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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일간베스트 저장소에 올라온 '농약급식 핵심 팩트 정리'란 제목의 글.
 일간베스트 저장소에 올라온 '농약급식 핵심 팩트 정리'란 제목의 글.
ⓒ 일간베스트저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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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정몽준 캠프가 이것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어제 새누리 중앙선대위 민현주 대변인과 정몽준 캠프 이수희 대변인이 반박 브리핑을 한 것을 보니 박원순 캠프의 계략을 파악하지 못해 핵심을 놓치고 단순 사실 나열만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지난 28일 오전 8시께 일간베스트저장소(아래 일베)에 '농약급식 핵심 팩트 정리'란 제목으로 올라온 글의 일부다. 이 일베 사용자의 안타까움이 정몽준 캠프에까지 전해진 모양이다. 그것도 수 시간 만에.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전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 측 박호진 대변인은 단체 메시지를 통해 출입기자 40명에게 '농약급식 핵심 쟁점&팩트 정리'라는 제목과 함께 위 게시글이 링크된 주소를 전송했다. 공개된 이미지엔 'www.ilbe.com/3605526125'란 주소가 선명했다. 눈에 확 띄는 'ilbe'란 철자와 함께.

"상대방 선거운동 해주는 캠프는 처음 본다"

30일 오후 8시 현재도 볼 수 있는 게시글의 내용은 정몽준 후보측이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는 '감사원 급식조사결과' 논란에 관련된 것이다. 정 후보측의 문제제기에 대한 박원순 후보의 반박을 재반박하고 있는데, 장광설에 가까운 이 글은 박 후보측 반론의 사소한 허점(으로 보이는 몇 가지 팩트)들을 파고들고 싶어 한다.

읽어 보면 쉬이 납득하겠지만, 몇 가지 자료와 이를 풀어놓은 논리는 박원순 시장의 무상급식 정책 역시도 오세훈 전임시장의 몫이고, 그 조차도 오세훈 만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사소한 자료일 뿐이다.

이 일베 사용자의 주장을 무려 여당 측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기자들에게 '정리 자료'라며 '공'적으로 회람하다니. 이후 '일베 권하는 정몽준'이란 수사를 각인시킨 이 홍보 전략은, 뒤이어 무수한 관련 검색어를 낳았다. 지금 당장 포털 검색창 '정몽준 일베'를 찍어보라.

 포털사이트에 '정몽준 일베'라는 검색어를 쓰면 이런 연관검색어들이 뜬다.
 포털사이트에 '정몽준 일베'라는 검색어를 쓰면 이런 연관검색어들이 뜬다.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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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정몽준) 캠프까지 셀프 디스를 하니, 상대방 선거운동 해주는 캠프는 처음 본다"며 혀를 찼다. 하지만 이 '일베 권하는 정몽준' 사건은 비단 정몽준 캠프가 상대 박원순 후보를 저격하기 위한 논리로 한 게시글을 퍼다나른 것으로 봐선 곤란하다.

2012년 대선 이후 지속적으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일베 게시글을 인용한 것 자체도 분명 부적절하다. 여기에 더해 이러한 일베 인용이나 일베 사용자들이 환영할만한 발언들이 이 사회에 만연하게 됐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공교롭게도, 정 후보에게 '미개 정몽준'이란 별명을 안겨준 정몽준 후보의 막내아들 발언 역시 이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개'한 국민 분노케 하는 '세월호' 관련 망언 릴레이, 일베와 닮았다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한데 대통령만 신적인 존재가 되서 국민의 모든 니즈를 충족시키길 기대하는 게 말도 안 되는 거지. 국민이 모여서 국가가 되는 건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냐."

"정몽준 아들 일베하나?"란 의혹을 불러일으킨 정 후보 막내아들의 페이스북 글이다. 세월호 사고 직후였던 지난달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이 글이 일파만파로 퍼져, 사과 기자회견을 연 정 후보가 "모든 것은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며 눈물을 흘렸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후 세월호 참사 이후 일베 사용자들이 환호할 만한 성질의 표현들이 릴레이로 계속됐다. "일부 실종자 가족의 종북좌파 쇼"라던 서승만 전 <피플뉴스> 편집국장, "세월호 침몰, 좌파단체 색출해야"라고 한 한기호 새누리당 최고의원, "유가족인척 선동하는 여성이 밀양 송전탑 반대 시위 현장에도 있었다"라고 말한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 "시체장사에 한두 번 당해봤는가"라던 지만원씨 등 막말 릴레이는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벅찰 정도다.

