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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대표적인 환경보건 운동 엔지오인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함께 '환경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란 타이틀로 우리 사회에서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방사능 안전, 미세먼지, 석면, 유해 식품, 시멘트 먼지 공해, 전자기파 공해, 환경호르몬, 중금속 중독 등의 문제를 공동기획해 매주 한 차례 연재합니다. 이 글에 대한 원고료는 환경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한 활동에 쓰일 예정입니다. 독자들의 성원을 바랍니다. [편집자말]
스모그 속의 미세먼지가 건강에 안 좋기로서니 담배보다 더 나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담배에는 수십 종의 발암물질을 포함하여 4000여 가지의 나쁜 물질들이 잔뜩 들어있다. 흡연시 이런 다량의 유독물질이 폐 속 깊숙이 들어가 폐암을 발생시키는데, 대기 중에 떠다니는 약간의 오염물질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듯하다.

그런데 2013년 10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깜짝 놀랄 만한 발표를 했다.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를 각각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보도자료에서 "대기오염과 건강영향에 관한 1000개가 넘는 세계 각국의 연구논문 및 보고서를 정밀하게 검토한 결과, 대기오염이 폐암의 원인이라는 증거가 충분하다고 결론지었다. 또 방광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증거가 있다"라고 했다.

더불어 대기오염의 주요 성분인 미세먼지의 건강영향문제를 별도로 평가한 결과, 이 역시 발암 근거가 충분했다. 지난 2013년 초 프랑스 리옹(Lyon)에 본부를 둔 국제암연구소가 세계 11개 국가에서 모인 24명의 전문가들이 참가한 최종평가회의에서 지난 수년간 진행해온 대기오염의 발암 관련성에 대해 만장일치의 결론을 내리고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를 각각 112번과 113번째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것이다.

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 나도 놀랐다

서울에 발령된 '초미세먼지 주의보 예비단계'가 전국으로 확장되고 있는 지난 1월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바라본 도심이 뿌연 먼지에 쌓여 있다. 기상청은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140~150㎍(마이크로그램)으로, 평소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보다 3배 정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 이순신 장군도 물리칠 수 없는 초미세먼지 서울에 발령된 '초미세먼지 주의보 예비단계'가 전국으로 확장되고 있는 지난 1월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바라본 도심이 뿌연 먼지에 쌓여 있다. 기상청은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140~150㎍(마이크로그램)으로, 평소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보다 3배 정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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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암연구소가 이러한 결론을 내린 주요 근거를 살펴보자. 발암물질임을 밝히려면 우선 해당 물질의 오염 정도를 파악하고 사람 즉, 인체 발암 관련성이 밝혀져야 한다. 이 관련성은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되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체내에서 암이 발생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기전이 파악되어야 한다.

이런 평가내용들이 어느 정도 확실한지 또 다른 연구자,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에 따라서 발암여부 및 발암정도가 평가된다. 

대기오염 수준평가에서는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오존 등의 주요 오염성분이 조사되었고 분진의 경우 초미세먼지(PM2.5)와 호흡성 미세먼지(PM10) 그리고 입자가 매우 큰 분진까지 모두 파악되었다. 유럽과 북미지역에서는 오염도가 점차로 낮아지는 추세지만 개발도상국가들에서는 오염도가 급증해왔고 지속적으로 건강위해 수준을 초과했다.

대기오염물질의 오염도와 건강영향에 대한 평가는 유럽, 북미, 아시아 지역 등에서 폐암발병과의 관련성을 조사하는 대규모 코호트 및 환자대조군 역학연구들이 수행되었는데 특히 코호트 연구가 결정적인 근거가 되었다.

폐질환을 야기하는 원인은 대기오염 외에도 흡연, 라돈 등 여러가지가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 원인물질들의 영향을 배제하고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만의 건강영향을 파악하려면 흡연과 비흡연자를 구분해야 한다. 따라서 매우 큰 규모의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건강한 상태에서부터 추적을 시작하여 폐암이 발병할 때까지 수십 년간 추적하는 연구를 해야하는데 이것이 바로 코호트 연구다. 세계 각지의 서로 다른 환경에서 코호트 연구가 수행되었는데 유사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덴마크 연구팀은 유럽 9개 나라 30만명의 건강자료와 2095명의 폐암환자를 대상으로 초미세먼지(PM2.5)농도가 5㎍/㎥ 높아질 때마다 폐암 발생위험이 18%씩 증가하고, 미세먼지(PM10)는 10㎍/㎥ 높아질 때마다 폐암발생위험이 22% 증가한다는 내용의 연구논문을 2013년 8월 유럽의 저명한 의학학술지 란셋(Lancet)에 게재했다.

