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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은 대한민국 바다의 날이다. 먼저, 아직도 십수 명의 무고한 생명이 바닷속에 가라앉은 세월호 속에 갇혀 있는 참혹한 상황에서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에게 바다의 날을 맞아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정부와 해양 관련 기관들은 매년 바다의 날이면 '바다가 국가발전의 토대요, 산업 활동의 장'이라는 인식하에 개발에 초점을 맞춘 기념 행사를 열어왔다. 반면 환경단체는 가중되는 바다오염 문제를 지적하고 해양생태계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특히 지난 10여 년 동안에는 매년 수 백만 톤씩 버려져 온 유기성 폐기물의 해양투기 문제 해결을 촉구해왔다.

그런데 2014년 올해 바다의 날에는 이를 기념하고 행사를 열 정부와 관련 기관들이 모두 숨을 죽이고 있다. 지난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참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이 없었더라면 해양국가 비전 운운하며 대대적인 바다의 날 행사를 열고 해수부 부활을 축하했을 것이다(2008년 국토해양부가 신설되면서 폐지되었다가 2013년 3월 다시 설치). 그러나 지금 해수부는 '해운마피아'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납작 엎드려 있고, 독립청으로서 덩치를 키워가던 해양경찰청은 조직해체라는 철퇴를 맞고 망연자실한 상태다.

해결되어야 할 여러 가지 바다환경 문제가 있지만 특히 산업 폐수의 조직적인 해양투기와 불법포경 문제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는 법제도의 부실과 모순 때문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해양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없었고, 고래를 보호하겠다는 뜻이 약했다.

해양수산부가 부활되었지만 바다를 둘러싸고 불법과 편법, 부실이 곳곳에서 판친다. 정책 단위라는 해양수산부와 집행 단위라는 해경의 무능과 부실은 세월호 참사를 예방하지 못했고 해양 투기와 바다생태계를 보호하지 못했다. 급기야 엄청난 인명을 살상하기에 이르렀다.

바다를 쓰레기장으로 방치한 해수부와 해경, 해상 안전 책임도 방기

바다의 날을 맞아,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대규모 산업폐기물의 해양투기 행위를 고발하고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1988년부터 2013년까지 26년 동안 무려 1억3천만 톤의 육상폐기물이 바다에 버려졌다.

이전 정부가 올해부터 해양 투기를 중단한다고 약속했지만 해양수산부를 부활시킨 박근혜 정부는 약속을 파기하고 2014년~2015년 2년 동안 산업폐수의 해양 투기를 허용하고 있다. 육상에서 기술적으로 처리가 어려운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악용한 것이다.

지난 3월 발표된 '2013년도 해양투기실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올해에만 무려 427개 기업의 485개 공장에서 52만8764톤을 폐수를 배출하겠다고 신청했다. 종류별로는 오염도가 심한 폐수오니가 전체의 78%인 41.2만톤, 폐수가 22%인 11.5만 톤이다.

바다를 지키고 보호해야 할 해양수산부와 해경이 바다를 쓰레기장으로 여기는 기업들의 상황을 조장하고 방치해 온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났듯 해양수산부와 해경은 바다에서의 사람 안전도 방기했다.

바다 오염과 해양생태계 보호에 초점을 맞춰 활동해온 바다 관련 민간환경단체도 세월호 참사 앞에 할 말을 잃은 상태다. 이들은 평소 사람과 동물의 생명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여 콘크리트 수조에 갇힌 공연 돌고래의 자연방사를 추진하고, 고래 고기 유통금지를 주장하며 그물에 걸린 고래를 살려주자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수백 명의 무고한 학생과 일반 승객의 생명이 무참하게 바닷속으로 스러져가는 엄청난 참사를 목도하면서 여느 국민이 그러하듯 한탄과 눈물만 흘릴 따름이다. 

안전 사회에 대한 사회적 각성이 생태계 안전으로 나아가길

바다를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해양투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해양투기 중단을 요구하는 사회적 활동과 해상 캠페인을 펼치고자 준비해 왔다. 그러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 모든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비록 해양투기나 고래보호 문제와 무관한 사건이지만 바다라는 같은 공간에서 벌어진 엄청난 참사 앞에서 해상 캠페인을 펼칠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실종자들이 모두 가족 품으로 돌아오고, 철저한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국민 모두의 가슴에서 일고 있는 안전 사회를 위한 각성이 제도적 장치로 외화되고 지워지지 않는 교훈으로 새겨져야 할 것이다.

다른 많은 바다 생물이 있지만 특히 고래는 바다생태계의 깃대종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고래가 그물에 걸릴 경우, 세계 모든 나라에선 살려 보낸다. 반면 우리는 '바다의 로또'라고 생각하여 숨쉬지 못하도록 누르거나 방치하여 질식사 시켜 시장에 유통시킨다. 이러한 반생태적인 행위는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또, 콘크리트 수족관에서 뜀뛰기를 해야만 먹이를 얻을 수 있는 공연 돌고래를 보고 환호와 신기함이 아닌 측은지심을 가져야 한다. 건강하고 안전한 바다, 생명 그물로 연결된 풍성한 바다를 만들자. 현대 사회는 본질적으로 위험 사회라는 지적이 있지만, 세월호 참사를 통해 각성된 집단적 의식이 생태적 감수성의 회복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세월호 참사의 교훈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잔잔하고 철썩 이는 파도소리를 내는 바다가 야속하기만 하다. 바다야, 네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이 시간 네가 정말 야속하게 느껴진단다. 바다야, 이제 그만 아이들과 다른 승객들을 가족 품에 돌아가도록 해 주려무나.

최예용 기자는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자 보건학박사입니다.



태그:#바다의 날, #해양수산부, #해양투기,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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