울컥...말 잇지 못하는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정몽준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수락연설을 하던 도중 "제 아들의 철없는 짓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용서해주시기 바란다"며 울먹이고 있다. 정 후보는 막내아들의 '미개한 국민' 발언으로 곤욕을 치러 대국민사과를 한 바 있다.
▲ 울컥...말 잇지 못하는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정몽준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수락연설을 하던 도중 "제 아들의 철없는 짓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용서해주시기 바란다"며 울먹이고 있다. 정 후보는 막내아들의 '미개한 국민' 발언으로 곤혹을 치러 대국민사과를 한 바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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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멘탈(정신상태)이 궁금하다고? 발언 자체의 배경은 의외로 단순해 보인다. 막내아들을 두둔한 것이 아니냐며 또다시 논란이 됐던 정몽준 후보 아내의 항변이 이를 대변한다. 현대가 며느리이자 7선 국회의원의 아내인 정 후보의 아내는 "바른 소리 했다고 격려해주시고 위로를 해주시기는 하는데 시기가 안 좋았고, 아직 어린아이다보니 단어 선택이 안 좋았다"는 말로 논란의 기름을 부었다.

이 발언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단어 선택은 좀 거칠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는 대수롭지 않다는 자세다. 고작 "어린아이"라거나 "단어 선택"이란 표현만 빼면, 여전히 막말을 쏟아내고 있는 여당 인사, 보수 교회 목사들의 해명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표현이 거칠었지만 그런 뜻이 아니었다"는 낡고 닳은 해명들은 빼다 박았다고 해도 무방해 보인다. 이러한 막말의 최신판을 황우여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업그레이드했다.

황우여와 전광훈의 막말, 한국사회를 좀 먹는다

새누리당 대표 출신 황우여 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28일 경남 함안군수 선거 지원 유세에서 세월호 참사 등 최근 이어지는 사건사고에 대해 "야당 시장과 군수가 있는 지역에서 사고가 났다"는 발언으로 무리수를 뒀다.

일베가 적대시하던 이른바 '개독'이라 불리는 일부 기독교 목회자들까지 세월호 참사 이후 숟가락을 얹는(?) 형국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최근 막말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던 전광훈 목사다. 그는 지난 25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열린 주일 예배에서 "세월호 사고가 난 건 좌파, 종북자들만 좋아하더라. 추도식 한다고 나와서 막 기뻐 뛰고 난리야"와 같은 발언으로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잇따르는 일부 목회자들의 과격 발언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소속 목회자들이 29일 일부 목사들의 막말 파문에 사과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회자 1000인 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깨어있는 목회자'들까지 자성을 촉구하기에 이르렀을까.

망언과 일베어 사이의 간극,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

일베를 소위 보수커뮤니티의 하나로 인정하려는 세력은 여전히 힘이 세다. 이 힘은 인터넷 상의 논란이 사회적으로 퍼진다 해도 일베식 표현들을 철저히 좌와 우, 진보와 보수 프레임에 한정시키고자 한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다면, 이익에 부합한다면, 반인권적이어도 패륜적이어도 상관없다. 망언과 일베어 사이의 간극은 그리 크지 않다.

그렇게 세월호 참사 이후 새누리당 등 정치권과 자칭 애국보수 세력, 일부 기독교인들이 일베도 울고 갈 망언과 행태들로 사회를 멍들이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들이 윤리는커녕 상황 파악도 못한 채 일삼는 '일베' 수준의 발언이 결코 단발성 실수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표현만 다를 뿐 점점 일베 사용자들이 환영할만한 발언들을 쏟아내는 이들의 지향은 결국 정권 유지로 수렴된다. 물론 일베 자체를 막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반인륜적이고, 반인권적인 행태를 자행하는 일베에 대해 당시 민주당은 "최소한의 악을 넘어섰다"며 일베 운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이에 대해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반대 분위기를 조성했던 것도 바로 새누리당이었다.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2012년 대선 당시 일베를 측면 지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계속돼 왔다. 익명 뒤에 숨었던 이 패륜적인 집단이 "박근혜를 대통령으로"를 모토로 급격하게 세간에 알려진 시점이 2012년 대선 전후였다는 사실은 경악스럽다.

물론, 표현의 자유는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헌법적 권리다. 그럼에도, 일베를 이대로 방치해도 되는가에 관한 사회적인 합의는 분명 필요해 보인다. 그렇게 한국 근현대사의 어두움을 변태적으로 품은 일베라는 얼룩이 인터넷 여기저기에 바이러스를 심고 있다. 일베와 같은 집단과 밀월 관계를 지속하고자 하는 이들 역시 한국사회의 건강함을 파괴하는 바이러스와 다를 바 없다.

결국 여전히 선택의 문제다. 언제든지 우리와 우리의 아들, 딸들을 패륜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일베가 지지하는 정당, 그들과 이념과 사상에서 드넓은 교집합을 보이는 세력과 이제 과감히 결별할 때다. 그 증거들을 우리는 어제도, 오늘도 목도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전환점을 돌아야 할 우리에겐 낭비할 시간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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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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