미세먼지의 건강 위협은 중국이나 인도뿐?

암 관련성 조사 외에 대기오염으로 인한 여러 질병을 원인으로 조기 사망한 수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는 것도 큰 관심거리다. 이에 대해 네덜란드 연구팀이 서유럽 13개국 36만7천명을 대상으로 한 방대한 역학연구를 통해 초미세먼지 농도가 5㎍/㎥씩 높아질 때마다 조기사망 확률이 7%씩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역시 란셋에 보고했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현재 세계보건기구의 권고 가이드라인 농도가 25㎍/㎥인데 10~30㎍/㎥ 사이의 농도에서도 폐암발병이 증가한다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고 2013년 10월 발간된 란셋의 사설논문은 지적하고 있다.

미세먼지의 건강위협은 중국이나 인도와 같이 오염이 심각지역만의 문제가 아니고, 오염도가 낮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서유럽이나 북미지역의 거주자들에게도 폐암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한국정부가 2015년부터 적용할 예정인 초미세먼지 관리농도는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수준의 2배인 50㎍/㎥이다.

방광암의 경우, 다양한 수준의 직업적 노출이나 일반 환경의 대기오염 노출과 관련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수 연구논문들이 높은 농도의 대기오염에 직업적으로 노출된 사례에 집중하고 있어 일반 대기오염 노출과의 관련성에 대한 발암성을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다.

국제암연구소 연구팀은 대기오염 동물실험 연구결과들도 모두 검토했다. 석탄이나 목재를 연소하여 가동하는 디젤엔진의 매연에 노출시키는 다수의 동물실험 결과 외에도 브라질에서 수행된 일반 환경의 대기오염 수준에 노출시킨 동물실험에서도 오염농도에 비례하는 폐종양의 발생 증가라는 연구결과가 검토되었다.

연구팀은 또 대기오염에 노출되면 체내에서 어떤 기전을 통해 암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지 검토했다. 그 결과 DNA손상 또는 변이, 염증반응, 면역체계 손상 및 암발생의 초기단계인 산화성 스트레스 반응, DNA 메틸화와 같은 문제들이 확인되었다.

국제암연구소는 대기오염의 농도와 성분이 지역과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만 대기오염과 미세먼지가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세계 모든 지역에서 예외 없이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연구자 책임자인 커트 스트라이프(Kurt Straif) 박사는 "이제 대기오염은 일반 보건의료 차원의 중요한 위해 요인임은 물론이고 암 사망을 일으키는 가장 큰 환경요인"라고 말했다.  

암 유발률 높이는 대기오염, 정부 대안 내놔야

이번 발표가 나오기 오래 전부터 국제암연구소는 대기오염이 폐와 심장질환을 일으킨다고 경고해왔다. 2010년에 이미 22만3000명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폐암으로 사망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그동안에는 대기오염에 포함되어 있는 디젤매연, 솔벤트, 유해중금속, 먼지 등 구성 성분 및 물질 별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가졌었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대기오염과 미세먼지의 구성성분이나 농도의 정도에 관계없이 그 자체만으로도 암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이라고 분류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대기오염이라는 숲을 구성하는 오염물질인 나무 하나하나의 종류별로 관심을 보이는 경향에서 벗어나 숲 전체를 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대기오염의 성분물질별 통제에 집중되어온 각국의 관련 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국제암연구소 소장인 크리스토퍼 와일드(Christopher Wild) 박사는 "대기오염 자체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만큼 국제사회와 세계 각국이 지체 없이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대기오염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대기오염과 미세먼지에 대해 이렇게 중요한 건강 위해 근거가 제시되었지만 한국의 환경부나 보건복지부 그리고 서울시 등 자치단체들은 대기오염 정책을 새롭게 제시하면서 이러한 정보를 적시하지도 않고 반영하지도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아직도 많은 시민들이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2013년 12월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서울대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WHO가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사실을 아는지 묻는 설문에 대해 응답자의 34.9%만이 '알고 있다'고 답했고 두 배 가량인 59.9%는 '몰랐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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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자치단체는 대기오염과 미세먼지 스모그 문제가 단순한 환경오염물질이 아닌 1급 발암물질임을 국민들에게 분명히 알리고 대기오염문제를 암 정책의 일환으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발암물질 지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의 발암물질 지정은 어떤 물질을 대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까? 지금까지 1급 113개, 2A급 66개, 2B급 285개, 3급 505개 등 모두 969가지 물질을 4가지 등급별 발암물질로 분류했고 비발암물질은 1개 분류되었다. 인간대상 발암부위별 역학조사와 동물실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증거의 충분여부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나뉘는 분류내용과 그룹별 물질사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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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발암물질인 Group1의 지정조건은 문제의 물질이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분명하고 충분한(sufficient) 역학자료가 있는 경우다. 다만, 예외적으로 역학증거는 부족하지만 동물실험 증거가 충분한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암을 일으키는 기전이 확인되고 인체노출 증거가 확실한 사례이다. Group1로 분류된 물질은 모두 113개로, 석면, 비소,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이 있고 흡연, 알코올, 전리방사선(방사능물질), 햇빛(자외선)도 포함된다. 가장 최근에 포함된 물질로는 디젤매연과 대기오염, 미세먼지가 있다.

