판갈이 시즌2의 신호탄이 돼야 한다, 내가 앞장서서 낡은 정치판을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그는 "이번 재보선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양당이 하는 6·4지방선거의 연장전이 아니"라며 "또 새누리당 과반의석 확보나 새정치민주연합에 의한 그것의 저지라는 식으로 이번 선거의 의미가 호도돼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 "이번 재보선에서 오만한 새누리당과 무기력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모두를 환골탈태시키는 정치 판갈이를 할 수 있도록 저를 당선시켜 달라"며 "대한민국 정치의 혁신을 위해 노회찬이 있는 국회를 만들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노 전 대표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마들연구소를 설립한 뒤 지금까지도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대표 정치인으로 이름이 높습니다. 동작사람이라기보다는 노원사람인 셈이지요.

'구로사람' '광주사람' '노원사람' 줄줄이 동작으로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노회찬·유선희·김종철 후보(왼쪽부터).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노회찬·유선희·김종철 후보(왼쪽부터).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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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선 지난 7일 유선희 통합진보당 최고위원도 서울 동작을 출마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유 최고위원은 "이번 7·30 재보선은 미완에 그친 박근혜-새누리당을 준엄하게 심판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며 "종북색깔론에 갇힌 무기력한 제1야당으로는 박근혜 정권을 심판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유 최고위원은 "종북색깔론에 갇혀 야권의 단결을 외면하고 박근혜 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지 못하는 제1야당의 무능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강력한 제3세력이 있어야 잘못된 기득권 양당구조를 혁파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진보정치의 새로운 활로를 열겠다"며 '진보후보 단일화 추진'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유 최고위원 역시 동작사람은 아닙니다. 그는 ▲ 구로구청 구정공동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이며 ▲구로구 근로자복지센터 이사 ▲구로청년회 회장을 지냈습니다. 주로 서울 구로구에 적을 두고 활동해 온 정치인 같습니다.

그리고 이 지역에서 오랜 세월 정치활동을 해온 노동당의 김종철 후보가 있습니다. 김 후보는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동작을에 출마해서 5.14%의 지지를 얻은 바 있습니다. 동작구를 기반으로 탄탄한 지역활동을 해 온 그는 이번 도전에서도 2012년 때와 비슷한 지지율을 얻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분위기입니다. 김 후보는 이미 지난달 16일 예비후보로 등록했고 현재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는 8일 노회찬, 유선희 두 후보의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 후보는 "비록 지금은 갈라져 있지만, 이전 민주노동당에서 함께 활동해 왔던 경험과 향후 진보정당의 재편과 공동 진로모색 등의 관점에서 볼 때 아쉬움이 있다"며 두 후보의 출마에 씁쓸한 뒷맛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미 다른 지역에서 지역활동과 출마경험을 한 두 분이 지역을 전격적으로 옮겨 오신 것도 아쉽다"며 "이곳 동작을은 지난 10여 년간 전략공천이라는 이름 아래 다른 지역에 살고 있던 후보들이 공천을 받아 당선 또는 낙선한 후 지역을 떠나, 소위 낙하산 정치에 대한 주민 반발이 큰 지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후보는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주민들에서 평가를 받기가 어려워지면서 주민들의 정치불신이 강해지고 있는 지역"이라며 "기왕 경쟁이 시작되는 만큼 담담하게 저의 정책내용과 그간의 지역활동을 근거로 평가를 받도록 하겠다"고 선의의 경쟁을 당부했습니다.

기동민 전 부시장과 허동준 위원장은 '같은 당' '같은 계파' '같은 운동조직'에 속해 있다가 이번 공천으로 운명이 엇갈린 셈이고, 노회찬 전 대표와 유선희 최고위원 그리고 김종철 후보는 과거 민주노동당 동지로 척박한 진보정치의 선후배였는데 지금은 분당과정을 통해 소속 정당이 바뀌면서 모두 일렬로 경쟁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출마할 지역구가 많지 않은 재보선의 특성이 있다 해도, 과도하게 몰리는 분위기가 틀림없어 보입니다.

풀뿌리 주민들의 선택은?

이 후보들을 지역별로 나눠보면 기동민, 노회찬, 유선희 후보는 모두 동작사람이 아닙니다. 허동준, 김종철 후보는 동작사람이지요. 물론,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데 반드시 해당 지역 출신이라야 한다는 공식은 없습니다. 오히려 지역과 유착된 토착 정치인이라면 부정부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우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지역사회에 오랜 세월 뿌리내리고 활동해 지역정치인들을 배제하고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내리꽂는 후보들이 그 지역 주민들에게 얼마나 박수 받을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각 당이 무질서하게 소위 전략공천이라는 미명으로 앞다퉈 공천하고 선거전에 뛰어드는 것에도 정치권 안에서는 문제의식이 깊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아무리 룸(출마할 곳)이 없다 해도 이렇게 선후배 정치 도의도 없이 다 출마해도 되느냐"며 "야권의 정치는 명분과 품격으로 하는 건데 완전히 양아치 정치가 돼 버렸다"고 힐난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 동작을에서만 야권 후보 다섯이 경쟁하게 됐습니다. 예비후보로 등록해 활동중인 허동준 위원장을 포함해 기동민 전 부시장, 노회찬 전 대표, 유선희 최고위원, 김종철 노동당 부대표까지 모두 다섯이지요. 이렇게 야권이 분열돼 있다면 새누리당의 그 어떤 후보도 자신감을 내비칠 것 같습니다. 한 둘도 아니고 무려 다섯이나 갈린 마당에 여권표가 집결하면 승리는 떼 놓은 당상이겠지요.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새누리당은 나경원 전 의원 출마로 정리되는 분위기입니다.

야권 지도부는 이번 7·30 재보선을 통해 '여소야대' 국면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판을 짜놓고 야권의 승리를 이끌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태그:#기동민, #허동준, #노회찬, #유선희,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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