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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2012년 2월 1일 오후 MBC 김재철 사장의 연례 업무보고가 예정된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앞에서 문지애 아나운서(오른쪽)를 비롯한 총파업중인 MBC노조원들이 "김재철 퇴진!" 구호가 적힌 마스크를 쓴 채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2년 2월 1일 오후 MBC 김재철 사장의 연례 업무보고가 예정된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앞에서 문지애 아나운서(오른쪽)를 비롯한 총파업중인 MBC노조원들이 "김재철 퇴진!" 구호가 적힌 마스크를 쓴 채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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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MBC를 안아주세요."

2012년 초 추운 겨울,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아래 MBC 노조) 소속 여기자들이 피켓을 들고 시민들을 향해 호소하던 간절한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히 귓전을 맴도는 것 같다.

정권에 의해 투하된 낙하산 사장 체제 이후 심하게 훼손된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MBC 노동자들은 170일 간 역대 최장기간 파업을 벌였다. 하지만 망가질 대로 망가진 방송저널리즘은 2년이 지난 지금도 회복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긴 파업의 후유증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채 노사 갈등의 골은 커져만 가고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과도 같다. 파업과 관련한 법원 판결을 놓고 전혀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 사측에 맞서, 세월호 참사 이후 잇따라 내놓고 있는 노조 성명들이 심상치 않다.    

KBS 총파업, MBC엔 결코 남의 일 아니다   

MBC 노조는 27일 '공정방송을 촉구하는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는 성명을 통해 2012년 공정방송 회복을 위해 실시한 파업이 아직도 끝나지 않고 진행 중임을 밝혔다.

세월호 참사 이후 길환영 사장체제의 KBS호가 '청영방송'(청와대의 이익을 위한 방송이라는 뜻)이란 소릴 들으면서도 여전히 권력의 눈치를 살피며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더니, 급기야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총파업에 돌입했다. MBC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한 파업은 정당하다는 것이 사법부와 국민 배심원단의 판단이었음에도 사측은 지금도 '2012년 파업이 불법 파업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한다. 게다가 최근 MBC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목소리를 냈던 조합원들에 대해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고 한다.

더욱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MBC 해직자들에 대한 복직 판결에도 불구하고 돌아오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는 점이다. 한 술 더 떠 구성원들에 대한 징계와 부당전보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많은 국민들은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MBC가 다시 정상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법적 판결들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자성도, 사과도, 반성도 없이 계속 같은 길을 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상화의 길은 멀고도 멀어 보인다. 최근 세월호 참사 보도 행태에서도 MBC의 비정상은 KBS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MBC는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 '학생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가장 먼저 보도한 방송사였다. 그런데도 한 달이 지나도록 사과 한 마디 없었다. 되레 '희생자 가족들의 조급증이 잠수사를 죽음으로 몰았다'거나, '왜 중국인처럼 애국 구호를 외치지 않고 일본인처럼 슬픔을 속으로 삭이지 않느냐'는 적반하장식의 보도로 비난을 자초했다.

더욱이 MBC의 간부들 중엔 희생자 가족들을 향해 차마 입에 옮기기 민망하고 부끄러운 막말을 쏟아내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과 비통에 잠긴 희생자 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자들도 있었다. KBS 간부의 망언과 잇따른 폭로에 이목이 집중돼서 그렇지 사실 MBC 간부 등 사측의 후안무치한 일련의 행태는 실로 아슬아슬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자성과 사과는 찾아볼 수 없고 내부 기자들의 입단속에만 열중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왜곡된 보도행태를 보다 못한 MBC 기자 121명이 회사를 대신해 반성과 사죄의 뜻을 밝혔다. 그런데도 '색출하겠다', '징계하겠다'는 사측의 비정함에 많은 국민들과 시청자들은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MBC 해직 종사자들, 왜 복귀 못하나

"참담하고 부끄럽다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는 구성원들의 자괴감 섞인 목소리가 비단 KBS뿐만 아니라 MBC 내부에서도 연달아 흘러나오긴 마찬가지다. 희생자 가족들을 폄훼하고도 반성할 줄 모르고,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마저 탄압하려는 MBC의 이러한 행태는, 청와대 눈치만 보며 오보와 왜곡된 보도를 일삼더니 총파업에도 버티기로 일관하는 KBS 사측과 더불어 원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세월호 참사 초기부터 이들 공영방송사들은 대형 오보와 왜곡된 보도를 하고도 사과와 반성은커녕 피해자 가족들의 '통곡'을 철저히 외면함으로써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비정상 속으로 깊숙이 침몰했음을 재차 확인시켜 주었다. 어쩌다 양대 공영방송사들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했을까.

