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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10일 최홍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장과 김정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안양옥 한국교육의원총회회장 등 교육단체 회원들이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6월 지방선거부터 교육위원을 선출하지 않는 교육의원 일몰제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규정한 헌법에 위배된다며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2014년 2월 10일 최홍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장과 김정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안양옥 한국교육의원총회회장 등 교육단체 회원들이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6월 지방선거부터 교육위원을 선출하지 않는 교육의원 일몰제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규정한 헌법에 위배된다며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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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당들의 지방의회 비례대표 선임 절차가 한창 진행중이다. 비례대표 공천원칙을 제대로 세우는 것은 지금의 선거 국면에서 정당의 지향과 정책의 우선순위를 가시화하는 가장 중요한 정치행위다.

여야를 막론하고 17개 시·도당이 따라야 할 공천원칙과 지침을 올바르게 제시해야 정치가 한걸음 발전한다. 입만 열면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교육혁신을 부르짖는 정당은 반드시 비례대표에 그 방면의 전문가를 포함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정당과 정치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6·4지방선거에는 특별한 변수가 있다. 교육의원제도 폐지로 교육전문가를 비례대표로 최우선 배치할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일정한 교육경력을 자격요건으로 삼는 교육위원이나 교육의원 제도가 있어서 굳이 교원 출신을 비례대표나 전략공천으로 배려하지 않아도 무방했다.

예를 들어 서울의 경우 2010년까지는 교원 출신 교육위원이 15인이나 있었고, 지난 4년간은 교원 출신 교육의원이 8인 있었다. 5년 이상의 교육경력을 가진 이 분들의 일은 전적으로 교육감 견제에 있었다. 그러나 여야 합의에 따라 교원 출신끼리 경쟁해온 교육의원제도는 이번 선거부터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사라지는 '교육의원', 교육이 위험하다

여야 정당들이 그대로 6·4지방선거를 치르면 교육감을 견제해야 할 17개 시·도 광역의회에는 향후 교원 출신 의원이 단 한 사람도 없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교육의원제도가 폐지된 반면 교원의 선거출마는 여전히 봉쇄돼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현직 교장이나 교사는 대학 교수와 달리 당선 시점이 아니라 출마 시점에 교직을 사퇴해야 한다. 당연히 출마 자체를 꺼릴 수밖에 없다.

정년퇴직한 교장이나 교사가 수많은 정치지망생을 물리치고 지역구 공천을 받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선거로 구성될 시·도의회에는 교원 출신이 단 한 명도 없는 사상초유의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100%다. 

지금의 교육의원이건 과거의 교육위원이건, 절대다수는 보수적이었다. 몇 안 되는 해직교사 출신을 제외하고 교육위원이나 교육의원에 출마한 사람들은 거의 모두 퇴직 교장들이었다. 현직 교원은 출마와 동시에 사직해야 했기 때문이다.

교육위원이나 교육의원은 최소한 교육현장과 교육활동을 잘 아는 교육전문가들이었다. 시도의회에 교원 출신의 자리가 없어진다는 건 시·도의회에 교육전문가가 없어진다는 뜻이다. 교육감은 그대로 있는데 교육감을 견제해야 할 시·도의회에는 교육전문가가 전무한 사상초유의 상황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회와 정치권은 교육의원제도를 폐지하기 전에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특히 출마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관련법을 개정했어야 했다. 여야는 지난 2월 정치관계법개정 국면에서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교육감 견제에 필요한 시·도의회의 전문역량을 중대하게 훼손했다.

지금이라도 정치권이 이 사실을 뼈 아프게 인식하고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교육감과 시·도의회 간 존재해온 권력의 균형은 결정적으로 깨지게 된다. 국회와 정치권의 직무유기로 교육지방자치에 심각한 불균형이 초래될 위기 상황인 셈이다.

그러나 교육 경력이 없고 교원 출신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교육감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유감스럽게도 교육은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이 얄팍한 경험이나 막연한 인상비평으로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헌법이 명문으로 '교육의 전문성'을 보장할 정도로 대표적인 전문분야다.

