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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시 동강면에서 쌀농사를 짓고 있는 안영일(60)씨가 주민들이 떠나면서 아까운 농지가 버려지고 있다며 안타깝게 자신의 논을 지켜보고 있다. (자료사진)
 전남 나주시 동강면에서 쌀농사를 짓고 있는 안영일(60)씨가 주민들이 떠나면서 아까운 농지가 버려지고 있다며 안타깝게 자신의 논을 지켜보고 있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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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20일 경기도 의왕시에서 매우 중요한 공청회를 연다. '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라는 긴 이름이다. 이 공청회에서 무엇을 논의하며 왜 중요한 것일까?

이 글은 박근혜 정부가 '쌀 수입허가제'라는 사회 안전망을 폐지하기 위해 여는 공청회에 대한 것이다. 우선 공청회의 이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쌀 수입허가제 폐지 공청회'로 써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에게 세월호의 비극을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로 남기고도 달라지지 않았다.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라면 공청회를 개최하기 전에 정부의 쌀 관세율을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쌀 수입허가제를 폐지하더라도 쌀 농사를 유지할 대책을 마련해서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공청회가 제대로 된 여론 수렴의 장이 된다.

아무 설명도 없는 박근혜 정부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아무 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달까지 결정을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국회가 쌀 수입허가제를 규정하고 있는 양곡관리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아무리 박근혜 정부가 올 9월에 세계무역기구에 쌀 수입관세율을 통보한다고 해서 쌀 수입허가제가 폐지되지 않는다.

거듭 강조한다. 아무리 박근혜 정부가 세계무역기구에 백 번, 천 번 쌀 수입관세율을 통보한다고 해서 대한민국 국회가 양곡관리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정부의 용어을 빌면 쌀 '관세화'는 실현되지 않는다.

지금 박근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공청회가 아니다. 쌀 수입관세율을 국민 앞에 공개하고, 쌀 수입허가제를 폐지하더라도 쌀 농사를 유지할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게을리 하고, 올 9월에 세계무역기구에 쌀 관세율을 통지하려는 계획을 즉각 폐기해야 하고 이 문제를 국회에서 먼저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두 차례의 글 중 첫 번째인 이 글에서는 독자의 편의를 위해 10문 10답 형식으로 내용을 정리한다.

1. 쌀 수입허가제란 무엇인가요?
국민의 주식인 쌀의 생산 기반을 유지하기 위하여, 쌀 수입을 허가제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양곡관리법과 양곡관리법 시행령은 쌀을 '허가대상미곡'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일 농림부 장관의 허가 없이 쌀을 수입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수입쌀을 몰수합니다. (31조) 이 법률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통합공고 수입요령>에서 쌀은 '농림수산식품부의 허가를 받아 수입할 수 있음'이라고 고시하였습니다.

2. 정부가 말하는 '쌀 관세화'란 무엇인가요?
이것은 쌀 수입허가제를 폐지하고, 이를 누구나 '관세'를 부담하면 쌀을 수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관세화'라는 말은 영어의 'tarriffication'을 번역한 말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 말이 쌀 수출국들 입장을 반영하고,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외래어이므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쌀 수입허가제 폐지'라는 국내법 용어를 사용합니다.

3. 쌀 수입허가제를 폐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무엇보다도 국회가 양곡관리법을 개정해야만 합니다. 양곡관리법의 쌀 수입 허가제 조항을 폐지하지 않는 한 쌀 수입 자유화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고시 <통합공고 수입요령>의 쌀 수입 허가제 조항을 삭제해야 합니다. 여기에 대통령령령을 개정해서 세계무역기구 회원국 160개국에서 수입하는 쌀에게 매길 쌀 관세율을 새로 정해야 합니다. (세계무역기구협정 등에 의한 양허관세 규정)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대통령궁 영빈관에서 열린 확대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 확대 정상회담장 입장한 박 대통령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대통령궁 영빈관에서 열린 확대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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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현재 시행 중인 수입 쌀 유전자 조작 검사제도는 어떻게 되나요?
현재 일부 기관만이 정부의 허가를 받아 쌀을 수입할 때 일체 유전자 조작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쌀 수입 허가제가 폐지되어 누구나 자유로이 쌀을 수입하는 체제가 되면 미국은 유전자 조작 검사 의무제 폐지를 강력히 요구할 것입니다. 이미 미국 쌀 생산자 협회는 일본을 압박해서 이 제도를 폐지시키라고 미국 정부에게 요구하였습니다.