이광용 KBS 아나운서와 KBS 노조,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조합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개념광장에서 공동파업 출정식을 마친 뒤 길환영 KBS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행진을 벌이고 있다.
▲ 거리로 나선 KBS 양대 노조 이광용 KBS 아나운서와 KBS 노조,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조합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개념광장에서 공동파업 출정식을 마친 뒤 길환영 KBS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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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MBC 보도국 기자들 121명이 대국민 사과 성명을 냈지만 이미 공영방송의 저널리즘은 심하게 훼손된 상태여서 안타깝기 짝이 없다. 한국기자협회가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MBC는 이미 공영방송으로서 위상이 무색할 정도로 신뢰도와 영향력이 추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도 상황은 별반 나아지지 않고 있다.

공영방송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인 공영성, 공정성, 독립성이 지난 MB정권 시절 내내 훼손된 까닭이다. 오죽했으면 MBC를 'MB씨'로 불렀을까. 이 정도로 정권의 시녀 역할을 마다하지 않은 데는 김재철 전 사장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 김 전 사장 취임 이후 그토록 날카롭게 이슈를 잘 파헤쳐주던 <PD수첩>과 같은 탐사프로그램들과 비판적 시각으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던 뉴스들이 사라지고 말았다. 정권이 바뀐 지금도 MBC에선 이 같은 프로그램들은 찾아볼 수 없다.

생각하기조차 싫지만 되짚어보면, MB정권은 출범하자마자 낙하산 사장들을 양 공영방송사에 투하해 국민의 방송을 정권의 손아귀에 넣으려 했다. 비극의 씨앗은 빠른 속도로 움트기 시작했다. 친정권·여당에 유리한 인사들이 다수로 뭉쳐 중요 사항을 결정하는 공영방송 지배 구조가 역시 문제다.

이를 악용해 방송을 권력의 유지수단으로 활용하여 방송의 저널리즘 가치를 크게 퇴보시킨 장본인들은 두말할 나위 없이 이명박과 그의 멘토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이다. 그리고 권력에 아첨하며 올바른 언론인이 되고자 하는 많은 방송 종사자들을 거리로 내몬 낙하산 사장이 바로 그들이다.

길환영, 김재철 전철 밟아서는 안 되는 이유

그 중 김재철은 기자와 PD 등 방송사 종사자 200여명에게 해직과 징계 등의 칼날을 휘둘러댔다. 그 결과, MBC는 '최장 파업', '최다 소송', '최다 해고' 외에도 설립 이래 최초로 '사장 해임'이란 기록들을 연거푸 남겼다. 100명 이상의 MBC 노조원들이 방송사에서 쫓겨났고, 지금까지 복귀를 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 가슴 아픈 일로 남아 있다.  

끝내 만신창이가 다 된 김재철 전 사장은 MBC 설립 이래 초유의 해임을 당해 사라졌지만, 그가 해고시킨 수많은 방송사 종사자들이 아직도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김재철 아바타'로 불리는 인사들이 방송사 요직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견된 일이었지만, 단 한 번 정권 친위대의 낙하산 투하로 금세 망가진 공영방송은 좀처럼 정상화의 길로 돌아설 수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안겨주었다. 공영방송 MBC가 만신창이가 됐지만 김재철과 그의 아바타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끝까지 청와대의 하명을 기다리며 버티기로 일관하는 김재철의 추한 말년의 모습이 KBS 길환영 사장의 행태와 너무도 흡사하다. 거센 퇴진 압력에도 불구하고 '청바라기'에 열중하는 모습도 꼭 닮았다. 그러나 방송문화진흥회(아래 방문진) 이사회도 결국 국민들의 들끓는 저항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무려 4번째 해임안 상정 끝에 공영방송 MBC를 망가뜨린 주범 김재철을 해임하게 됐다는 사실을 길환영 사장은 명심해야 한다.

KBS 이사회가 길 사장 해임 제청안 표결을 6월 5일로 연기하며 시간 끌기에 들어갔지만, 그것이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술수라는 것쯤은 이제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방송의 주인인 국민들이 방송을 바라보는 수준도 'MBC 학습효과'로 인해 2012년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KBS 이사회에 기댄 길환영이 과거 방문진에 기댄 채 구성원들과 국민들을 우습게 봤던 김재철 흉내를 더 이상 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버티기와 시간끌기를 하면 할수록 결과는 더욱 참담해진다.


태그:#길환영, #김재철, #아바타, #공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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