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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형제는 너무 달라. 분명 한 부모 아래 태어난 친형제인데 둘이 달라도 그리 다를 수 있을까." 

살다 보면 드물지 않게 이 같은 얘기들을 주변에서 들을 수 있다.

피를 나눈 사이는 아무래도 닮은 구석이 많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란성 쌍둥이 정도를 빼고는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사실상 없다. 일란성 쌍둥이 조차도 후천적인 영향까지 감안하면 생물학적으로 완전히 같다고는 할 수 없다.

브라질 월드컵 구장은 인종의 전시장이나 마찬가지이다. TV 화면을 통해 보이는 운동장의 선수들이나 관중석의 응원단은 인종적으로 다채롭기 짝이 없다. 

최근 들어 이민족 혹은 다른 인종간의 '혼혈'은 과거보다 한층 활발해지는 양상이다. 외모만 보고는 출신 민족은 말할 것도 심지어 인종을 짐작하기 어려운 예도 있을 정도이다.

도대체 사람은 어느 정도나 서로 다를 수 있을까. 개개인의 유일성이 유전자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가정하면, 유전자의 다양성은 곧 인간의 다양성을 유추할 수 있는 유력한 잣대가 될 수 있다.

유전자를 이루는 기본 단위인 핵산(DNA)을 기준으로 서로 다른 사람이 존재할 가능성을 계산하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천문학적 숫자가 나온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연구팀의 계산에 따르면, 아주 낮춰 잡아도 DNA 차원에서 무려 2000자리 숫자의 서로 다른 사람이 생겨날 수 있다.

1조는 13자리 숫자이다. 2000자리의 숫자 하나를 종이 위에 쓰려면, 그 자체로 20~30분쯤은 걸리지 않을까. 현생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한 이래 지금까지 지구 땅을 밟았다 떠난 사람들까지를 다 합쳐도 2000자리 숫자가 되기에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 앞으로 수십 만년 혹은 수백만 년 후에 태어날 인간까지 다 더해도, 역시 2000자리 숫자에 근접하기 조차 어렵다.

같은 사람이 존재할 확률은 '0'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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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람이 존재할 확률은 0에 가까울 정도로 낮다는 건 거의 확정적인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다른 사람들을 비슷한 그룹으로 무리 짓는 게 가능할까. 답은 알쏭달쏭하게도 그럴 수도 있으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류 가운데 상당수는 동양인, 유럽인, 아프리카인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실제로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이라도 인종 정도는 외모만 보고서도 가려낼 수 있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유전자 차원에서는 접근하면, 얘기가 꼬인다. 단적인 예로 같은 민족 혹은 인종끼리가 다른 민족, 인종과 보다 유전적으로 더 닮았는지에 대해 뭐라 확답하기 힘들다. 다시 말해, A라는 한국사람이 B라는 중국사람보다는 C라는 한국사람과 더 닮았다고 유전적으로 결론짓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유타 대학에서 이뤄진 한 연구에 따르면, 유럽인 가운데 아시아인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유전적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이 대학 팀은 1056명의 유럽인들을 대상으로 337개 유전자 부위를 조사했는데, 유럽인을 닮았다기 보다는 아시아인을 더 닮은 유럽인들이 3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같은 민족끼리는 유전적으로 더 닮아있을 개연성이 큰 것도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닮은 외모를 바탕으로 유전적으로 서로 닮아 있다고 추정하는 건 섣부르다. 

살다 보면 전적으로 남인데도, 간혹 외모가 닮은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외모를 결정하는 유전자는 인간의 수많은 유전자 극히 일부분일 수도 있다. 바꿔 말해 겉으로 닮지 않은 듯 한 두 사람이 DNA 배열 차원에서는 서로 더 많이 닮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일란성 쌍둥이를 제외하곤 세상에서 서로 가장 닮을 확률이 높은 사람은 부모 자식 간이다. 최근 들어 해마다 늘고 있는 친자 유전자 검사는 바로 이 닮은 정도를 밝혀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재 통용되는 친자 유전자 검사 기법을 기준으로 하면, 유전자 검사를 했을 때 부모 자식 사이의 유전자 차이는 0.05%이내이다.  친자 검사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이른바 표지 유전자를 검사에 활용한다. 13개의 표지 유전자를 사용할 때, 혈연관계가 없는 두 사람이 동일인으로 동정될 확률은 1/1,000,000,000,000,000,000에 불과하다.

세상에 똑 같은 두 사람이 존재할 가능성은 우주에서 똑 같은 두 개의 별을 찾아내는 것만큼이나 낮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 세상에 오로지 나"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위클리공감(www.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입니다. 도움말: 서울대 의대 성문우 교수(진단검사의학)



태그:#천년기념물, #유전자, #인간, #친자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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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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