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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중앙일보> 전 주필이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 그는 오랫동안 <중앙일보>에 '문창극 칼럼'을 쓴 언론인이다. 기명칼럼을 쓴 게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문제는 그의 당파성에 있다.

그는 정치색이 너무나 뚜렷한 칼럼을 남발했다. 그가 칼럼을 쓰면 두 정당 중 한쪽은 흐뭇해 했고 다른 한쪽은 불편해 했다. 그런 그를, 세월호 위기 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국가를 개조하겠다고 소리친 박근혜 대통령이 새 총리 후보자로 임명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의 성향을 윤창중, 조갑제씨와 비슷한 수준으로 판단한다. 문창극의 과거 칼럼을 읽노라면 이 같은 비교에 공감하게 된다. 칼럼을 쓴 그는 분명 새누리당에게 '복된 언론인'임에 틀림이 없었다. 반대로 그는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조차 칼럼의 소재로 삼았다. 거인의 생을 조명하는 내용을 기대하면 오산이다. 죽음조차도 그는 당파적 소재로 활용해 비판했다. 

두 전직 대통령, 칼럼으로 욕보인 문창극

긴장한 문창극 총리 후보자 신임 국무총리에 지명된 문창극(전 중앙일보 주필) 후보자가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을 앞두고 긴장한 모습으로 들어서고 있다.
▲ 긴장한 문창극 총리 후보자 신임 국무총리에 지명된 문창극(전 중앙일보 주필) 후보자가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을 앞두고 긴장한 모습으로 들어서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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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은 칼럼 속에서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정의'를 여러 차례 내렸다. 그에 의하면 비자금 수사를 받는 노무현은 '참으로 명예를 모르는 사람('왜 이리 어두침침한가' 중에서)'일 따름이다.

심지어 노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에는 '그의 행동은 적절치 못했다. 그 점이 그의 장례절차나 사후 문제에도 반영되어야 했다('공인의 죽음' 중에서)'고 힐난했다.

죽음뿐 아니라 살아 움직이던 순간에도 그는 인간 노무현에 대한 비하를 그치지 않았다. 그는 노 대통령에 대해 '우리 귀를 더럽히고, 격을 낮추는 (노 대통령의) 말을 2년이나 더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앞으로 남은 기간이 너무 길다는 한탄이 나온다('남은 2년이 너무 길다' 중에서)'라고 비아냥거렸다.

2004년 탄핵을 비판하는 촛불 시위 당시에도 '이번 사태도 대통령이 당파를 초월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이 사람 저 사람을 불러 '탄핵 이후 어떻고…'하는 식으로 번잡하게 보낼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고독해지기를 바란다('당신은 울고 있습니까' 중에서)'고 탄핵을 노 대통령 탓으로 돌린 뒤 반성을 촉구했다.

노무현 정권 출범 100일이 지나는 시점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나는 새 정부(노무현)의 지난 100일은 실패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실패한 100일' 중에서)'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 이유를 '국민들이 나라에 대한 신뢰를 잃어 버리고 있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취임 직후 촛불시위로 서울 도심이 뒤덮였던 이명박 집권 초기에는 '실패했다'는 식의 표현 자체를 사용하지 않았다.

 <중앙일보> 2009년 8월 12일자에 게재된 DJ측 최경환 비서관의 반론보도문. 최 비서관은 문 대기자를 '최소한의 예의도 없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2009년 8월 12일자에 게재된 DJ측 최경환 비서관의 반론보도문. 최 비서관은 문 대기자를 '최소한의 예의도 없다'고 비판했다.
ⓒ 중앙일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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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가했던 칼럼은 또 어떠했는가. 김 대통령이 병세가 깊어져 사경을 헤맬 때 놀랍게도 그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자금 조성과 재산 해외 도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는 단순히 소문 차원이 아니라 언론을 통해 몇 차례 공식적으로 제기된 문제다('마지막 남은 일' 중에서)'이라고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그렇기에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는 전직 대통령을 향해 지금이 기회라는 듯이 공격을 해댔다. 문창극의 칼럼을 게재한 <중앙일보>는 DJ측 최경환 비서관의 반론문을 게재해야 했다.

이명박 당선은 '함박눈', 새누리당 승리는 '기적', 박근혜 당선은...

