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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씨가 국무총리로 지명되고 사퇴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안대희'가 아니라 '전관예우'였다.

안대희는 '전관예우라는 오해나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관예우는 실제로 존재했고 안대희는 전관예우 혜택을 받았다. 5개월 만에 16억 원이라는 수입을 다른 이유로는 설명할 수 없다. 그동안 그가 쌓아왔던 명성과 도덕성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검찰에서 배출한 걸출한 인물로 기억되는 안대희도 전관예우 앞에서 무너진 것이다.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 재산변동 추이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 재산변동 추이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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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는 현실로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주요한 힘, 괴물 중의 하나이다. 지난해 6월 실시한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설문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한 761명의 변호사 중에서 90%는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법원·검찰 출신 변호사 104명 중 67%인 70명이 전관예우가 있다고 응답했다. 경험자의 답변이어서 더 무게가 실린다. 변호사들은 전관예우가 검찰 수사단계, 형사 하급심 재판의 순으로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전관예우에 검찰이 가장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울 변호사 90% "전관예우 실제 존재"

전관예우는 관행이라고도 하고 윤리의 문제라고도 한다. 그래서 해결 방법을 마련하기도 어렵고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전관예우에는 윤리의 문제가 있다. 공직자들의 자기 식구 챙기기가 원인이라고 보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전관예우는 사실은 범죄이다. 전관예우는 사기와 구조가 비슷하다. 사기는 사람을 속여서 이익을 취하는 범죄이다. 전관예우 역시 자신의 능력과 역량을 속인다. 그리고 의뢰인으로부터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수임료를 받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전관이었던 변호사들은 수사와 재판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고 말하거나 행동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법원이나 검찰이 전관예우를 인정한 적은 없다. 모순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모순이 아니다. 둘 다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는 전관예우 변호사들도 과장, 거짓말을 하고 법원·검찰 역시 과장,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사건 결과를 마음대로 좌우할 수는 없지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의뢰인에게 말을 하는 변호사와 일부 사건에서 전관 봐주기를 하는 법원·검찰의 합작품이 바로 전관예우다. 전관 변호사들은 이미 법원·검찰을 떠났으면서도 조직의 일원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흉내를 낸다. 이렇게 거짓말을 하여 상대방을 속이고 자신이 받아야 할 대가 이상의 돈을 받는 것을 우리는 '사기'라고 부른다. 다만 사기와 전관예우의 차이점은 특수 계층만이 저지를 수 있다는 점과 잘 발각되지 않는다는 점뿐이다.

전관예우가 '관행' 또는 '윤리'? 사실상 '사기 범죄'

전관예우는 범죄이면서 법조계의 고질적인 병폐이다. 법조비리의 핵심은 항상 전관예우였고 법조관료와 변호사의 유착이었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대전법조비리, 의정부법조비리 사건은 전관예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전관예우는 당분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당장 서울변호사회 소속 변호사의 80%는 전관예우가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전관 변호사를 찾는 의뢰인들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거나 음성적이고 변형된 형태로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답하고 있다. 아무리 윤리와 교육을 강조하더라도 전관예우는 없어지지 않는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법원·검찰은 윤리와 교육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전관예우는 없어지지 않았다.

음성적인 형태의 대표적인 형태는 고위직 판사, 검사 출신 변호사가 고액의 연봉을 받고 대형 로펌에 취업하는 것이다. 나아가 법무부장관 황교안의 경우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대형로펌에 취직했다가 다시 고위 공직으로 복귀하는 현상도 음성적이고 변형된 전관예우의 행태이다. 대통령 민정비서실의 비서관들 대부분이 대규모 로펌 출신 변호사들이라는 점은 이러한 경향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전관예우는 다른 형태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전관예우, 앞으로도 줄어들 가능성은 적다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5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액과 전관예우 논란에 대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 안대희 "고액수익·전관예우 논란 국민께 송구"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5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액과 전관예우 논란에 대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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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의 뿌리에 대해 여러 사람들이 진단한다. 공직자들의 식구챙기기, 온정주의 문화, 전관예우에 대한 의뢰인들의 기대, 공직자들의 과도한 재량, 공직자들의 준법의식 부재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이러한 원인은 부분적이고 표면적인 것일 뿐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권한의 독점과 관료주의에 있다. 판사, 검사와 같은 법조관료들이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막대한 권한을 행사하는 현실, 그리고 관료주의로 형성된 조직이기주의가 그 원인이다.

