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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더니 의료민영화에 대한 정부 의지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세월호'에서 특히 생명을 다루는 의료분야는 가장 안전해야 할 영역인데요. 그 안전이 흔들리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연재를 통해 의료민영화의 우려점을 자세히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지난 3월 의사협회의 파업은 결국 의-정 합의를 끝으로 마무리 되었다. 당시 의-정 합의에는 '환자-의사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의협과의 합의를 명분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다시 시행하려 한다. 시범사업이 처음도 아닐 뿐더러 비용 및 효과에서도 문제가 많은 원격의료를 강행할 명분을 쌓는데, 또다시 막대한 예산을 들여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원격의료. 국민들도 이제는 이 용어가 비교적 낯설지 않고, 무언가 실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언론에 노출된 빈도수만큼 원격의료가 뭔지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원격장비를 이용하여 진료를 한다는 막연한 '개념'만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그간의 3분 진료와 성의없는 대면진료 때문에 "화상으로 이야기하고 처방전을 받으면 편하지 않겠느냐"고 물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우선, 3분 진료의 대안이 원격진료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또 한 가지는 '원격진료'가 실제로 가능한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

약 처방 편하게 받자고 원격의료 하자?

 2011년 5월 25일 계명대 동산병원은 병원 내 교수연구동 1층에 의료사각지대 환자들을 원격으로 진료하는 원격의료센터를 열었다. 사진은 이날 의료진이 울릉도에 있는 심장병, 피부병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 의료 시연을 하는 모습.
 2011년 5월 25일 계명대 동산병원은 병원 내 교수연구동 1층에 의료사각지대 환자들을 원격으로 진료하는 원격의료센터를 열었다. 사진은 이날 의료진이 울릉도에 있는 심장병, 피부병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 의료 시연을 하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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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것부터 묻자. 사람들이 아플 때 가장 답답하다고 느끼는 게 의사를 만나기 힘든 현실인가? 아니면 주변에 상담하고 상의할 의사가 딱히 없기 때문일까? 아마도 대부분 후자일 것이다. 특히 야간이나, 갑작스런 질환이 생겼을 경우 믿고 상의할 만한 의사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런 문제를 '원격진료'가 해결할 수 있을까. 원격진료는 지금의 3분 진료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약만 주는 진료 행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재차 말하지만,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궁금할 때, 아플 때 상의할 수 있는 의사이다. 이는 유럽에서처럼 '주치의제'를 시행할 때만이 가능하다. 즉 우리가 필요로 하는 건 의사이지 단말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둘째로 '원격진료가 가능한가?' 하는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물론 환자 얼굴을 단말기를 통해 보고 그 전에 주었던 약을 주는 건 가능하다. 그런데 이것은 전화로도 할 수 있고, 보호자가 대신 방문해서 재진시 약처방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즉 고가의 단말기를 사용하지 않고, 별도의 통신망과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가능한, 크게 선전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단순한 약처방을 위해 막대한 비용과 반대를 무릎 쓰고 '원격진료'를 시행해야 할까. 뿐만 아니라 원격진료로는 초진 환자를 볼 수 없고, 진단을 내릴 수도 없다. 오진의 위험성이 높고, 정말 중요한 검사는 모두 대면 진료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원격진료는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방글라데시나 인도네시아처럼 아주 가난해 의사가 없는 섬 등의 지역이 산재한 나라이거나 미국의 알래스카 극지나 네바다 사막 지역 혹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미군 전초기지처럼 특수한 지역에만 해당된다. 무엇보다 이들 나라들은 우리나라가 추구해야 할 모델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최근 일부 선진국에서 시행된 바 있는 '원격의료'는 공공의료의 기본적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상태에서 의료 분야가 아닌 사회복지 분야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행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즉 지금 한국의 '원격의료' 논란은 실체가 없는 허상을 두고 가부를 논쟁하는 셈이다. 물론 실체가 하나 있기는 하다. 그건 바로 의료 장비업체, 케이블업체, 서비스제공 업체로 흘러들어갈 '돈'이다.

최근 국회 발표 내용에 따르면, 복지부는 의사-환자간 원격진료 도입시, 만성질환자 기준으로 동네의원은 컴퓨터 장비(마이크, 웹캠 등)로 30~330만 원, 환자는 컴퓨터 장비(마이크, 웹캠 등)와 생체 측정기 등으로 150~350만 원의 경비를 소요해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원격의료'가 허용될 경우 약 최대 20조4750억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측된다. 이 금액에는 장비들의 유지 보수 및 관리 비용은 빠져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과 지난 2월 발표된 강원도 및 경상북도 시범사업 시행 결과, 불과 3400명 정도의 만성병 환자군을 대상으로도 355억의 돈을 지출한 바 있다. 강원도의 경우 26개 지표 중 22개 지표에서 효과가 없고, 진료에서도 환자정보취득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격의료는 그저 삼성, SK, KT 같은 대기업들에게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의학적 효과도, 임상적 성과도 없는 원격의료에 기업들이 불나방처럼 달려들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원격의료 '외사랑'

