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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울산 중구 홈플러스 사거리. 선거 현수막이 여러개 걸려 있고 선거운동원들이 주민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27일 오후 울산 중구 홈플러스 사거리. 선거 현수막이 여러개 걸려 있고 선거운동원들이 주민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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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2시 울산 중구 복산동 중구청 정문 앞. 민원을 내고 나온 60대 후반 시어머니와 30대 후반 며느리가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었다.

- 저… 이번 지방선거를 어떻게 보시는지….
60대 여성 : (기자의 아래위를 훓어보며) "와카는교? 우리는 선거 관심 없어요."

- 울산시장 선거는 누구를 점찍어두셨나요?
60대 여성 : "이번에 누가 나왔는교?"

- 새누리당은 김기현, 야당에서는 이상범(새정치민주연합), 조승수(정의당), 이갑용(노동당)이 나왔습니다.
60대 여성 : "우리는 김기현이 아닌교, 야당은 필요 없고…."

- 지지하는 이유가 있나요?
60대 여성 : "아직까지 박근혜가 잘하니까 그렇지."

- 박근혜 대통령 보고 찍으십니까? 시장 후보는 잘 모르시나요?
60대 여성 : "김기현이도 잘 알지. 그래도 박근혜가 잘하니까 더 찍어야지."

이어 며느리에게 의견을 묻자 그녀는 그냥 웃기만 했다. 고부는 급히 자리를 떴지만 며느리는 뒤를 한 번 쳐다봤다.

울산 중구청에서 500m를 걸어 내려오자 8차선 도로의 '홈플러스사거리'가 나왔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40대 남성에게 시장 선거에 대해 물었다. 그는 기자가 질문하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본래 정갑윤이 찍을라 했는데 갑윤이가 접었다 아잉교, 그래 할 수 있나, 새누리당 김기현이라도 찍어야지"라고 말했다.

지난 1월 29일 울산시장 출마를 선언했던 중구지역 4선 정갑윤 의원은 유력한 새누리당 울산시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보름 만인 2월 9일 불출마로 돌아섰다. 이후 새누리당에서는 울산 남구을 지역구의 김기현 국회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울산시장 후보로 공천을 받았다. 정갑윤 의원은 최근 새누리당 몫의 국회부의장에 선출됐다.

새누리당 시장 후보 지역구인 남구 주민들 "시장 선거 결과는 뻔해"

중구와 남구의 경계인 태화강 번영교를 건너 울산지역 최대 전통시장인 남구 신정시장을 찾았다. 남구는 인구가 30만 명을 넘으면서 국회의원 지역구도 갑과 을 두 곳으로 나뉘었다. 남구는 새누리당이 매번 국회의원 두 석을 휩쓸 정도로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하지만 지난 2010년 남구청장 지방선거에선 이변이 일어났다. 비록 선거에서 패하기는 했지만 김진석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가 재선을 노리던 김두겸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게 1.31%, 1762표라는 간발의 차로 고배를 마시면서 지역을 놀라게 한 것. 이 때문에 설욕을 위해 이번 지방선거에 다시 나선 김진석 통합진보당 후보와 서동욱 새누리당 후보의 대결은 초미의 관심사다.

이에 반해 남구에서는 울산시장 선거가 크게 흥미를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남구을 지역구에서 3선을 한 김기현 새누리당 후보가 이길 것이 뻔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 이런 정서 속에서도 남구 신정시장 한 식육점 가게 앞에 모여 있던 중년의 남성들은 "남구 갑 지역과 을 지역의 정서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와 서동욱 남구청장 후보는 모두 남구을이 지역구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남구청장 후보 공천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선을 벌이다 패한 남구갑 지역구 기반의 후보 3명과 그 지지자들이 당에 반감을 갖고 있다는 것. 하지만 시장에서 만난 중년 남성들은 시장 선거 결과를 묻는 질문에는 한결같이 김기현 새누리당 후보의 압승을 점쳤다.

신정시장에서 가게를 하는 또 다른 중년 남성은 "이곳 남구갑 지역에서는 통합진보당 김진석을 밀어주자는 의견도 많이 나온다"며 "김진석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울산시장도 야당 후보를 찍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김진석이라는 인물이 개인적으로는 남구에서 무척 좋은 평을 듣고 있다"며 "하지만 당이…" 라며 말끝을 흐렸다.

