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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다 하루끼의 <북한 현대사>
 와다 하루끼의 <북한 현대사>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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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현대사>는 2012년 4월 일본 이와나미출판사(岩波書店)에서 출간된 <북조선 현대사>를 번역한 것이다. 1932년부터 시작되는 만주항일무장투쟁기의 김일성 시대부터 2012년에 막을 내리는 격변의 김정일 시대에 이르기까지 북한현대사 100년의 정치외교가 망라된 책이다. <북한 현대사>는 여기에 '보론'으로 '김정은 시대의 북한'을 덧붙였다.

<북한 현대사>의 저자 와다 하루끼는 일본에서 행동하는 진보 지식인으로 널리 알려진 역사학자다. 저자의 주전공은 러시아사다. 도쿄대학 문학부 서양사학과에서 러시아사를 전공하고, 같은 대학 사회과학연구소 교수로 러시아지역 연구를 담당했다.

그런데 그는 우리나라에서 남북한 현대사의 연구자로 더 알려져 있다. 북한 연구에 관한 한 일본 내에서도 상당히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옮긴이는 저자가 북한과 만난 것은 일본인 러시아사 연구자로서 당연한 귀결이었다고 말한다.

북한이라는 나라 자체가 갖는 흥미진진함 역시 저자를 북한사 연구로 끌어들인 중요한 요인이었던 듯하다.

북한이 수수께끼의 나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그다지 옛날 일이 아니다. (···) 북한이 수수께끼의 나라라면 진실을 알고 싶은 것은 자연스럽다. ('서문'에서)

해방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남북관계는 늘 엄중했다. 동북아시아의 명실상부한 화약고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1968년 북한 특수부대의 청와대 진격사건을 비롯해 1999년의 서해교전과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에 이르기까지 남북한 사이에는 늘 크고 작은 총성이 멈추지 않았다.

일본 석학이 쓴 북한현대사

남북한 현대사 전체가 이렇게 팽팽한 긴장 속에서 펼쳐진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남과 북은 한겨레다. 그 민족적 당위성 때문에 늘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강박에 쫓긴 탓일까. 그럴지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는 정치적이거나 역사적인 이유가 더 커 보인다.

한국전쟁은 1950년에 발발해 약 3년간 남북한을 통틀어 500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한민족 역사상 최대의 비극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그것은 1948년에 한반도를 판도로 하는 2개의 국가가 탄생했을 때 이미 잉태되고 있었다. 북측과 남측의 영토 통일안인 '국토완정(國土完整)'과 '북벌통일(北伐統一)'이 거세게 맞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헌법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는 서울이며, 평양은 임시수도일 뿐이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헌법에 한반도 전체라고 쓰여 있다. 어느 쪽에서 보아도 38선 너머에 있는 정부라는 것은 자신들의 판도에 진을 치고 앉은 외국의 괴뢰정권에 불과하다. 논리적으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공화국은 서로 받아들일 수도, 화해할 수도 없는 존재였다. (79쪽)

수수께끼의 나라 북한의 알파와 오메가는 김일성이다. 우리는 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본명 김성주. 지금은 '만경대'라는 이름으로 보존되고 있는, 평양 교외 대동군 남리에서 출생. 어머니 강반석은 이웃마을 칠곡에 있는 기독교 교회 장로의 딸이었다. 아버지 김형직은 소장농의 아들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으며, 평양 시내 미션스쿨인 숭실중학을 다녔다. 하지만 '김일성'이라는 이름에서 '기독교'를 떠올릴 수 있는 우리나라 국민은 그다지 많지 않으리라.

김일성이 이끄는 부대가 항일독립운동의 무장투쟁 중 가장 혁혁한 전과를 올린 사실을 아는 이 또한 많지 않다. 1940년 3월 25일, 김일성 유격대는 일본 관동군 토벌부대인 마에다 중대를 전멸시킨다. 마에다는 매복한 김일성 부대에게 자신의 부대원 140명 중 120명을 잃는다.

마에다 타께이찌는 조선에서 부임해와 만주에서 경찰서 서장을 하고 있다가 김일성 토벌부대에 참가했다고 한다. 그는 평소 입버릇처럼 "김일성의 목은 내가 벤다"고도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에다 부대는 생쌀을 씹고 눈을 녹여 마시며 극한의 상황에 몰린 김일성 부대의 매복 작전에 걸려 전멸이나 다름없는 타격을 입었다.

김일성에서 시작하는 이 책은 그의 손자이자 현재 북한 국가기관의 모든 부문에서 최고지도자로서의 지위를 갖춘 김정은에서 끝난다. 저자는 김정은이 부친인 김정일의 정책을 계승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분석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젊은 지도자의 개성이 정치 스타일에서 발휘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김정은은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탄생 100주년 열병식에서 육성 연설을 한다. 저자는 김정은이 그 최초의 연설에서 "새 세기 산업혁명"을 목표로 삼겠다고 말한 점이 새로웠다고 평가했다. 김정은의 지시로 모란봉악단이 편성돼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 가수가 디즈니 캐릭터들과 함께 등장해 화제를 모은 점도 특기하고 있다.

물론 저자의 말마따나 김정은은 능력과 경험, 판단력 등 모든 점에서 여전히 미지수인 젊은 지도자일 뿐이다. 그가 절대적인 유일 지도자가 되어 곤경에 처한 나라의 운명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는 그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지금 김정은의 생각과 능력이 시험대에 올라 있음을 의심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북한이라는 나라에 대해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배경이다.

저자는 북한이라는 나라를 '내부정보를 완전히 비밀에 부치는 데 성공한 예외적인 국가'로 규정한다. 저자가 1981년부터 시작한 북한 연구에서 북한을 과학적 연구의 대상으로 포착하여 '내재적 북한 이해'를 시도하는 일을 목표로 해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재적 이해 방법은, 내부자료에 기초한 역사인식에 입각하여 모델을 만들고, 공식자료에 의거해 이를 검증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런 관점과 방법론 덕분일까. 북한 현대사를 차례로 훑어가는 저자의 시선은 객관과 중립의 지점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단문으로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문장들은 통사 읽기의 지루함을 상쇄해 준다. 옮긴이의 평가처럼 저자의 글에서 정신이 긴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의 글이 치밀한 구성 속에 매우 정교하게 짜여 있으며, 개별 정보들이 갖는 의미를 최대한으로 이끌어내는 형태를 지녔기 때문이다. 마치 가전제품의 사용설명서처럼 형용사나 부사가 드물어 책 전체를 통틀어 어느 한 문장도 빼놓고 읽을 수 없는 긴장감이 유지된다. 게다가 쓸데없이 어려운 개념이나 복잡한 이론도 동원하지 않는다. ('옮긴이 후기'에서)

역사는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다. 현재를 통해 미래를 보게 만드는 거울이다. 지금 우리나라 한켠에는 대통령이 외친 통일 대박론 덕분에 근거도 없는 낙관적인 통일론이 횡행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남북 문제를 냉철하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그 과정에서 이 책이 훌륭한 길라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제 오마이뉴스 블로그(blog.ohmynews.com/saesil)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와다 하루끼의 북한 현대사>(와다 하루끼 지음, 남기정 옮김 / 창비 / 2014. 5. 30. / 355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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