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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가 9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6.4 지방선거와 진보정치의 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가 9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6.4 지방선거와 진보정치의 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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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역단체장 당선자의 정당별 분포를 보면 여전히 동서구도다.
"원래 안철수 세력이나 진보정당이 그런 구도를 변화시켜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안철수 세력이 민주당과 합당한 상황에서 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그런 변화가 없다는 것은 처음부터 예상할 수 있었다. 한가지 더 아쉬운 점은 진보가 이전보다 그 역할이 더 많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평가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애초부터 이번 선거는 정당구조나 정당체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선거가 아니었다."

- 지역대결보다 세대대결이 더 강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사회는 굉장히 동질적이다. 이탈리아 남부와 북구의 차이에 비하면 지역간 문화나 언어, 경제적 차이가 크지 않다. 영호남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 차이가 엄청 크지 않다. 투표에서만 지역간 차이가 나타난다. 사회의 중심적 갈등이 표현되면 지역갈등이나 세대갈등이 줄어든다. 세대나 지역은 가짜 이슈이고 변수다. 다른 것이 없어서 만들어지는 허위 효과다."

- 김부겸 후보의 정치실험을 어떻게 보나?
"좋다. 지역갈등을 깨겠다는 영웅적 생각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소명을 가지고 꾸준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역감정은 그리 강한 게 아니다. 김부겸 후보는 꾸준히 하면 된다. 야당이 영남에서 후진 후보를 내거나 포기하는 것이 문제다. 서울 강남도 마찬가지다. 자기한테 별로 유리하지 않는 약한 지역은 포기하고 쉽게 당선되는 곳에 정치 에너지가 몰리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정치에너지가 분산되는 구조로 가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밭이라는 호남도 스스로 회의하기 시작한 지 꽤 됐다. 안철수 현상의 진원지도 호남이 아니었나. 다른 정치 가능성을 바라는 유권자의 기대가 강렬하다. 그 대안을 제공하지 못한 게 문제지 이번에도 제한적이나마 그것이 표현되기 시작했다."

"박원순 모델과 안희정 모델 주목해서 봐야"

- '노무현 모델'이 성공할 수 있을까 싶다. 
"노무현의 최대 미덕은 도전하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 정치인들은 도전에 약하다. 노무현에게 정치적으로 배울 점이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하는 거다. 그게 성공의 요인이었다. 그런데 말은 개혁적이고 진보적인데 자기 노력을 안한다. 핑계나 알리바이만 많다.

안희정 모델은 생각할 점이 있다. 후기 노무현 모델로 변화, 수정, 계승될 수 있을까? 이번 선거를 보면서 박원순 당선자의 시민정치보다는 노무현 모델이 한국정치 발전에 더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시민정치에서 시민은 마케팅의 대상이다. 시민님, 한 말씀 해주세요, 그것은 영업부적인 마인드다. 안희정 당선자는 야당을 집권당으로 만드는 데 자기도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한국 사회가 두 사람을 지켜볼 일이다. 박원순의 시민정치 모델과 안희정의 후기 노무현 모델 가운데 어느 모델이 한국사회나 한국정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지 말이다."

- 울산지역에서조차 진보정당은 절멸했다.
"비극이다. 이전까지 진보의 정치적 미래는 다당제 모델을 지향하는 것이었다. 두 개의 거대 정당이라는 독점적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비례대표를 늘리자, 작은 정당도 살아 숨쉴 공간을 만들자, 이것이 진보의 정치관이었다. 그 가운데 일부는 이루어졌다. 비례대표를 늘리고 정당투표가 가능해졌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그런 변화를 꿈꿀 때 진보가 분열돼 있었다는 것이다. 따로 나와서도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다당제를 염두에 둔 진보의 정치적 기획은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차라리 양당제적 구조 속에서 주류의 일원이 되는 경쟁을 벌이는 것을 이번에 생각해봐야 한다. 진보가 새정치민주연합에 들어가서 거기서 지배적인 세력이 되든…. 제3정당으로 살아남는다는 다당제 전략은 조금 우려스럽다. 0.5진보정당체제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우리 유권자들은 지금 같은 진보정당이라면 필요없다고 생각할 거다. 정의당은 야권이라고 봐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에도 그런 정도의 의원들은 있다고 본다. 새정치민주연합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애매하다. 진보정당이 군소정당에서 벗어나 중심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길이 허용될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비례대표제, 내각제로 바꾸는 것을 지향할지 현행 소선거구제 하에서 더 강한 야당이 되는 길을 택할 것인지."

- 진보정당이 새정치민주연합과 합당하거나 새정치민주연합의 진보블록으로 들어가라는 얘기인가?
"새정치민주연합 일부를 포함해 새로운 정당을 만들 수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안정적인 체제의 정당은 아니니까. 지금은 비례대표가 안 늘어서 안 된다는 논리인데 그것이 대안이 아닐 수도 있다. 지금 정당들의 조직력으로 보면 새누리당 장기집권체체가 올 수도 있다. 모든 선거제도는 강한 정당에 유리하다. 그런 점에서 비례대표를 늘리더라도 그 이익은 강한 정당들이 독점할 가능성이 높다. 진보가 (단일대오를) 유지하지 못하고 분열돼 있으면 그 효과는 없다.