'코스트코 사태' 겪은 북구 주민들, 진보 구청장엔 '호감' 시장 선거엔 '냉랭'

27일 오후 울산 북구 호계시장 인근 21세기 병원삼거리에 선거 현수막이 붙어 있다
 27일 오후 울산 북구 호계시장 인근 21세기 병원삼거리에 선거 현수막이 붙어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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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북구에서 만난 주민들은 시장 선거보다는 구청장 선거에 더 관심이 많은 듯했다. 북구 최대 번화가인 호계시장의 한 슈퍼마켓 주인은 "울산시가 북구 주민들에게 해준 게 뭐가 있나"며 "윤종오 구청장(통합진보당)이 중소상인을 보호하려 할 때 오히려 제재를 가해 결국 기소되게 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호계시장에서 만난 20대 대학생은 "솔직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구청장 선거만 아니면... 시장 선거는 투표하지 않을 생각이었다"며 "윤종오 구청장이 중소상인을 보호한 것은 보수든 진보든 성향에 구분 없이 주민들이 모두 공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선거에 나선 이상범 후보와 조승수 후보가 모두 북구청장 출신이라 그들을 염두에 두고는 있다"고 말했다.

윤종오 북구청장은 임기 중인 지난 2012년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계 대형마트인 코스트코 허가를 반려한 이유로 고소당했다. 윤 구청장은 기소된 후 징역 1년을 구형받았고, 2013년 1월 17일 법원으로부터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보수와 진보 구분 없이 대다수 지역 주민들과 정치권이 윤 구청장의 구명운동에 동참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당시 울산시는 윤 구청장에게 건축허가를 내줄 것을 요구했지만 윤 구청이 이를 거부하면서 결국 기소되기에 이르렀고, 북구 주민들은 이 점을 상기한 것이다. 윤종오 구청장은 통합진보당 후보로 이번 선거에 출마해 재선에 도전한다.

지방선거 두고 의견 양분된 '현대중공업의 도시' 동구

27일 오후 울산 동구 남목 안효대 의원 사무실에 걸려 있는 현수막
 27일 오후 울산 동구 남목 안효대 의원 사무실에 걸려 있는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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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를 빠져 나와 동구로 향했다. 현대중공업이 있는 동구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하는 남목고개. 지난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때 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차량을 앞세워 울산 시가지로 향할 때 넘어가던 그 고개다. 남목고개가 끝날 무렵 새누리당 안효대 국회의원(울산 동구)의 사무실이 있는 현대미포회관 벽에 붙은 커다란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동구를 더 이상 통합진보당에게 맡길 수 없습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선동죄, 1심에서 징역 12년 선고. 기호 1번 새누리당.

현수막은 동구청장 재선을 노리는 통합진보당 김종훈 후보와 같은 당 지방의원 후보자를 겨낭한 것으로, 새누리당 권명호 동구청장 후보와 지방의원 후보자들은 수차례 기자회견과 방송토론에서 이 점을 부각시킨 바 있다.

이런 새누리당의 전략이 먹힌 것일까? 동구 방어동 한 아파트단지에서는 현수막 내용과 비슷한 말을 들었다. U아파트 입구에 있는 재활용품 수거장에서 이 아파트의 남성 경비노동자와 60대 여성이 버려진 선거홍보물을 뒤적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기자가 다가가자 경비노동자는 통합진보당 후보의 홍보물을 던지며 말했다.

"빨갱이 아냐, 이석기! 지금도 우리 세금으로 월급을 주고 있다잖아. 이런 사람들 찍으면 안 되잖아. 사장님 안 그래요?"

갑작스런 질문에 기자가 당황하자 60대 여성이 맞장구를 치면 말했다.

"말해 뭘해. 이런 작자들 찍어주면 안 된다니까."

기자가 조심스레 "그럼 울산시장은 누굴 찍으실 건가요?"라고 묻자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지금 야당 찍으라는 거야? 다 똑같은 사람들이야!"라며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이 아파트 앞 슈퍼마켓에서 만난 사람들의 반응은 달랐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해 2월 25일 홈플러스가 SSM을 기습 개장하자 중소상인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해 두 차례 대규모 상인대회를 진행하고 30여 차례 집회를 열었다.

D슈퍼마켓 여주인은 "울산시에서 해준 게 뭐가 있나"고 되묻고 "그나마 김종훈 구청장이 중소상인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 남편은 장사도 팽개치고 며칠 전부터 김종훈 구청장 재선을 위해 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시장이 당선되면 중소상인들은 힘들어질 것이 뻔하다, 본래 대기업 편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덧붙이는 글 | 박석철 기자는 2014 지방선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특별취재팀에서 활동합니다



태그:#6.4지방선거 울산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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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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