판사, 검사는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권한을 행사한다. 심지어 생명을 빼앗을 수도 있고 회사를 완전히 문닫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권한에 대한 외부의 통제는 미비하다. 공개도 부족하다. 밀실에서 수사가 이루어지고 특히 중요한 사건에서 검사의 결정은 일방적이고 논리적이지 못하다.

재판도 공판중심주의가 되어 어느 정도 개선되었지만 법관재판에서는 여전히 재량의 여지가 크다. 당장 재벌 회장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서 이러한 현상은 잘 나타난다. 투명하지 않고 통제를 받지 않으면 재량이 생긴다. 그리고 그 재량을 전관에게 사용하면 그것이 전관예우가 된다.

또한 관료주의는 외부에 대해서는 배타주의, 내부에 대해서는 조직이기주의로 나타난다. 전관예우에서는 조직이기주의가 방금 전까지 근무했던 전관 변호사에까지 확대된다. 왜냐하면 자신도 곧 전관 변호사가 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전관 변호사가 될 동안 전관예우의 관행을 유지해야 자신도 혜택을 입을 수 있다.

이렇게 통제받지 않는 권력과 관료주의가 야합하여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전관예우라는 괴물이다. 권력을 가지고 있으니 전관예우가 자신과 남을 속이는 범죄라는 점을 알지도 못한다. 오히려 전관예우를 힘있는 자들이 마땅히 누려야 하는 혜택이라고까지 생각한다.

해결책은 권한 '견제'와 관료주의 추방

법무관료 권한은 궁극적으로 재판에서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수사에서는 검찰개혁으로 통제할 수 있다. 일반 시민이 직접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여한다면 무작위로 선출된 배심원을 전관변호사들이 조종할 방법이 없다. 검찰 개혁을 하여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한다면 검찰 출신 변호사들의 영향력은 미미해진다.

그리고 법조일원화 역시 중요한 개혁방안이다. 법조일원화로 10년 이상 사회에 봉사하고 공익활동을 한 변호사를 법관으로 임명하고 법관이 평생 근무하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전관변호사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지게 된다. 지금까지 법원이 고위직 전관변호사 배출 기관이었다면, 법조일원화로 법원이 법조인의 마지막 근무지가 되게 함으로써 전관예우 논란 자체를 없앨 수 있다는 얘기다.

제도개혁 방안 중 국민참여재판이나 법조일원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남은 것은 검찰개혁이다. 지금까지 검찰개혁은 진척이 없다. 최근 전현직 검사들이 계속 비리를 저지르고 전관예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검찰개혁이 제대로 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제도개혁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제도 개혁 과정에서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개혁이 선행되지 않으면 어떤 경우에도 전관예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윤리와 교육도 중요하다. 하지만 윤리와 교육이 사회의 수준을 높이고 품격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근본적인 동력인 것은 틀림없지만 일부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변호사 중 80%가 전관예우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도개혁이 없거나 미비하기 때문이다. 윤리와 교육도 제도개혁과 결합될 때 힘을 발휘한다. 전관예우 하나라도 확실하게 없앨 수 있는 제도개혁이 절실한 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칼럼은 한국미래발전연구원 홈페이지(www.futurekorea.org)에 동시 게재합니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장, 참여정부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 등을 지냈으며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2011) 등의 저서를 냈습니다.



태그:#전관예우, #안대희, #김인회, #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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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래발전연구원(http://www.futurekorea.org/)은 민주주의와 한국사회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진보적 정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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