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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강원도지사 후보.
 최문순 강원도지사 후보.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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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이 속출했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강원도는 강원도지사와 강원도교육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새누리당 후보들이 승리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한 지역마저도 모두 새누리당이 가져갔다.

원주시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원창묵 후보가, 삼척시에서 무소속 김양호 후보가, 그리고 속초시에서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병선 후보가 당선된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모두 새누리당 후보들이 당선됐다.

강원도지사 선거는 5일 오전 6시, 해가 밝을 때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밤늦게까지 개표 방송을 지켜보던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던 격전지 중에 하나다. 끝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선거였다. 그리고 최대 이변은 삼척에서 발생했다.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 달라"던 최흥집 후보, 막판 뒤집기에 실패해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부터 초박빙이었던 강원도지사 선거는 개표 과정에서도 계속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원도지사 선거는 결국 악전고투 끝에 최문순 후보가 당선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오전 6시 30분 현재 개표율 98.1%에 최문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49.7%, 최흥집 새누리당 후보 48.2%, 이승재 통합진보당 후보 2.0%를 기록했다.

최문순 후보와 새누리당 최흥집 후보는 여론조사에서도 줄곧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였다. 최문순 후보가 앞서가는 상황이긴 했지만, 최흥집 후보가 무섭게 추격하는 상황이어서 누구도 결과를 쉽게 예측하지 못했다.

최흥집 후보는 선거 운동 마지막 날까지 강원도민들에게 '조금만 더 도와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결국 겨우 2%p도 안 되는 벽을 넘지 못하고 패배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최흥집 후보로서는 도지사 문턱까지 갔다가 되돌아선 아쉬운 선거였다.

최흥집 후보는 마지막에는 비장한 각오로 52시간 단식유세를 펼치면서, 강원도의 유권자들에게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 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하지만, 그 호소마저 끝내 최흥집 후보의 운명을 바꿔놓지는 못했다. 최문순 후보는 어렵게 재선에 성공했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후보.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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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에서는 재선에 도전한 민병희 후보가 보수 성향의 김선배 후보를 제치고 비교적 무난한 성적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선거운동은 그다지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김 후보가 네거티브 선거에 치중하는 바람에 정책 선거를 펼치지 못했다.

민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줄곧 10%p 이상 김 후보를 앞서갔다. 그렇지만 김선배 후보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선거일을 며칠 앞두지 않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일부 '초박빙' 상태인 것으로 나타나, 민 후보 측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강원도지사 선거와 마찬가지로, 여론조사는 물론이고 개표 과정에서도 접전을 유지했던 원주시장 선거는 결국 새정치민주연합 원창묵 후보가 당선됐다. 원주시는 강원도 내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유일하게 새정치민주연합이 당선된 지역으로 남게 됐다.

속초시장 선거는 애초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속초시는 새누리당의 승리가 당연시되던 지역 중에 한 곳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무소속 이병선 후보가 새누리당 채용생 후보를 제치고 시장에 당선됐다.

원주시와 속초시를 제외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모두 새누리당 후보들이 당선됐다. 선거운동 기간 막바지에 '야권이 단일화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목을 받았던 춘천시장 선거는 결국 새누리당 최동용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야권의 시도는 무위로 끝났다.

야권 단일 후보인 무소속 변지량 후보는 막판 추격에 나섰지만, 끝내 최동용 후보가 쌓은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강릉에서는 최명희 후보가 압승을 거두며 3선에 성공했다. 그리고 동해시장에는 심규언 후보가, 태백시장에는 김연식 후보가 당선됐다.

군수들도 모두 새누리당이 차지했다. 평창 심재국 후보, 고성 윤승근 후보, 양양 김진하 후보, 화천 최문순 후보, 인제 이순선 후보, 철원 이현종 후보, 양구 전창범 후보, 영월 박선규 후보, 정선 전정환 후보, 횡성 한규호 후보, 홍천 노승락 후보가 당선됐다.

"원전 반대" 삼척 시민들, 투표로 억눌린 분노를 표출하다

김양호 삼척시장 후보.
 김양호 삼척시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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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이변은 삼척시장 선거에서 일어났다. '원전 반대'를 대표 공약으로 제시한 무소속 김양호 후보가 60%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김대수 새누리당 후보의 득표율은 40%를 넘지 못했다. 이번 선거로 삼척 시민들의 민심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선거 전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는 김양호 후보에게 매우 비관적이었다.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김대수 후보에 비해 10%p 가량 뒤진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김대수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삼척시는 2010년 김대수 시장이 삼척에 원전을 유치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이후로, 시민들이 원전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나뉘어 심하게 대립해 왔다. 하지만 찬성 측이 시장을 등에 업고 득세를 하는 바람에 반대 측은 기조차 제대로 펴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원전 반대 측은 원전 건설에 반대한다는 의견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관공서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 삼척 시민들 중에는 시청이나 면사무소 같은 곳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는 사람도 있었다.

그 바람에 원전 반대 민심은 늘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원전 반대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김대수 시장에게 원전 유치 문제를 주민투표에 붙여 삼척 시민들이 자유롭게 결정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민심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원전 반대 단체들은 이번 선거에서 민심이 제대로 드러날 것으로 기대했다. 기대는 현실이 됐다. 김양호 후보가 삼척시장에 당선되면서, 앞으로 원전에 반대하는 삼척 시민들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 목소리가 삼척을 지배하는 여론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김양호 후보는 지난 5월 20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삼척 시민의 60% 이상이 원전에 반대한다"며 "삼척 원전을 목숨 걸고 막아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 후보는 삼척 시민들에게 '주민투표'를 약속했다. 이로써 삼척시에서는 앞으로 원전을 건설하는 문제를 놓고 다시 파란이 예고된다.

시 행정을 책임지는 시장이 '원전 반대'를 공표한 이상, 원전 반대 시민단체들의 활동 역시 탄력을 받을 게 분명하다. 삼척 원전 건설 계획이 정부가 원하는 대로만 진행되기는 어렵게 됐다. 삼척시의 투표 결과가 박근혜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태그:#최문순, #민병희, #김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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