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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시기만 되면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많은 매체에 게재됩니다. 후보자와 참모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선거 결과를 보면서 이런저런 의견을 냅니다. 그렇다 보니 단지 1~2%p에 환호하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합니다.

이들의 눈에는 오차범위니 응답률이니 하는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눈에 보이는 수치만 크게 들어옵니다. 하나하나 잘 톺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선거에서의 여론조사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후보자(정치인)에게는 영감을, 착한 시민(유권자)에게는 선택의 기준을 제공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 기자 말

부산시장 선거 결과가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는 '초박빙'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초초박빙'인 것으로 나타났고, 선거운동 기간에 양측이 벌이는 각종 신경전이 뉴스를 장식하면서 점점 더 그 흥미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현재 '친박핵심' 서병수 후보가 새누리당으로,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한 경험이 있는 오거돈 후보가 무소속으로, 그리고 통합진보당에선 부산시당 공동위원장인 고창권 후보가 나섰습니다.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 고창권 통합진보당 후보, 오거돈 무소속 후보.(왼쪽부터)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 고창권 통합진보당 후보, 오거돈 무소속 후보.(왼쪽부터)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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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부산시장 선거의 향배는 향후 총선과 대선의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 볼 수 있습니다. 또 1990년 충격적인 3당 합당으로 갑작스레 여권(與圈)이 된 도시 부산이 과연 야성(野性)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새누리당이 계속 수성할 것인지도 관심사입니다.

워낙 치열한 초박빙 승부가 연출되다 보니, 여론조사 전문가들에게 부산시장 선거 판세를 물어보아도 입장을 유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근 20여년 동안 현재 여권인 새누리당이 잡고 있었던 부산 민심이 요동을 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선거처럼 유력 후보 두 명이 여론조사에서 치열하게 맞붙은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38.0% vs. 38.0%

여론조사 지표는 최근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발표한 결과를 토대로 했습니다. <중앙일보>의 자체 조사연구팀이 지난 20일, 부산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유선 50% +무선 50%)를 실시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성별·연령·지역 할당 후 무작위로 추출해 유선 RDD(Random Digit Dialing – 무작위 전화걸기) 및 갤럽 휴대전화번호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갤럽의 휴대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는 이미 실시한 전국단위 휴대전화 RDD 조사 응답자 중 향후 타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한 사람의 데이터베이스로, 이 숫자는 1만3929명입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46%이고 응답률은 35.3%였습니다.

다른 조사에 비해 꽤 응답률이 높은데요. 이에 대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는 ※표시까지 하면서 '기존 패널이나 무선전화 DB를 이용한 조사의 응답률이 통상적인 RDD 전화조사의 응답률보다 높다고 해서 조사 품질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의 여론조사가 다른 기관의 여론조사와 차이가 나는 것은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성연령별 수치도 기록했기 때문이랍니다. 즉 19~29세 연령별이라고 한다면 더 나눠서 '남 19~29세'와 '여19~29세'까지 표시했다는 것입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이 나왔습니다.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 38.0% vs. 고창권 통합진보당 후보 3.3% vs. 오거돈 무소속 후보 38.0%

광역단위 여론조사에서 이렇게 똑같은 지지율을 기록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야말로 초초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는 <중앙일보>의 조사결과 한 가지만 보고 분석한 것이기 때문에 근원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할 것입니다.

오거돈의 승부수... 여성표의 향배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성연령별 후보 지지율입니다.

서병수, 오거돈 후보는 38.0% 동수의 지지율을 기록하였다.
▲ 성연령별 후보 지지율 서병수, 오거돈 후보는 38.0% 동수의 지지율을 기록하였다.
ⓒ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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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보시면 이해하시겠지만 서병수 후보와 오거돈 후보의 지지율은 일관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선거구의 일반적인 특징이기도 합니다. ▲젊은층의 경우 오거돈 후보 지지 경향이 크다 ▲노년층의 경우 서병수 후보 지지 경향이 크다 ▲서병수 후보를 지지하는 노년층의 경향이 오거돈 후보를 지지하는 젊은층의 경향보다 폭이 넓고 깊다 ▲오거돈 후보의 여성 지지세가 남성 지지세보다 훨씬 약하다(서병수 후보의 여성 지지세가 남성 지지세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등으로 분석이 가능합니다.

좀 더 자세히 톺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의 성별 후보 지지율을 잘 살펴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는 일반적으로 오거돈 후보를 지지하는 여성 지지율이 남성 지지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20대 여성의 경우 역전현상이 벌어집니다. 이를 서병수 후보 측의 관점에서 본다면, 젊은 여성층에게 서병수 후보가 어필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서병수 후보와 비교해서 오거돈 후보의 지지율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지요.
젊은 연령층 중 20대 여성의 경우 서병수 후보가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 서병수 후보와 대비한 오거돈 후보 지지율 젊은 연령층 중 20대 여성의 경우 서병수 후보가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 최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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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이상 여성의 경우 6.0%p(30~39세), 8.9%p(40~49세) 등 오거돈 후보가 앞서고 있으나 20대 여성의 경우 1.2%p 뒤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 남성 지지층에 비해 여성 지지층의 결집도가 약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역으로 서병수 후보는 젊은층의 약한 지지도를 여성표를 통해 일정정도 상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첫 번째 결론을 말씀 드리자면 이번 부산시장 선거는 오거돈 후보가 20대 여성표심을 중심으로 얼마나 여성 표를 공략할 수 있을 것인가, 서병수 후보가 텃밭의 장점을 살려 여성 표심을 현재의 상황에서 얼마나 방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병수의 승부수, 정당 지지표의 향배

