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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렸던 개를 찾게 된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즐겁고, 개에 대해 다시금 애정을 쏟아 붓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 가출한 지 14시간 만에 찾게 된 진돗개 유통순 잃어버렸던 개를 찾게 된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즐겁고, 개에 대해 다시금 애정을 쏟아 붓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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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든 개든 집을 떠나봐야 집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지난달 21일 밤 자정이 넘은 시각, 제가 일하는 학원에서 키우던 진돗개 '유통순'이가 한 학생이 급히 오가며 문을 열어둔 찰나의 틈을 타 '탈출'을 했다. 개가 벗어나봤자 동네 근처를 맴돌고 있으리라는 생각에 2시간 가량 동네를 반복해서 돌며 찾아봤지만 개의 흔적은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다.

조용한 밤 동네 저쪽편에서 들려오는 개소리가 혹시나 우리 개 짖는 소리가 아닐까 유심히 귀를 쫑긋 세우기도 했다. 날이 밝으면 다시 학원을 찾아 오겠지, 위안 삼으며 집으로 되돌아 왔고, 눈을 붙인 뒤 아침 일찍 일어나 개를 찾기 위해 동네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찾으러 다니면 다닐수록 개를 다시는 못 만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서서히 밀려 왔다. 혹시나 학원으로 다시 되돌아 올까 싶어 오전 내내 학원 문을 열어놓고 기다렸지만 개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그러다 점심 때가 되어 약속이 있어 볼 일을 보고 있던 도중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다급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통순이 가출했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했어요. 지금 (경북 구미시) 형곡동 롯데리아에서 배회하고 있어요, 지금 막 중앙시장 방면으로 가려해요!"

햄버거 가게를 기점으로 해서 가출견의 뒤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 가출한 개는 배가 몹시 고팠던지 맛있는 냄새가 나는 햄버거 가게 주변을 배회했다. 햄버거 가게를 기점으로 해서 가출견의 뒤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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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속에 있는 여러 '밴드'모임에다가 진돗개 유통순의 가출 사실을 알리며, 혹시나 보게 되면 대략의 위치를 알려달라는 글을 남긴 지 약 1시간도 채 안 되어 걸려온 전화였다.

당장이라도 개를 찾기 위해 쏜살같이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점심 식사 약속이 있었다.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를 나누면서도 속으론 안절부절하지를 못했다. 시간은 점점 흘러만 갔고 바로 앞에 앉아 진지하게 얘기를 하고 있는 사람의 얘기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나의 어색한 얼굴 표정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까 신경을 쓰기도 하면서 어서 빨리 자리가 끝나기만을 학수고대했다.

전화 받은 뒤 30여 분이 지나서야 개를 목격했다는 장소에 가볼 수가 있었다. 이리저리 둘러 보아도 개는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히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을 거라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더욱 초조해져만 갔다.

지친 몸을 네 발에 의지한 채 털레털레 돌아다닐 진돗개 유통순의 모습이 떠올랐다. 잡으면 따끔하게 혼내 줄 생각을 하며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개의 흔적을 밟기 시작했다.

최초로 목격되었다는 형곡동 롯데리아 근처를 둘러 보다가, 인근의 정자에 앉아 아기를 등에 업고 있는 한 할머니에게 혹시나 해서 개에 대해 물어보았다. 할머니는 건너편 골목에서 어떤 한 남자를 따라서 내려갔다는 얘기를 했다.

한참을 내려간 뒤 한 분식점에 여러 명의 아주머니들이 앉아 있어 다시금 물어보았더니 30분 전에 근처를 배회했다고 말했다. 나는 또다시 추적을 해나갔다.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개의 존재를 봤다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노점상을 하는 한 젊은 친구가 가리킨 방향으로 내려갔다. 형곡도서관 공원에 도착해 자전거를 타고 오는 한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니 방금 전에 저리로 갔다며 손을 가리켜 주었다. 급한 마음에 빠른 발걸음으로 달려가다시피 가보았다.