5. 쌀 수입허가제 폐지를 결정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나요?
쌀 수입허가제를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폐지할 지를 결정할 권한은 국회에 있습니다. 양곡관리법을 개정할 권한은 국회만이 가지고 있습니다.

6. 정부가 올 9월 말까지 세계무역기구에 쌀 수입허가제 폐지를 통보하지 않으면 내년 1월 1일부터 쌀 수입허가제 폐지를 할 수 없나요?
아닙니다. 국내법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나 대한민국 국회가 내년 1월 1일까지 양곡관리법을 개정하면 쌀 수입허가제는 폐지됩니다. 국내 절차가 먼저입니다. 일본은 정부와 국회 그리고 농업계가 합의하여 1999년 4월 1일부터 쌀 수입허가제를 폐지하기로 하고 그렇게 시행했습니다. 쌀 수출국들이 일본의 통보 내용을 최종 수용한 날짜는 2000년11월 7일이었습니다. 쌀 수입 허가제 폐지는 기본적으로 국내법 문제입니다. 국내 절차가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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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런데 왜 정부는 양곡관리법이 개정되지 않았는데도 올 9월말까지 세계무역기구에 쌀 수입허가제 폐지와 관세율을 통보하려는 것인가요?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는 쌀 수입허가제를 폐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해석이 맞다고 하더라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정부가 혼자 독점할 일이 아닙니다. 정부가 공청회를 앞두고도 쌀 관세율을 알리지 않고 대책도 내놓지 않은 현실을 볼 때, 정부는 세계무역기구 통보를 먼저 해서 이를 기정 사실화시키려고 합니다. 그래서 국제 신인도 추락 등의 구실로 국회를 압박하겠다는 것입니다. 책임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부담에서도 벗어나려는 것입니다.

8. 정부가 세계무역기구에 통보할 쌀 관세율을 지금 국민에게 공개하면 한국에게 손해인가요?
아닙니다. 세계무역기구 조약에 따르면 쌀 수출국들은 한국 정부가 통보한 관세율이 조약에서 정한 계산식에 맞게 계산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으로 3개월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쌀 수출국들에게 갑자기 알려 주어 그들을 시간 부족으로 당황하게 하겠다는 것은 국제법의 상식을 모르는 주장입니다.

게다가 조약에 따르면 쌀 수출국들은 한국의 계산 방식이 조약의 산식을 잘 반영한 것인지에 대해서만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계산한 방식에 대한 점검이 전부인 이 절차에서 무슨 협상 전략상의 비밀이 있을 수 없습니다.

9. 정부가 통보한 쌀 관세율을 내년 이후에도 계속 유지할 수 있나요?
정부가 계산할 쌀 관세율은 1995년의 제1기 세계무역기구 조약에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도하 개발 협상(DDA)이라는 제2기 조약에서 쌀 관세율이 어떻게 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가 가입하려고 하는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에서 쌀 관세율이 어떻게 될지도 미정입니다.

그러므로 쌀 수입허가제를 폐지하겠다고 한다면, 정부가 통보한 쌀 관세율을 앞으로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도 같이 마련해야 합니다. 쌀 관세율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 조약의 체결 전에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특별법이 필요합니다.

10. 지금 국민은 무엇을 할 수 있나요?
20일 의왕시에서 열리는 쌀 수입허가제 폐지 공청회에 참석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정부는 인터넷 의견을 접수받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전화 044-201-1828, 팩스 044-868-2306, 이메일 sypass1@korea.kr) 또는 산업통상자원부 세계무역기구과(전화 044-203-5634/5636, 팩스 044-203-4802, 이메일 jhlee@motie.go.kr)로 의견을 보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송기호 기자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의 변호사이다.



태그:#쌀 수입허가제,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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