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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kV 고압 송전탑 저지 농성 중인 경남 밀양주민과 수녀, 신부, 시민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 경찰청앞에서 지난 11일 행정대집행 강행과 이 과정에서 벌어진 경찰의 폭력을 규탄했다. 고령의 주민 부상자가 속출한 강제 진압 뒤  'V'를 한 채 기념촬영한 경찰을 규탄하면서, 밀양 주민들이 "승리"를 외치며 'V'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 밀양주민이 만든 승리의 'V' 765kV 고압 송전탑 저지 농성 중인 경남 밀양주민과 수녀, 신부, 시민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 경찰청앞에서 지난 11일 행정대집행 강행과 이 과정에서 벌어진 경찰의 폭력을 규탄했다. 고령의 주민 부상자가 속출한 강제 진압 뒤 'V'를 한 채 기념촬영한 경찰을 규탄하면서, 밀양 주민들이 "승리"를 외치며 'V'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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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주민이 만든 승리의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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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11시,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경찰청 앞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80여 명의 기념촬영이 한창이었다. 이들은 '우리가 밀양이다'라고 쓰여 있는 회색·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웃음 지으며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렸고, 입으로는 '김치'나 '치즈' 대신 '승리'라고 외쳤다. 지난 11일 경찰의 밀양 송전탑 행정대집행 당시 여경들이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은 것을 재현한 것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모인 '밀양 할매·할배'들은 경찰청장과 밀양경찰서장의 파면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와 밀양송전탑전국대책회의가 마련한 이날 기자회견은 마을 주민들의 기념사진 촬영으로 문을 열었다. 웃으며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사이로 회색 수도복에 노란 리본을 가슴에 메고 있는 수녀들, 로만 칼라(가톨릭 성직자의 신분을 나타내는 표시로 목에 두르는 희고 빳빳한 깃)를 하고 있는 사제들, 각양각색의 옷을 입은 젊은 활동가들도 보였다. 80여 명의 밀양 주민을 포함해 총 100여 명의 사람들이 기자회견에 모였다.

경찰은 11일 밀양 송전탑 강행을 위한 행정대집행에서 밀양 주민들의 시위 움막을 강제로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주민이 다치고, 경찰의 폭력 행위에 대한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헬멧을 나눠 쓴 활동가들의 머리 위에는 '노인들을 폭력으로 제압하니 좋냐?'는 문구가 한 글자씩 쓰여 있었다.

또한 11일 행정대집행 직후, 밀양 101번 송전탑 건설 예정지에서 경남지방경찰청 소속 여경들이 손가락으로 'V'를 만들며 기념 촬영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여경들이 기념 촬영을 하던 그 시각,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심하게 부상을 당한 주민들은 바로 옆에서 소방헬기를 통해 밀양시내 병원으로 후송되던 중이었다. 해당 사진이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비판 여론이 고조됐다.

밀양 할머니들 "그날의 악몽 때문에 잠도 이루지 못해"

여경들의 태도를 비판하는 기념사진 촬영 후 밀양 할머니들이 마이크를 붙잡았다. 한옥순(66) 할머니는 11일 있었던 행정대집행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그날의 악몽이 오늘도 내일도 계속되고 있다. 잠도 이루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씨의 발언에 눈물을 훔치는 할머니들도 몇몇 보였다.

구미현 할머니는 울먹이며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나는 그때에 머물러있다"고 말했다. 구씨는 "(경찰이) 우리를 물건으로 여겼다, 우리는 사람이 아니었다"며 "거의 절반이 실신했는데 주민 안전은 생각도 하지 않고 우리를 끌어냈다"고 말했다. 여기저기서 '옳소'하는 주민들의 외침이 이어졌다.

