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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더니 의료민영화에 대한 정부 의지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세월호'에서 특히 생명을 다루는 의료분야는 가장 안전해야 할 영역인데요. 그 안전이 흔들리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연재를 통해 의료민영화의 우려점을 자세히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나는 경기도 소도시에 있는 2차 병원에서 근무하는 봉직의(봉급을 받는 의사)다. 10년 넘게 검진센터에서 건강검진을 하고 있다. 우리 병원 검진센터의 주수입은 국민건강공단에서 시행하는 성인병 검진이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지역에 있는 공공기관 공무원이나 조합원 등의 단체 검진이 있었으나 이제는 없어졌다. 영업사원을 동반하여 로비를 하는 전문 검진센터들로 단체 검진이 옮겨 갔기 때문이다.

건강검진 단체계약에서 '을'이 되는 병원들

공공기관이나 조합 등은 수백명이 병원과 계약을 하여 건강검진을 하게 되는데 계약 액수가 수천 만 원이다. 그래서 계약서를 쓰기 시작하면 단체들은 '갑'으로 변한다. '을'이 된 건강검진 기관은 미리 30% 이상의 할인을 제시하고, 갑이 요구하는 이런저런 물품 혹은 부대조건들을 얹어준다.

어떤 기관에서는 백만 원 상당의 키·몸무게 측정기를 요구했고 어떤 기관에서는 혈압 측정기를 기증해 달라고 했다. 내가 근무한 병원은 기본적으로 로비를 하지 않고 부대조건을 제시하지 않는 게 원칙이었지만 갑의 요구를 맞추어 주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영업사원을 동반하여 로비를 하는 전문 검진센터들이 활동을 시작하더니, 단체 검진들을 가져갔다. 우리 병원에서 3년간 단체로 종합검진을 하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가끔 다른 병원에서 검진한 결과지를 가지고 오기도 한다. 물론 서운했지만 어쩌겠는가. 그분들에게도 나름 사정이 있는 것을.

이분들 개개인의 의견이 종합되어 단체 검진을 받는 게 아니다. 그저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 대로 따르는 것뿐이다. 어느 병원에서 하는지, 어떤 항목을 하는지, 검사 후 이상이 발견이 되면 어떻게 치료를 하는지 설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진행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농사 짓다 말고 봉고차에 실려가 강남 인근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며칠 후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지를 받게 되면 그나마 안면이 있는 우리 병원으로 찾아 오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지역 시청에 항의했다. 지역 주민들이 지역병원을 이용하게 해달라고. 그 결과, 공무원들이 여러 군데서 선택하여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바뀌었다.

단체 검진이 빠져나간 첫 해, 수천 만 원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직원들은 합심하여 친절하고 성심성의껏 공단검진(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사무직일 경우 2년에 한번, 비사무직일 경우 1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검진, 직장가입자, 지역 세대주, 만 40대 이상의 세대원 및 피부양자 등을 대상으로 한다)을 했다.

지금은 그 적자가 메워졌을 뿐만 아니라, 지역 내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검진 병원이라는 평판까지 얻었다. 그리고 다른 병원처럼 할인율을 높인 개인종합검진도 만들었다. 큰병원은 고급 시설과 부대 서비스로 검진 환자를 늘리지만 작은 병원들은 할인율을 높여 낮은 가격으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상위 몇 %만이 이용할 수 있는 호텔같은 병원

지난 11일 정부가 병원 부대사업 규제완화를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및  영리자회사 설립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병원이 본격적으로 부대사업을 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검진센터들 중에 자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곳은 기업이 주인인 병원과 의과대학을 가지고 있는 병원이 대부분일 터. 소위 '빅5'라고 불리는 큰병원들은 숙박업, 피트니스 센터, 식당, 건강식품 회사 등을 자회사로 두어 건강 검진 센터의 매출액을 늘이는데 활용할 것이다.

지금도 서울에서 가장 잘 나가는 종합병원의 지하에는 아웃도어 매장이 있고, 식당들이 즐비하여 백화점같은 분위기를 충분히 내고 있다. 이런 분위기의 병원들이 앞으로 줄줄이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 검진센터들은 체인점을 형태를 띠게 될 것이고 대기업 커피점들처럼 몇몇 체인점들이 독식하게 될 것이다.