드디어, 놀랍게도 등나무 밑에서 멍하니 가만히 서 있는 진돗개 유통순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잠시 머뭇거리며 나를 쳐다보는 개의 눈빛이 마치 사람처럼 느껴졌다. 다시 한 번 더 부르자 천천히 다가와 나를 알아보는 듯 그서야 꼬리를 힘없이 흔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

개를 찾아 돌아다닐 때는 영원히 볼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이 들게한다.
▲ 개를 처음 발견했을 때는 집나간 아이를 찾은 느낌이 든다. 개를 찾아 돌아다닐 때는 영원히 볼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이 들게한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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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밤새도록 물 한모금도 못 마시며 돌아다녀 입이 몹시나 말라 있었고 지쳐보였다. 개는 주인을 만났다는 안도감에 혹시나 야단을 맞을까 싶어 귀를 뒤로 감추며 목을 낮춘 채 꼬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학원으로 돌아와 문을 열자마자 개는 물그릇이 놓인 곳으로 후다닥 거리며 뛰어가더니 물그릇에 담긴 물을 쉴틈없이 쩝쩝거리며 마시기 시작했다. 집나가 '개고생'을 하고 온 개답게 처량해 보였지만 개를 찾았다는 기쁨에 혼내주려는 마음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개는 물을 정신없이 다 마시곤 학원 복도 바닥에 다리를 길게 뻗어 옆으로 누운 채 이내 잠들어 버렸다.

자는 모습을 보며 지난밤 말그대로 개고생했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피곤에 지쳐 잠을 취하는 진돗개 유통순 자는 모습을 보며 지난밤 말그대로 개고생했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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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피곤했으면 개밥그릇에 놓인 사료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것이, 지난 밤에 개가 겪었던 일들을 떠올리게 했다.

'얼씨구 좋다' 학원 밖 건물을 뛰쳐나와 동네를 배회하다보니 불현듯 돌아갈 집 생각이 났을 것이고, 주인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당황했을 개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혹시 자동차에 치이지나 않을까 가슴 졸이며 걱정했던 지난 시간이 떠올랐다. 개장수들에게 발견돼 어디론가 잡혀가지나 않았을까 별의별 생각이 들었던 지난 밤과 낮이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진돗개 유통순은 많이 닮았다.
▲ 아이들은 워낙 긍정적이라서 개가 가출해도 그다지 걱정을 안 하는 모습이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진돗개 유통순은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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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그 존재가 사라져 봐야만 일상에서의 소중함을 느끼는 법인가 보다.

도망치다시피 가출을 해 밤새도록 애먹인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얄미웠던 개였지만, 영영 찾지 못할 수도 있었을 상황을 생각하니 아찔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말 못하는 동물이기 이전에 어느덧 정이 쌓여 한가족과도 같은 관계가 되어버린 개에게, 앞으로 다시는 훌쩍 어디론가 떠나버리는 일이 없도록 더욱 애정과 관심을 줘야겠다는 마음이 앞서게 된 사건이었다.

우리 가족과 함께 10여 년 이상을 함께 살아가게 될 반려견 유통순은 어느덧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 존재다. 앞으로 더욱 건강하고 모나지 않은 개로 잘 지내길 바래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유통신문(http://한국유통신문.com)과 한국유통신문 카페(http://cafe.naver.com/circulatenews), 블로그(http://blog.naver.com/flower_im)에도 올려집니다.



태그:#진도개 유통순 가출, #형곡동 롯데리아 가출견 배회, #한국유통신문 오마이뉴스 후원, #구미김샘수학과학전문학원 수학무료동영상강의, #가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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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빨간이의 땅 경북 구미에 살고 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우리네 일상을 기사화 시켜 도움을 주는 것을 보람으로 삼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더욱 힘이 쏫는 72년 쥐띠인 결혼한 남자입니다. 토끼같은 아내와 통통튀는 귀여운 아들과 딸로 부터 늘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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