2급 발암물질 Group2는 인체역학증거와 동물실험 결과의 정도에 따라 '인체역학증거가 거의 확실한 경우에서부터 인체역학증거는 없지만 동물실험증거가 있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이 때문에 Group2는 다시 두 개 소그룹으로 나누어 Group2A는 66개 물질, Group2B는 285개 물질로 분류되어 모두 351개 물질이 속해 있다.

Group2A는 '제한된(limited) 인체역학증거와 충분한(sufficient) 동물실험증거'가 있는 경우다. 일부 인체역학증거가 불충분한(inadequate)한 경우가 포함되기도 하는데 그 경우 발암기전이 분명한 경우로 제한된다. 해당 물질로서는 납 화합물, 아크릴아마이드가 포함되고 직업으로서 석유정제업, 이발업과 미용업이 포함되며 생물체로서 말라리아감염도 여기에 속한다.

음식 관련 물질로는 질소겨자와 고온의 튀김(frying)도 여기에 속한다. 최근 수면장애를 일으키는 교대근무가 포함되었는데 삼성전자에서 교대근무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직종에서 일하다 유방암에 걸린 여성노동자가 국제암연구소의 발암물질 분류를 근거로 산업재해로 인정된 사례가 있다. 
                      
Group2B는 '제한된(limited) 인체역학증거와 동물실험증거의 충분 정도가 낮은(less than sufficient)' 경우로 Group2A보다 발암증거가 낮은 경우들이다. 해당 물질로서는 DDT, 선박용 디젤연료, 휘발유연료와 휘발유매연, 납, 나프탈렌, 메틸수은 화합물 등이 있고, 직업으로서 소방관과 드라이크리닝 세탁업이 포함된다.

이 그룹에는 사회적으로 건강 위해 논쟁이 큰 물질이 여럿 포함되어 있는데, 고압송전선로의 극저주파 전자파와 휴대폰에서 나오는 라디오파 전자파가 있고, 음식으로 야채절임(pickled vegetable, 식도암부위)과 커피(방광부위)가 있다. 커피의 경우 최근 '오히려 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

Group2A와 Group2B는 발암가능의 정도를 영어로 각각 Probable과 Possible로 표현되는데 이를 한글로 옮길 경우 '발암가능물질'로만 번역되어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이 Group2A는 '발암가능성 높음'으로 Group2B는 '발암가능성 낮음'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Group2B가 발암성이 별로 없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어 적절한 표현이 아니라고 보인다. '발암가능성 있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Group3는 미분류 군으로 염소소독 또는 불소소독음용수(수돗물), 머리염색약, 형광빛, 고압송전선로 전자기파중에서 전기파, 비행기연료, 페놀, 톨루엔 등 505개 물질이 이 분류에 속한다. 이들 물질들은 발암여부를 판단할 정보가 없는 경우인데 사실상 발암물질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Group4는 암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 확인된 경우로 '카프로락탐'이라는 화학물질 1개만 분류되어 있다. 이 경우 암은 일으키지 않는다고 해서 독성 자체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전반적으로 발암관련 연구조사를 통한 정보가 추가되면서 발암성이 확인되어 등급이 올라가거나 새롭게 추가되는 것이 주된 경향이고 발암등급이 낮아지는 경우는 드물다.

덧붙이는 글 | 최예용 기자는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자 보건학박사입니다.



태그:#미세먼지, #대기오염, #환경보건시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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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건시민센터는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라고 문제제기하고 '환경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라고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환경문제 해결의 기준인 '오염자부담원칙'과 '사전예방원칙'을 기조로 특히 피해자운동을 강조합니다. 생태적 감수성과 건강의 눈으로 환경문제를 보는 사회, 공해산업을 이웃에 떠넘기지 않는 건강한 아시아 시민사회를 만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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