이 센터를 이용하는 환자들은 1박 2일 코스로 영양제를 맞으면서 검진을 받고, 맛있는 죽도 먹고, 운동도 처방 받아 피트니스 센터에서 가벼운 운동도 하게 될 것이다. 말만 들어도 쾌적해 보인다. 지금도 서울의 유명 검진 센터들은 2박 3일 코스의 고급 건강 검진을 마련해 호텔같은 병원까지 리무진으로 이동시켜 준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고급 시설을 누구나 다 이용할 수 있을까? 천만에. 상위 몇 %만을 위한 것이거나 접대용 프로그램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고급 검진만으로 1년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그럼 선택은? 당연히 단체 건강검진을 따내려고 혈안이 될 것이다. 영업사원을 두어 각 회사를 돌아다니게 하거나 골프 자리들을 만들어 수의계약(경쟁계약에 의하지 아니하고 임의로 적당한 상대자를 선정하여 체결하는 계약)을 따내려 들 것이다.

수의계약을 따내기 위해서는 스펙이 좋은 의사들을 영입할 수밖에 없다. 고급 환자들을 모시려면 병원 인력 수준도 따라가야하기 때문. 계약 체결시 단체검진을 하는 회사에 부대항목으로 숙박권, 식당권, 피트니스 이용권 등을 안겨 줄 것이다. 이런 것도 없으면 자회사에서 만든 샴푸라도 상품으로 주게 될 것이다.

부대사업을 가지고 있는 병원 검진센터에 근무하게 되는 경우를 상상해보았다. 체인점 건강검진 병원들은 최고급 고객들을 제외한 일반 검진환자 수백 명을 해결하기 위해 의사와 간호사 등을 고용할 것이고 그들은 하루 40명 이상의 위내시경 검사를 하느라 기계처럼 일해야 할 것이다.

 단체 건강검진 시즌이면 하루 40명 정도의 위내시경 검사를 한 달간 했다. 매일매일 입에 단내가 나는 기분이었고 검진 기계가 되는 것 같았다.
 단체 건강검진 시즌이면 하루 40명 정도의 위내시경 검사를 한 달간 했다. 매일매일 입에 단내가 나는 기분이었고 검진 기계가 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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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강남의 유명 검진센터에서 일한 기억이 있다. 단체 건강검진 시즌이면 하루 40명 정도의 위내시경 검사를 한 달간 했다. 매일매일 입에 단내가 나는 기분이었고 검진 기계가 되는 것 같았다. 두 달간만 일하기로 했는데 더 하라고 해도 못할 것 같았다. 손발을 맞추는 간호사들도 매일매일 정해진 스케줄을 해결하느라 힘들어 보였다.

검진센터는 장기 근무를 하기에는 보람도 없고 반복적인 업무가 대부분이라 근무 조건이나 환경이 좋은 곳으로 쉽게 옮기는 편이다. 의료민영화의 영향으로 검진 센터들마다 경쟁이 심해지면 일이 더 고달파질 것이고, 의료 인력의 근무 주기는 지금보다 더 짧아질 것인다. 동네의사와 달리 올해 검진센터에서 만난 의사를 내년에 다시 볼 수 없는 이유다.

병원이 백화점이나 호텔처럼 되지 않아야 할 이유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으로 다가올 이런 변화들이 반갑지 않다. 그 이유는 첫째, 검진의 목적은 질병의 조기 발견에 있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경우는 위암, 대장암, 간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등이다. 국민보험공단에서 나오는 검진과 대장내시경 검사, 복부 초음파 검사, 갑상선초음파 정도만으로도 조기 발견의 효과는 충분하다. 검진 센터가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CT 검사를 권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둘째, 건강검진으로 얻어지는 병원의 수익은 제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병원은 치료와 연구를 통해 성장해야 한다. 장례식장과 검진센터의 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병원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게 된다(돈이 되는 쪽으로). 셋째, 병원의 수익은 직원들과 지역 사회에 고루 분배되어야 한다. 그래야 직원들의 안정적인 고용 상태를 위해 노력하고 환자의 치료와 회복을 위해 온 힘을 쏟을 수가 있다. 지역사회의 건강을 위해서도 일정 정도의 활동과 나눔으로 질병 예방과 재활 향상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넷째, 병원 전달 체계가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100명의 환자가 발생한 경우 우선 가까운 1차 병원에서 해결되어야 하고 그중에 문제가 되는 것만 2차, 3차로 의뢰되어야 한다. 100명의 환자가 3차 병원에 몰릴 경우 3차 병원만의 특성은 무시되고 1차 진료의 성격으로 낮아지게 된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이유가 남았다. 병원은 병원다워야 하기 때문이다. 병원이 백화점이나 호텔처럼 되지 않아야 할 이유는 아픈 사람들이 충분히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 치료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병원은 진료 기록을 5년 동안 보관하고 있다. 사실 5년도 부족하다. 지금도 지역에서는 수십 년 진료를 하고 있는 2차병원, 동네 의원들이 있다. 작고 건강한 병원들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질병의 회복이 일방적으로 병원에서 행하는 진료 행위에 있는 게 아니고 상호간의 소통과 합의 속에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으로 이 소통이 막히지 않길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원진녹색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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