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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전길남 KAIST 명예교수가 2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막한 '서울디지털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전길남 박사는 이날 '안전한 인터넷'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한국이 전세계 개도국 인터넷 사용자들을 돕는 '인터넷 선진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아시아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전길남 KAIST 명예교수가 2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막한 '서울디지털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전길남 박사는 이날 '안전한 인터넷'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한국이 전세계 개도국 인터넷 사용자들을 돕는 '인터넷 선진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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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인터넷을 만든다면 '안전한 인터넷'을 만들겠다."

1982년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인터넷을 개발해 '아시아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전길남 KAIST 전산학과 명예교수(일본 게이오대 교수)가 '안전한 인터넷'란 화두를 던졌다.

전길남 박사는 2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막한 '서울디지털포럼' 기조연설에서 한국에 앞으로 인터넷을 쓸 개발도상국 사용자를 돕는 '인터넷 선진국' 역할을 주문하는 한편 지금부터라도 '안전한 인터넷'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한 인터넷, 필요하면 백지 상태에서 다시 만들어야"

한국인으로는 처음 2012년 '인터넷 명예의 전당'에 등재된 전 박사는 "2년 전 인터넷 전당에 오른 30여 명이 모였을 때 40년 동안 우리가 인터넷을 이끌었지만 한 가지 잘못한 게 안전한 인터넷을 만들지 못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면서 "그때는 연구하는 단계였고 연구자끼리 서로 잘 알고 있어 인터넷을 안전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 박사는 "그때는 더 보편적으로 쓰게 만들자고 했는데, 그건 20세기 사고방식이고 21세기에는 안전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사람들은 은행 (보안) 문제가 안 터지길 원하고 말레이시아 (항공기 추락) 사고 같은 게 없는 안전한 교통시스템, 안전한 원자로를 바라는 것처럼 인터넷도 안전한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전 박사는 "인터넷은 공격하긴 쉽고 방어하긴 어렵다"면서 "개발도상국은 그런 데 투자하기 어려워 아프리카에서 (인터넷 개발을) 지원할 때도 아프리카 전체 보안시스템 조정 기구를 먼저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같은 개발도상국 인터넷 인프라 지원에 한국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 박사는 "지금 전 세계 27억 명이 인터넷을 쓰고 있고 2024년엔 전 세계 인구 90%인 70억 명이 사용하게 될 것"이라면서 "지금 1세대 인터넷 사용자들의 도전 과제는 앞으로 늘어날 인터넷 사용자들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 박사는 "한국은 오랫동안 개발도상국에 오래 머물다 ICT 발전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해 개도국과 선진국간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위치에 있다"면서 "한국 젊은이 20% 정도를 개발도상국으로 보내 2년 정도 체류하며 인터넷 인프라 구축을 돕도록 하면 국제 사회에서 중요한 리더십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프리카 르완다 사례를 들었다. 전 박사는 "르완다는 초고속인터넷망 구축을 KT와 합작으로 하고 있고 인터넷 보안은 우리 KISA(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맡아 젊은이들이 실제 1~2년씩 일하고 있다"면서 "르완다는 내전으로 인구 10% 이상이 희생된 나라여서 6.25를 겪은 우리나라에게 상징적 의미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개발도상국 인터넷 인프라 개발을 지원할 때 '식민지주의'를 경계했다. 전 박사는 "식민지주의 스타일이나 가장 싼 방법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식은 21세기에 유효하지 않다"면서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식민지주의라는 DNA가 없어 21세기 스타일로 할 수 있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거대 권력의 종말> 저자로 이날 포럼 참석차 한국에 온 니코 멜레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역시 "한국이 제조나 기술 개발에서 글로벌 리더십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기술 여파를 생각에서 도덕이나 윤리 분야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날 전길남 박사 기자회견 일문일답이다.

"인터넷 공격 쉽고 방어 어려워... 보안 시스템 먼저 투자해야"

'아시아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전길남 KAIST 명예교수가 2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막한 '서울디지털포럼' 기조연설을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길남 박사는 이날 '안전한 인터넷'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한국이 전세계 개도국 인터넷 사용자들을 돕는 '인터넷 선진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아시아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전길남 KAIST 명예교수가 2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막한 '서울디지털포럼' 기조연설을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길남 박사는 이날 '안전한 인터넷'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한국이 전세계 개도국 인터넷 사용자들을 돕는 '인터넷 선진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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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발언: "언젠가는 (세계 인구) 90%가 인터넷 쓰겠지 생각했는데 앞으로 10년 이내 90%까지 갈지는 예측하지 못했다. 우리는 반대로 어떻게 하면 20-40% 갈 것만 고민했다. (미래 인터넷을 사용할) 또 다른 수십억 명을 위해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게 인류의 과제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역부족이라 생각한다.

인터넷을 미국서 개발했으니 미국이 소유권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콘트롤(제어)해 왔는데, 20년 전부터 차례차례 (국제 사회에) 넘겼고 가장 마지막 것을 내년에 넘긴다. 미국 정부는 완전히 손을 떼고 이젠 (인터넷이) 미국 것이 아니다. 우리 10여 년 전부터 주장했다. 그럼 어떻게 할 건가, 우리가 인터넷을 관리할 수 있나, UN 같은 데서 관리해야 하나. 이것도 시간과 인력 문제다. 인터넷은 세계 전체 것으로 가고 있다."

