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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명 가까운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의 첫 재판이 시작됐다. 10일 오후 2시 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이준석 선장 등 4명과 업무상 과실 선박 매몰 등으로 기소된 선원 11명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재판이 끝난 직후인 이날 오후 6시께 김병권 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원장이 광주지법 앞에서 재판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300명 가까운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의 첫 재판이 시작됐다. 10일 오후 2시 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이준석 선장 등 4명과 업무상 과실 선박 매몰 등으로 기소된 선원 11명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재판이 끝난 직후인 이날 오후 6시께 김병권 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원장이 광주지법 앞에서 재판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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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10일 오후 10시 40분]

10일 오후 2시 22분 광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옅은 황토색 수의를 입은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 15명이 차례로 입장하자 방청석이 술렁였다.

"사람이냐, 밥은 잘 먹고 있냐!" "당신 자식이면 그럴 수 있냐!"

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이날 오후 2시 세월호 선원들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을 진행하기 전 주요 쟁점들을 정리하기 위해 검찰과 변호인, 피해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희생자 가족들이 사고 이후 처음으로 선원들을 본 날이기도 했다. 201호 법정 방청석에 앉은 유족 60명은 동요했다. 재판장 임정엽 부장판사는 여러 번 그들에게 공판 진행 협조 요청을 해야 했다. 이준석 선장 등이 살인죄를 포함해 공소사실 대부분을 부인하는 모습을 본 유족들이 화를 참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애끓는 유족들의 분노 "사람이냐" "당신 자식이면 그럴 수 있냐"

이날 변호인의 진술로 의견을 밝힌 선원 11명 가운데 첫 번째 순서는 이준석 선장이었다. 검찰은 그가 침몰 당시 승객들을 구하지 않고 탈출, 살인과 업무상 과실 선박매몰, 선원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했다. 하지만 이 선장은 모든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의 국선변호인은 "세월호 침몰원인은 무리한 개조·증축으로 인한 복원성 저하, 기준을 초과한 화물적재 등으로 피고인이 통제할 수 없던 것"이라고 말했다. 선장이 아무런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공소사실도 반박했다. 세월호가 기울자 조타실로 이동해 상황을 파악했고, 선내 대기와 퇴선 방송을 지시하는 등 가능한 구호조치를 했다는 주장이었다.

변호인은 특히 살인죄의 경우 "피고인이 '승객들이 죽어도 좋다'고 용인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피고인에게도 가족과 자손들이 있다"며 "검찰의 주장은 제반 사정과 상식에 비춰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이 함께 살인죄를 적용한 1등 항해사 강아무개씨와 2등 항해사 김아무개씨, 기관장 박아무개씨의 논리도 같았다.

4월 16일 오전 8시 49분쯤 급격한 변침을 시도했던 3등 항해사 박아무개씨 주장 역시 비슷했다. 이 선장과 함께 그를 변호한 국선변호인은 "피고인은 사고 직후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조타실 구석에 쪼그려 앉아 울고만 있었다"며 "어떻게 구조됐는지조차 정확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그 이상의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박씨는 재판장이 이름과 주소 등을 확인할 때도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울먹이면서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선원들은 혐의 부인... "잘못했지만 그 이상 책임 묻는 건 옳지 않다"

이준석(69)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재판이 10일 오후 2시 광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열리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선장 등 4명, 업무상 과실 선박매몰 또는 유기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11명 등 피고인 15명에 대한 첫 재판을 열었다.
▲ 세월호 선원 첫 공판 이준석(69)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재판이 10일 오후 2시 광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열리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선장 등 4명, 업무상 과실 선박매몰 또는 유기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11명 등 피고인 15명에 대한 첫 재판을 열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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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선원들은 사고를 감추기 위해 가까운 진도가 아닌 제주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연락할 수 있는 12번 무전채널을 이용했고, 이동이 자유로웠는데도 승객들을 구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선원들이 먼저 구조된 다음 신분도 감추지 않았고 오히려 해경의 구조활동을 도왔다고 주장했다.

12번 채널을 켰던 강아무개씨의 국선변호인은 그가 새벽당직을 마치고 자다가 조타실로 뛰어나와 정확한 사고 위치를 몰랐지만, 제주 인근으로 여겼다고 했다. 또 강씨가 조타실에서 침실로 돌아가 휴대전화를 가지고 나온 일도 "쉽진 않았지만 조타기 부근에 위치한 선원들의 손을 잡고 조타실 바로 뒤 침실로 갔다"고 주장했다. 1등 항해사 신아무개씨의 국선변호인은 그가 사고 전날 청해진해운에 입사, 4월 16일 세월호를 처음 탔기 때문에 배의 구조나 장비 등을 잘 몰랐다고 해명했다.

"피고인들도 죄책감으로 하루하루 힘들게 버티고 있다" "먼저 퇴선한 점은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선원들의 모습에 유족들은 분노했다. 몇몇 사람들은 그들이 웃는다며 어이없어했다. 심리 도중 발언권을 얻은 한 유족은 변호인들이 거듭 혐의를 인정하지 않자 "아무리 국선이라도 조사도 안하고 변호하냐, 적당히 좀 하라"며 항의했다.

심리가 끝난 오후 6시쯤 버스가 대기 중인 광주지법 정문 앞으로 온 중년 여성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의 어머니였다.

"호송차량 멈춰서 '진실 좀 얘기해달라'고 해야겠다"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들의 공판준비기일이 열리고 있는 10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앞. 유족들은 이날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들의 공판준비기일이 열리고 있는 10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앞. 유족들은 이날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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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터져서…이게 말이 되냐! 내가 그 사람들 얘기 들으러 새벽밥 먹고 여기까지 와야 하냐? 내 새끼를 죽인 놈들을 앞에다 놓고도… 난 진짜 물병 던질 것 같아서 중간에 나왔다."

법정에서 재판부에 철저한 진실 규명과 엄중한 처벌을 부탁했던 김병권 유족대책위원회 대표 역시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피고인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저 친구들 만나서 진실 얘기하라고, (호송)버스를 멈춰서 진실을 좀 얘기해달라고 해야겠다"고 말했다(관련 기사 :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간 아이들...한을 풀어달라").

김 대표는 곧 다른 유족들과 호송차량이 있는 주차장으로 몰려갔다. 유족 100여명은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들을 보고 '거짓말 하지마라'고 얘기 좀 해야겠다며 두 시간 가까이 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안산에서 다른 유족들이 오늘 재판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족들은 못내 아쉬워하며 7시 40분쯤 귀경버스에 올라탔다.

한편 재판부는 생존자 증인 채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 부장판사는 "배 상황에 대해서는 증인이 나와야 한다, 자세히 들어야 한다"며 검찰에 증언 가능한 생존자들을 파악해 달라고 했다. 또 빠르면 6월말쯤 세월호와 구조가 비슷한 오하나마호의 현장검증을 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은 17일 오전 10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손아무개씨 등 선원 4명의 공소사실 인정 여부를 듣고 증거목록 등을 정리할 예정이다.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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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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