문창극 "여생 미력이나마 나라에 바치겠다" 신임 국무총리에 지명된 문창극(전 중앙일보 주필) 후보자가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감을 밝힌 뒤 인사를 하고 있다.
▲ 문창극 "여생 미력이나마 나라에 바치겠다" 신임 국무총리에 지명된 문창극(전 중앙일보 주필) 후보자가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감을 밝힌 뒤 인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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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꼭 비판과 악담으로 가득한 칼럼을 쓴 건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싫어한 만큼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사랑과 애정이 느껴지는 글을 썼다.

2007년 대선 직후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자 문창극은 '요즘 이 나라에는 어떤 희망과 설렘이 출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제부터는 무언가 안심할 수 있고, 잘될 것 같기도 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덕담을 나누고… 마치 함박눈이 내린 아침 같다('그 어깨에만 짐을 지우지 말라' 중에서)'고 기뻐했다.

2012년 4·11총선 결과 역시 예상을 뒤엎고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나자 이번에도 문창극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얼마나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던지 선거가 끝난 지 보름 남짓 지난 4월 24일에 4·11총선 결과를 소재로 칼럼을 썼다.

제목도 압권, '기적'이다. 그는 칼럼에서 '(총선결과) 이 나라는 복 있는 나라다… 만일 예상했던 대로 야당이 과반을 차지했다고 가정해보자. 지금 이 나라는 얼마나 어지럽겠는가('기적' 중에서)'라고 새누리당의 승리를 나라의 복으로 해석했다.

지난 대선이 박근혜 후보의 신승으로 끝이 나자 문창극은 '하늘의 평화'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그는 '반대의 결과가 되었을 때 지금 이 나라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역사의 신은 늘 우리 일에 개입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베일 뒤에서 지켜보고 있기만 한다. 그러나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 그는 베일을 뚫고 나타나는 것 같다('하늘의 평화' 중에서)'라고 적었다.

'국민이 요구하는 분 찾고 있다'더니...

 당선이 확실시 되는 안희정 새정치민주연합 충남도지사 후보가 5일 오전 천안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선대위 관계자들과 손을 들어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당선이 확실시 되는 안희정 새정치민주연합 충남도지사 후보가 5일 오전 천안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선대위 관계자들과 손을 들어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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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일 박근혜 대통령은 총리 인선이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 "국가 개혁 적임자로 국민이 요구하는 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8일 후, 박 대통령은 두 가지 요건에 합당한 인물로 문창극을 국민 앞에 소개했다.

'국민이 요구하는 분'을 찾는다던 6월 2일과 새 총리 후보를 소개한 6월 10일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문창극이란 당파적 인물을 소개했을까. 그 사이에는 지방선거가 있었다. 6·4지방선거는 '박근혜 선거'였다. 세월호 대참사 이후에도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자랑하는 박 대통령은 눈물까지 흘렸지만 '비겼다'. '선거의 여왕'이 구원투수로 나선 결과치고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9대 8로 졌고, 충청에선 4곳 모두 야당에게 넘겨줬다. 기존 2대 2 상황에서 대전과 세종까지 넘겨준 것이다. 박 대통령은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고 말했지만 충청 출신 문창극을 총리후보자로 소개한 것을 보면 생각이 많았나 보다.

국민에게는 '국가 개혁'과 '국민이 요구하는 사람'을 찾는다고 했지만 선거 직후 박 대통령은 '충청' 민심을 달래줄 '충청의 아들'로 인재풀을 한정하고, 추가로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넘길 수 있는 사람을 찾았을 것이라고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두 가지 요건에 부합한 인물이 문창극이라는 해석이다. 그가 2013년 김기춘 비서실장과 함께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초대 이사를 지낸 인연도 이번 인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기춘 이사장 - 문창극 이사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2013년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초대 이사장과 이사의 인연을 맺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회보 36호에서 소개한 재단임원 현황 자료.
▲ 김기춘 이사장 - 문창극 이사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2013년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초대 이사장과 이사의 인연을 맺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회보 36호에서 소개한 재단임원 현황 자료.
ⓒ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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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총리후보자는 본인 스스로 "국정경험도 없는 부족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또 앞서 살펴보았듯이 당파색에 갇힌 칼럼을 주로 썼다. 이 같은 인물이 국가 개혁과 나라의 적폐를 제거, 그리고 국민 통합을 이룰 책임총리로 지명됐다. 총리 후보자에 대한 검증 이전에, 그가 인간으로서의 합리적 판단과 이성을 보유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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