- (기조 연설 질의 응답에서) 인터넷을 다시 만든다면 '안전한 인터넷' 만들겠다고 했다. 지금부터라도 가능한 방법은 없는가.
"늦었지만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몇십 년 써야 하는데 안전하지 않은 시스템을 쓰라는 건 말도 안 된다. 20~30년 전 인터넷 만들었을 때 너무 가볍게 생각해 고치기 어렵게 됐다. 필요하면 완전히 백지부터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협 은행, KT 등에서 1000만 건씩 인터넷 개인정보가 유출됐는데 이 정도면 주민번호가 100% 해킹됐다고 생각해야 한다.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 전체의 문제다. 우리나라 정도면 한 번 제대로 안전한 인터넷을 만들어보자. 본격적으로 하면 100%는 아니라도 70~80%는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 되면 지금 웹 기술 누구나 쓰는 것처럼 200개 나라 어디든 쓸 수 있게 하면 좋다.

그때(인터넷 개발할 때) 몰랐는데 지금 해보니 인터넷은 공격은 굉장히 쉽다. (해커에게) 미국 공격하게 해봐라. 쉽다. 방어하는 건 엄청나게 어렵다. 개발도상국은 그런 데 투자 못한다. 내가 아프리카에 자주 가서 돕는데, 가장 먼저 하는 게 아프리카 전체 보안시스템 조정 기구를 만드는 거다. 아프리카에서 첫 번째 프로젝트에 성공해 2년 전에 기구를 만들었다."

- 2024년에 90%가 인터넷을 쓴다고 했는데, 모두의 인터넷이 되려면 비용을 지금보다 낮춰야 한다. 거대 자본이 추구하는 것과 배치되는데 어떤 형태로 가능하다고 보나.
"이 부분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많이 도와줄 수 있는 분야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체신부에서 정보통신부로 개편하면서 경쟁 논리를 도입했다. 경쟁할 수 있는 형태로 해 우리나라 초고속인터넷망이 싼 나라다. 미국은 경쟁 상태로 보이지만 독점에 가까워 경쟁이 안돼 인터넷이 가장 비싼 나라 가운데 하나다. 미국이 외국을 돕는다면 (인터넷 접속 비용이) 비쌀 거다. 멕시코가 미국식으로 해 유례없이 비싸다. 우리나라처럼 하자고 하면 된다."

- 지식인 사회나 개인적 노력으로도 가능하다고 보나.
"젊은 사람 20%가 2년 정도 외국에 가면 좋겠다. 르완다가 초고속인터넷망을 KT와 합작으로 하고 인터넷 보안은 우리 KISA(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한다. 젊은 사람이 실제 1~2년씩 일한다. 완벽하게 잘 한다는 거 아니지만 첫 번째 실험이다. 르완다도 내전 때문에 (인구) 10% 이상 희생된 나라다. 우리도 6.25를 겪었고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프리카도 그렇고 많이 가면 좋겠다. 자원 봉사식으로 가서 일하는 방식도 좋다. 우리나라 사람은 '식민지주의'라는 DNA가 없다. 미국, 일본 사람이 하면 식민지 운영처럼 된다. 그런 DNA를 갖고 있어서다. 우리는 21세기 스타일로 할 수 있는 나라다.

"인터넷 선진국으로 거듭나야... 카톡-라인 주도 기회 놓쳐선 안돼"

- 인터넷 안전을 얘기했는데 인터넷으로 인한 사회 문제도 크다. 10대 왕따라든가, 연예인 비극같은. 이런 사회 문제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나.
"영국 런던이나 프랑스 파리에 가봐라. 기차역이 도시 중심엔 없고 변두리에 3~4개씩 있다. (도입 초기) 기차가 워낙 위험해서 그런 거다. 서울시에 원자로 건설 안 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도시 중심에 기차역 안 만들었다. 하지만 영국이 기차를 안전하게 만들어 일본, 한국은 도시 중심부에 기차역이 있다. 일본은 일왕이 사는 곳 바로 옆에 있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앞서가는 나라라면 그런(사회적 악용) 문제가 먼저 생기는 거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같이 해결해서 안전한 걸 다른 나라에 제공하자. 우리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데 '선진국 놀이'한 경험이 없다. 기술이 처음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지금 기차역을 런던이나 파리 중심부에 안 만들었나 생각하면 웃기지만, 원자로는 그 정도로 (안전 보장이) 안 돼 청와대 옆에는 안 만드는 거다."

- IT 업계에 많은 제자가 있는데, 우리 IT 강국 위상 흔들린다고 생각하나.
"우린 개발도상국 스타일로 인터넷 강국 만드는 데 노력했고 많이 성공했다. 앞으로 할 건 인터넷 강국이 아니고 영국이나 스웨덴처럼 '인터넷 선진국'이 되는 거다. 우린 인터넷을 잘 쓸 수 있다, 항상 새로운 기술을 먼저 개발한다, 그런 선진국이 돼야 한다. '강국'은 개발도상국으로 넘겨야 한다. 우리 옆에 그런 나라는 많다. 이제 (인터넷 속도) 더 빠르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 산업적 측면에서 말해 달라.
"카카오톡 많이 쓰죠? 아시아가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첫 번째 인터넷 시스템 같다. 불행하게도 앞서가는 회사 4개가 있다. 위챗, 라인, 왓츠앱 등 사용자는 4~5억 명인데, 카톡은 1억5천 명으로 5번째다. 이걸 우리가 잘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로서 어떻게 할 거냐, 아시아에서 어떻게 할 거냐. 아시아가 세계를 이끄는 시스템을 주도하면 좋겠다. 왓츠앱도 동시에 나왔지만 라인, 카톡도 우리나라 아이디언데 놓칠 가능성도 있다. 옛날에 '싸이월드'처럼 돼선 안 된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보편화 과정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싸이월드는 트위터, 페이스북보다 먼저 '미니홈피'라는 일촌 기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글로벌 시장 진출엔 실패했다 - 기자 주)."


태그:#전길남, #인터넷 아버지, #서울디지털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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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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