이번 부산 시장선거의 또 다른 특징은 오거돈 후보가 50대 남성 지지율에서 예상보다 큰 차이로 서병수 후보에 앞서고 있다는 점입니다. 경기도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경우 상대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에 비해 50대 지지도는 크게 뒤지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유리한 판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받는 서울의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도 상대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에 비해 소폭 앞서 있을 뿐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오거돈 후보가 서병수 후보를 13.6%p로 앞서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지요. 물론 서병수 후보는 50대 남성 표의 부진을 50대 여성 표심 14.2%p로 상쇄해서 균형을 맞추기도 했습니다. 50대의 표심을 이야기 하자면 또 하나 보아야 할 표가 있습니다. 바로 부산에서의 정당 지지율입니다.

특히 서병수 후보의 경우 새누리당 정당지지율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 부산의 성연령별 정당지지율 특히 서병수 후보의 경우 새누리당 정당지지율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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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수 후보는 텃밭 부산에서의 정당 지지율에 비해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오히려 젊은층에서는 상대 후보에 추월당하고 있는 모습이지요. 해석하자면, 부산 민심은 새누리당은 지지할 수 있으나 '서병수'라는 후보에 대해서는 정당 표심만큼 선뜻 지지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오거돈 후보는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가덕도 신공항'을 둘러싼 논쟁을 TK와 PK를 갈라 치는(오거돈 후보는 서병수 후보에 대해 "대구·경북의 실세 정치인에 밀린 부산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비참한 자화상일 뿐"이라고 공격했습니다) 영리한 전략을 수행했지요. 이에 서병수 후보가 말려든 것인지 모르나 드러나는 상황은 분명 새누리당 지지율을 서병수 후보가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구체적인 수치입니다.

서병수 후보는 정당지지율에 비해 대략 10%p 안팎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 성연령별 새누리당 지지율과 서병수 후보 지지율 서병수 후보는 정당지지율에 비해 대략 10%p 안팎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 최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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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치를 토대로 분석하면, 서병수 후보가 과연 정당 지지율을 자신의 표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따라 판이 바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조직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무소속 오거돈 후보에게는 뼈아픈 부분이기도 합니다. 물론 부산을 비롯한 경남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겠지만, 선거에서 조직의 위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후보자의 무기입니다. 따라서 오거돈 후보측에선 이 부분이 다소 아쉬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세월호 여파로 인해 요즘처럼 박근혜 정부가 비판 받는 상황에서는 선뜻 지지의사를 밝히지 않는 표심이 분명 존재합니다. 이를 숨은 표라고도 하는데, 대체적으로 10% 안팎으로 추산을 합니다. 이 숨은 표가 투표일 힘을 발휘한다면 서병수 후보는 여유 있게 승리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숨은 정당 지지표가 여전히 숨어 있기만 한다면 오거돈 후보 입장에서는 한 번 해볼 만한 게임인 셈이죠.

20년 새누리(한나라)의 역사, 깨질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오거돈 후보의 젊은 여성표 흡수 가능성과 서병수 후보의 정당지지율 흡수가 당장 발등에 떨어진 과제입니다. 당장 오거돈 후보는 젊은 여성표 흡수를 위한 전략을, 서병수 후보는 정당 지지율을 개인 지지율로 이을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접전은 사실 오거돈 후보에겐 좀 불리한 상황입니다. 왜냐면 앞서 이야기한 '숨은 표'는 언제든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적어도 오거돈 후보가 이기기 위해서는 지금 최소 3~4%p는 앞서고 있어야 합니다. 더군다나 부산은 50대 이상 유권자의 비율이 전국 최고인 45.1%에 달합니다. 보수결집 조건은 갖춰져 있는 셈이지요.

'선거의 여왕'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꿰뚫어 보듯이 '왕실장' 김기춘을 제외한 나머지를 물갈이를 했습니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은 결코 오거돈 후보에게 유리한 판이 아닙니다. 더구나 최근 오거돈 후보의 땅투기·논문표절 의혹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오거돈 후보가 논문표절 의혹은 제기한 이들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불끄기에 나섰지만,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둔 터라 좋지 않은 상황인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아직 선거 결과를 예단하긴 이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습니다. 부산시장 선거를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죠. 부산을 비롯한 영남지역의 변화는 향후 대한민국의 변화를 예견할 수 있는 나침반이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저는 6월 3일까지 매일 저녁 원순TV(http://www.ustream.tv/wonsoontv)에서 시사개그맨 노정렬과 함께 '원순C의 의리쇼'를 진행합니다. 오셔서 댓글도 달아주시고 응원의 메시지도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태그:#부산시장, #서병수, #오거돈,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착한 정치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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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요한, 1969년 서울 산(産), 2000년부터 방송에 관심 있어 주변을 맴돌다 2005년 우연히 얻어 걸린 라디오 전화인터뷰부터 시사평론 방송시작, 2014년부터는 경제 Agenda에 집중, 시사경제평론을 하면서 몇몇 경제채널 출연하고 있음, 어떻게 하면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종일 고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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