소선거구제에 진보의 길이 없는 게 아니다. 소선거구제를 전제로 정치기획을 했어야 한다. 비례대표를 늘리는 제도 변화에만 의존하는 정치는 하지 말아야 한다."

- 일부에서는 조심스럽게 정의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합당을 전망하기도 한다.
"정의당은 존재감이 가장 회의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낫게 만들면 되지 진보정당인지 아닌지, 저 정당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역설적을 이번 선거에서 가장 재밌는 정당이었다. 우리한테 고승덕 후보 같은 소소한 재미도 주지 못한…. 그래서 정의당은 평가할 게 없다. 통합진보당은 엄청 열심히 했다. 당원들이 보여준 그 열정을 배워야 한다. 다른 진보정당들이 생각할 지점이다. 녹색당은 후보를 많이 못냈지만 표는 줄지 않았다."

"현재 같으면 진보정치의 길은 없다"

- 이제 진보정당은 필요없다?
"재벌경제구조를 완화하고, 노동조합 결사의 자유를 확대하고, 공공정책 결정과정에 노조 등 이해당사자를 포함시키고, 부를 균형있게 분배하는 것이 진보라고 정리하자. 그것을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잘 하지 못한다면 진보정치, 진보정당을 원할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평가가 아주 냉정해졌다. 지난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시민들은 진보정당을 냉정하게 평가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아예 진보정당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정도에 이르렀다.

현재 같으면 진보정치의 길은 없다. 이는 지난 세 번의 선거에서 나타난 유권자의 평결이다. 이런 거라면 왜 진보정당이 필요한지 모른다. 진보정치는 자기를 성철하고 변화의 여지를 어떻게 조직할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전환기적 변화를 위한 노력이 엄청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선거 결과도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진보적인 정책을 기대하는 요구는 상당하다. 그것을 제대로 안하고 있어서 문제다.

진보 10여년간의 경험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진보가 구체화해놓은 진보가 무엇이고 왜 진보가 필요한지 답할 수 있을까? 진보에는 윤리론적 모순도 많다. 어떤 때는 자기 권리 중심적이고, 어떤 때는 공동체적 가치, 이념을 도그마처럼 내세우며 강요한다. 이 두 가지 윤리적 긴장부터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런 윤리적 긴장을 스스로 해결하려는 문제의식도 없다.

진보는 시장경제를 너무 우습게 생각한다. 시장경제를 벗어나 대안을 추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자본주의와 그 대안을 병행발전시키도 어렵지 않나. 진보는 무기력하고 실력에도 문제가 있다. 그동안의 경험을 잘 반추하면서 진보가 무엇이고 왜 진보가 필요한지 제대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초선, 재선까지 하면서 좋게 평가받았던 진보정당 후보들도 대거 낙선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장터 정당이다. 누구든 와서 좌판을 깔면 된다. 그러니까 야당 영역은 편한 장터 같은 거다. 그런데 진보정당은 새로 장터를 만들기 어렵다. 예전에는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도 후보를 복수로 냈는데 이제는 단수로 낸다. 2인 선거구나 3인 선거구에서조차 단수 경쟁이 벌어진다. 제1, 2정당 아니면 당선될 확률은 더 낮아진다.

새정치민주연합에 불만이 많은데 진보 엘리트들은 진보정당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민주당에 기웃거린다. 거기는 진입 문턱이 낮기 때문이다. 그게 매력이다. 조직력은 약한데 어중이 떠중이 모아서 장터를 꾸리는 것이다. 힘은 약한데 여권에 반대하는 정당의 독점력은 더 커지고 있다. 이상한 정치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진보정당에서 개인이 (당선권인) 35% 이상 득표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나. 지금은 새정치민주연합이 밉지만 진보정당에 표를 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이번 선거가 남긴 과제는 무엇인가?
"공익적 결과가 뭘까? 긍정적인 답변을 내기 어렵다.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준 것도 아니고 정부에 강력하게 경고한 것도 아니다. 유권자, 시민은 강한 정당이라는 대안을 가지지 못하면 무기력하다. 국가를 운영할 팀을 선택하는데 유능한 팀이 부재했다. 그런 상황에서 언론이나 뉴미디어가 좋아하는 개인 엘리트들만 주목받는 정치만 남았다.

그로 인해 여전히 한국사회는 불평등하고, 사회해체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민주정치가 26년이나 됐는데 박원순, 안희정 등이 등장했다고 해서 사회가 더 평등해지고 더 평화롭게 건강해지고 자유로워질 거냐고 물으면 긍정적으로 대답할 수 없다. 시민을 마케팅의 대상으로 소비하는 정치를 비판적으로 돌아봐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민주정치의 공공정책을 혜택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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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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