가장 자연스런 교육전문가들은 유·초·중등교원들이다. 내 경험에 따르더라도 교육경력이 없는 시의원들의 관심은 대부분 정치화된 교육현안이나 학교시설 문제에 머물렀다. 교사출신 시·도의원이 없다면 교육감 하긴 편할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여당이건 야당이건 비례대표와 전략공천을 통해서 교육전문가, 특히 교원출신을 각3인 이상 시·도의회에 진출시켜야 한다. 3인이라면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17개 시·도의회마다 교육계 비례대표를 1인 이상 배정하고 기존의 교육의원이나 교육계인사를 2인 이상 전략공천해서 광역의회가 교육감을 효과적으로 감시, 견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래야만 교육정책을 둘러싸고 교육감과 시·도의회 간 의미 있는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수 있다.  

교원 출신 인사를 비례대표에 배정해야

특히 야권에 당부한다. 이번 교육감선거는 혁신학교 찬반을 중심축으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 전면적인 학교문화 혁신에 성공한 혁신학교들은 지난 4년간 교육뉴스의 중심에 섰다. 지금도 진보교육감 후보들은 혁신학교 확산을 공약하는 반면 보수교육감 후보들은 혁신학교 중단을 공약한다.

서울형 혁신학교 교사 및 학부모 연대가 2013년 7월 11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학교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서울형 혁신학교 교사 및 학부모 연대가 2013년 7월 11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학교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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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교육감 후보들은 일반적으로 혁신학교에 적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학교 모델의 학교혁신과 교육개혁을 지지해온 야당들은 혁신학교를 운영 중인 6개 지역의 교육계 비례대표를 혁신학교 부문에서 내주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혁신학교 운동에 대한 적극 지지는 야권의 선거 전략으로도 바람직하다. 교육개혁에 대한 정책의지를 확실하게 천명하는 방법으로 이것만큼 좋은 건 없다. 교장보다는 교사, 교사보다는 학부모의 수가 많기 때문에 지지층을 확대하는 데도 유리한 길이다.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지지는 지난 1년 동안 혁신학교 지키기에 나선 서울학부모들이 잘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진보교육감이 있는 지역에서는 혁신학교운동을 지원하는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비례대표뿐 아니다. 교육의원으로 맹활약했던 분들과 교육운동에 오래 종사한 분들에 대해서는 마땅히 지역구 전략공천을 통해 더 영향력 있게 기여할 기회를 줘야 한다. 비례대표와 전략공천은 반드시 정강정책과 선거공약의 실행의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개혁공천이다. 이것은 새정치민주연합뿐 아니라 정의당, 진보당, 노동당, 녹색당 등 모든 야권 정당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는 교원의 정치기본권을 복권 시키지도 못한 채 교육의원제도를 폐지한 잘못을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본다. 교육전문성과 견제역량의 심각한 공백을 교육계 비례대표와 전략공천으로 보완해야 한다. 그래야만 남이 하면 헌정치, 내가 하면 새정치라는 비아냥이 사라진다.

17개 시·도 광역의회의 고유기능은 시도지사뿐 아니라 교육감을 견제하는 데 있다. 교육경력을 요구했던 교육의원 폐지로 광역의회의 교육감 견제기능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이런 중대한 문제를 알아보고 최대한 고치는 것이 책임 있는 리더의 모습이다. 더욱이 새정치를 외친다면 나부터 솔선수범하고 내 몫부터 내놓아야 한다. 이것저것 다 고려하고 감안하면 죽도 밥도 안 되고 기존의 나눠먹기가 재현될 뿐이다.

야당지도자들에게 당부한다. 광역의회가 교육감 견제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교육계 비례대표와 전략공천을 허하라.

덧붙이는 글 | 글을 쓴 곽노현님은 전 서울시교육감입니다.



태그:#교육청, #교육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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