765kV 고압 송전탑 저지 농성 중인 경남 밀양주민과 수녀, 신부, 시민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 경찰청앞에서 지난 11일 행정대집행 강행과 이 과정에서 벌어진 경찰의 폭력을 규탄했다.
▲ 경찰 폭력진압 규탄하는 밀양 할매 765kV 고압 송전탑 저지 농성 중인 경남 밀양주민과 수녀, 신부, 시민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 경찰청앞에서 지난 11일 행정대집행 강행과 이 과정에서 벌어진 경찰의 폭력을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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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폭력 규탄하는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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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서영섭 신부가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와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의 이름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서 신부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세상은 폭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서씨는 정부가 "마지막까지 눈물로 호소하며 대화를 요청했던 주민들의 피맺힌 절규를 외면"했다며 "이날 경찰이 보여준 행태는 경찰의 직무를 포기하고 한전의 경비용역을 자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 신부가 "폭력진압의 최고 책임자인 경찰청장과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밀양경찰서장의 즉각적인 파면을 촉구한다"고 하자 주민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서 신부는 "우리 수도자들은 밀양의 어르신들과 함께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고 성명서 낭독을 마무리했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회의원 67명이 경찰청장에게 요구해서 어르신들 다치는 일 없게 하겠다고 약속을 받아냈었다"며 "국회의원과의 약속을 어긴 것은 국민을 능욕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해경이 아니라 경찰을 해체해야 한다"며 "어르신들 멍이 안 들도록 다음에는 내가 먼저 가서 맞아드리겠다, 더 열심히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안병주 다산인권센터 활동가, 우미숙 한살림연합공동대표,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의 지지와 연대 발언이 이어졌다.

"경찰, 사전위임장 받은 변호사들 마을 입구에서부터 막아"

밀양피해주민 법률지원단 소속 배영근 변호사는 "주민들로부터 사전위임장을 받은 변호사들을 경찰이 마을 입구에서부터 막았다"며 인권침해감시활동과 변론권 행사 제한을 막은 경찰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배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행정대집행은 공무원과 밀양시의 위임을 받은 제3자만 참여할 수 있다"며 "안전문제가 발생할 때에 한해서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움직일 수 있는 경찰이 오히려 철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소송의 의지를 밝혔다.

고(故) 유한숙씨의 장남 유동환씨는 "아직도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아버지가 왜 그런 선택을 하셨나"며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이건 무언가 잘못됐다"고 외쳤다. 유씨는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경찰을 마음속으로는 100번도 더 죽였다"고 울분을 토로한 뒤 "경찰청장과 밀양경찰서장은 파면시켜야 한다, 그리고 선친과 국민들게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양 대책위 대표인 김준한 신부는 이성한 경찰청장 앞으로 보내는 '국민대집행 영장'을 낭독했다. 김 신부는 "(경찰은) 칼과 절단기로 고령의 주민들, 종교인, 시민들을 끌어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폭력을 행사하였다"며 "수없이 누적된 국가 폭력 전과 경력과 이에 대한 시정 요구에 불복종한 상습 파렴치범으로 규정되는 바, 국민의 이름으로 폭력 집단 소굴인 경찰청을 대집행 철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에 주민들은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765kV 고압 송전탑 저지 농성 중인 경남 밀양주민과 수녀, 신부, 시민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 경찰청앞에서 지난 11일 행정대집행 강행과 이 과정에서 벌어진 경찰의 폭력을 규탄했다. '고향의 봄'을 부르며 밀양 할머니의 어깨를 주무르던 수녀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눈물 흘리는 수녀 765kV 고압 송전탑 저지 농성 중인 경남 밀양주민과 수녀, 신부, 시민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 경찰청앞에서 지난 11일 행정대집행 강행과 이 과정에서 벌어진 경찰의 폭력을 규탄했다. '고향의 봄'을 부르며 밀양 할머니의 어깨를 주무르던 수녀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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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막바지에 밀양 대책위는 노래를 부르며 활동가들과 밀양 주민들이 서로를 위로해주는 순서를 가졌다.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함께 '고향의 봄'을 부르며 서로의 어깨를 두드렸다. 젊은 활동가가 수녀를, 수녀는 밀양 할머니의 어깨를 주물러줬다. 노래를 부르다가 갑자기 눈물을 보이는 주민도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 번 더 기념사진 촬영을 한 후 자리를 해산했다. 밀양 주민들은 언제 울었냐는 듯이 다시 웃으며 손으로 'V'자를 그렸다. 밀양 대책위는 이날 오후 2시, 한국전력공사 앞에서 한 번의 기자회견을 더 가질 예정이다. 밀양 주민들을 둘러싼 경찰 병력 뒤로, 몇몇 경찰청 직원들이 웃으며 점심을 먹으러 나서고 있었다.


태그:#밀양, #송전탑,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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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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