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 사람이라면 모를 법도 하지만 제주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제주 특산물 오메기 떡.
하지만 이제 그것도 옛말이다. 예부터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는 있었지만 최근 한 종편 인기 예능프로그램에 오메기떡이 등장하면서부터 전국적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나는 지난 15일 제주로 여행 온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선물로 '오메기 떡'을 택했다. 멀리 이역만리에서 모국인 제주까지 여행 왔는데 아직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수소문 해 본 결과 '제일떡집'이 서귀포에서 '제일' 인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 뒤 단박에 그곳으로 향했다. 이곳은 평일 낮임에도 오메기떡을 사려는 손님들이 많았다.
큰사진보기
|
▲ 30년째 '제일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임한길(67)·전금순(60) 부부 |
ⓒ 신용철 |
관련사진보기 |
이곳에서 30년째 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임한길(67)·전금순(60) 부부. 그리고 부부의 아들 내외와 간호사로 일하고 퇴근하면 바쁜 일손을 돕는 딸까지 이들 가족에게 오메기 떡은 생계이자 삶이고 또 꿈과 희망이다.
이들 가족은 쉬는 날도 없이 매일 오전 6시에 나와 팥을 삶고, 쑥을 조금 넣어 차 좁쌀 80%와 찹쌀 20%의 비율로 오메기 떡 반죽을 시작한다. 그리고 오전 9시부터 판매를 시작해 오후 8시까지 끊임없이 손님들을 받는다. 오후 8시가 넘어서는 육지에서 주문한 택배작업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 시간은 어느덧 오후 11시.
매일 반복되는 일이고 피곤할 법도 하건만 언제나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성정 자체도 모두 온유하지만 '가족이 함께 하는 힘'이 이들에게 생활의 활력이 되는 듯하다.
이들 가족의 오메기 떡 맛에 반해 양희은, 이승기, 조동혁씨 등 연예인들도 많이 다녀갔다. 고 박주아씨는 세상과 이별하기까지 서울에서 항상 이곳에 오메기떡을 시켜 먹었다고 한다.
팥이 버무려진 오메기떡만 있는 반면 견과류로 버무려진 오메기떡도 있다. 알고 보니 견과류 오메기떡은 이곳에서 처음으로 시작했다.
고려인들에게 오메기떡을 선물해 주고 아주 맛있게 먹었다는 답례를 듣고 난 후 제일떡집을 다시 찾았다.
"고려인 가운데 항일독립투사 후손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옆집 보리빵도 듬뿍 넣어서 드릴 걸 그랬어요."고려인들에게 선물한다고 하니 추가로 넉넉하게 오메기떡을 챙겨주던 가족이 다음날 찾아갔을 때 한 말이다. 맛만큼 마음도 맛있고 풍요로운 가족이다.
덧붙이는 글 | <서귀포신문>에도 송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