 대구시의사회 소속 의사 200여 명은 27일 오후 경북대병원 10층 강당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원격의료 및 영리병원 저지를 결의했다.
 대구시의사회 소속 의사 200여 명이 지난해 11월 경북대병원 10층 강당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원격의료 및 영리병원 저지를 결의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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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원격의료'가 최초 논의된 것은 이명박 정부 때 부터이다. 당시 도입 명분은 '환자 편의'였으나, 실제는 '건강관리서비스'라는 민간의료서비스시장의 선결 과제로 제시된 의료민영화의 한 방편인 것으로 폭로되어 18대 국회에서 폐기된 바 있다.

박근혜정부 수립 이후 원격의료는 '창조경제'의 아이콘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2013년 5월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의 예로 '원격의료'를 언급하면서, 원격의료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핵심 사업이 되었다. 새누리당은 이미 지난해 6월에 원격의료허용법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지난해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갑작스런 사퇴로 보건복지 정책의 난국이 예상됐지만, 복지부는 이에 흔들리지 않고 '원격의료 도입'을 천명했다. 또 지난 10월 14일 보건복지부 국감에는 장관의 부재로 이영관 차관이 출석했는데, 이때도 다시금 강력하게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이 '원격의료'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 직접 3개년 경제개발 계획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원격의료' 추진을 재차 천명했다. 이 정부의 '원격의료'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들이 누구보다 가장 앞장서서 '원격의료'를 반대하자, 박근혜 정부는 계속 의사들을 달래려 하였다. 의사들이 '원격의료가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을 더 부추길 거라'고 지적하자, 지난해 정부 입법을 하면서 원격의료를 의원급에서만 하도록 하겠다고 설득했다. 올해 의사들이 '의사파업'을 하며 원격의료 철회를 주장하자, 이번에는 의사들이 원하는 의료 정책(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개혁, 수가인상 등)을 대폭 수용하면서 '원격의료'와 관련해서는 시범 사업을 한 후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했다.

물론 국민건강을 위해 '원격의료'를 도입하려 한다면 그 내용이 어찌되었든 마음만은 높이 살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게 볼 수만은 없어 보인다. 박근혜정부는 '집착'에 가까운 원격의료 외사랑을 보이는 상황에서도 의료비 폭등과 의료불평등을 양산할 '의료 부문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2013년 12월에 같이 발표하였다.

정부가 국민 건강보다는 병원과 제약산업의 안녕에 더 관심이 있음이 다시 한번 드러난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원격의료 사랑에는 국민들을 위한다는 최소한의 명분도 남아있지 않은, 다른 목적이 있다는 확신을 사기에 충분하다.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이 애도 속에 있을 때인 지난 5월 8일, 정부는 한 술 더 떠 군 원격의료 시범사업 시행을 결정하기까지 하였다. 국무총리 주재로 '정보통신전략위원회'를 열고 미래창조과학부와 국방부 주도로 올해 내 군부대 장병을 대상으로 원격진료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힌 것이다. 군대는 각종 안전사고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곳이다. 각급 부대에 군의관을 놔두고 원격의료가 웬말인가?

국민은 쏙 빠진 원격의료 논의

 환자를 생각하는 의사 입장에서 정부의 원격의료 시행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환자를 생각한다면 정부의 원격의료 시행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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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말 문제인 것은 원격의료 도입을 논의하면서 정작 그 당사자들인 국민들은 논의에서 완전히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시행하기로 한 원격의료 시범사업도 정부는 철저하게 의협하고만 협상하고 합의하려고 하고 있다. 국민들은 그냥 수동적으로 평가의 대상만 되라고 하는 것이다.

앞서 보았듯이 정부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을 위해 공청회조차 열지 않았다. 지난 3월 의협과 정부가 벌인 '의-정 합의'에서 이 점은 더욱 두르러졌다. 정부는 건강보험제도 전반을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 중 중립위원의 구성 비율 변경을 국민들과 상의도 없이 의협과 둘이서 약속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들을 단순히 세금이나 내고, 선거 때 표만 찍는 사람들로 보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방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10일, 보건복지부가 국무회의에서 의료민영화 정책인 '부대사업 확장'과 '영리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시행규칙과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수가 있었겠나. 국민이 배제된 시범사업은 멈춰야 한다. '원격의료'라는 신기루에 홀린 것은 박근혜 정부이지, 국민들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처럼 IT업체 간 먹튀의 장이 될 '원격의료'는 그 시범사업부터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한다. 그리고 '원격의료'가 의료법 개정사안인 만큼 시범사업도 최소한 국회에서는 논의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형준은 재활의학과 전문의로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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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