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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는 국가 재난 대응 시스템의 위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국가 차원의 재난 대응훈련, 재난 발생 시 컨트롤타워 운용, 피해자 가족과 관계맺기, 안전전문가와 전문센터 육성 등을 통해 국가 재난 대응 시스템의 문제점을 짚고 그 대안을 모색해볼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기획취재 : 이주빈 강성관 선대식 최지용 강민수 소중한 기자
사진: 남소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상황에 대해 보고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상황에 대해 보고 받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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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기자회견장.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 대변인격인 김석진 안전행정부(안행부) 대변인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6시간 전 "구조대가 세월호 선체에 진입했다"는 그의 발표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는 "해경의 브리핑만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는 말을 남기고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김 대변인의 퇴장은 대책본부가 국가재난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포기하는 하는 장면으로 기록됐다. 앞서 세월호가 침몰한 4월 16일에는 대책본부 차장인 이경옥 안행부 제2차관이  "368명이 구조됐다"고 발표했다가 2시간 만에 "164명이 구조됐다"고 정정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튿날 대책본부 총괄조정관인 이재율 안행부 안전관리본부장이 구조상황 브리핑에 나섰지만, 기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함께 나온 고명석 해경 장비기술국장이 답변을 도맡았다. 대책본부가 세월호 침몰 과정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 것을 두고, 재난 전문가가 없는 대책본부의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책본부 본부장인 강병규 안행부 장관부터 재난 대응 비전문가다. 그는 한국지방세연구원장, 대구광역시 행정부시장을 역임한 행정전문가다. 이경옥 차관과 이재율 본부장 역시 각각 국가기록원장, 경기도 경제부지사 출신이다. 대책본부 실무를 담당하는 안행부 안전관리본부에서도 재난 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들다.

재난 전문가 양성이 구호에 그쳤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가안전처(가칭)를 만들겠다면서 "재난 안전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 조직으로 확실히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재난 대응 전문성을 갖춘 방재안전직렬 공무원은 '0명'이다. 또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재난 담당 공무원도 찾기 쉽지 않다.

재난 대응 전문 공무원 양성한다더니...

박경국 안행부 1차관과 문상부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이성한 경찰청장, 남상호 소방방재청장(사진 왼쪽부터)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 늦장대응 지적 받는 안행위원들 박경국 안행부 1차관과 문상부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이성한 경찰청장, 남상호 소방방재청장(사진 왼쪽부터)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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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09년 발표한 2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에서 재난안전관리 인력의 양성을 주요한 목표로 내세웠다. 5년마다 수립되는 이 계획은 국무총리가 위원장으로 있는 중앙안전관리위원회가 내놓은 것으로, 재난·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의 재난·안전관리의 기본방향을 설정하는 최상위 계획이다.

당시 정부는 재난 담당 공무원에 대해 "새로운 지식, 경험, 기술도입이 필요하며, 이를 담당하는 인력의 전문성 확보가 요구된다"면서 "그러나 재난안전업무는 정책 우선순위에서 후위에 속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에 따라 담당 인력의 자긍심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계획에는 대학과 공교육기관에 재난·안전관련 학위과정 개설을 확대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는 "현재 주로 소방·안전 분야 중심의 학과가 60여개 대학, 4개 대학원에 개설 운영 중이나,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인력 양성 학과는 부족하므로 관련 학위과정을 확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난 관련 학위 과정은 크게 늘지 않았다.

정부는 2012년 11월에는 공무원 직군 중 방재안전직렬을 신설해 재난대응 전문 공무원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행정안전부(행안부)는 "행안부·소방방재청 등 중앙부처에서 2400여 명의 공무원이 방재안전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나, 대부분 일반행정·시설·공업직 등이 담당하여 관련 분야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인력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순환보직을 함으로써 장기근속을 통한 노하우 축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또한 "최근 점점 다양화, 대규모화, 복잡화 되어가는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3년 기술직군에 방재안전직렬을 신설한다"면서 "해당 분야 전공자를 '경력경쟁'으로 채용하는 한편, 2014년 이후부터는 부처 수요 등을 고려하여 공개경쟁 채용으로도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방재안전직렬 공무원은 없다. 안전행정부 재난관리국 관계자는 "수요가 있어야 공개채용을 하는데, 그동안 수요가 부족해 공개채용을 못했다"고 해명했다.

3일만 교육받으면, 재난 담당 공무원?

재난 담당 공무원 교육도 부실하다. 올해부터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 재난관리책임기관에서 재난·안전관리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과 직원은 전문교육을 받아야 한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지난해 8월 개정되기 전까지, 이 법에 '전문교육'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전문교육은 올해부터 이뤄져야 하지만, 안행부는 교육 대상 공무원의 숫자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안행부 재난관리국 관계자는 "재난·안전관리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2만5000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정확한 집계를 하지 못했다"면서 "원전의 경우, 소속 직원 모두 재난안전업무 담당자로 볼 것인지에 따라 범위가 다를 수 있다, 향후 전문교육을 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의 질도 담보하기 어렵다. 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이 법의 시행규칙에 따르면, 전문교육의 교육기간은 3일 이내로 하기로 했다. 또한 전문교육의 대상자는 해당 업무를 맡은 후 1년 이내에 신규교육을 받아야 하고, 신규교육을 받은 후 매 2년마다 정기교육을 받아야 한다.

현재 재난·안전관리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직원은 중앙민방위방재교육원(이하 방재교육원), 중앙부처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교육기관 등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이중 가장 규모가 크고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곳이 방재교육원이다. 올해 민방위·사이버 교육 등을 제외한 재난안전 분야의 공무원 교육 인원은 3235명이다. 교육기간은 1~5일이다. 교육을 마치면 수료증이 나온다.

방재교육원의 사정도 열악하다. 공무원을 포함해 올해 2만6575명을 교육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방재교육원의 직원은 현재 32명이다. 이중 강의를 하는 교수는 5명에 불과하다. 또한 올해 36억 원의 예산 중에서 인건비·기본경비 23억 원을 제외하면, 실제 교육에 쓰는 예산은 13억 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011년 관련 예산(15억4700만 원)보다 줄어든 것이다.

방재교육원 기획협력과 관계자는 "다른 교육기관에 비해 열악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교육 과정과 관련해 "2~3주 이상 중장기 교육 과정을 하면 좋은데, 각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담당 공무원은 그렇게 시간을 뺄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19일째인 4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실종자 가족들과 면담한 뒤 가족대책본부 천막을 나서고 있다. 왼쪽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 진도 팽목항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19일째인 4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실종자 가족들과 면담한 뒤 가족대책본부 천막을 나서고 있다. 왼쪽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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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부처의 재난 교육 역시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해양수산부와 산하단체 공무원 교육기관인 해양수산인재개발원의 올해 재난 관련 교육은 단 한 과목이다. '해양수산 재해재난관리'라는 이름의 이 과목은 오는 11월 5일 동안 마련된다. 당초 4월로 예정됐던 이 과목은 교육 희망자가 정원(30명)의 절반을 밑돌아, 폐강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이곳 관계자는 "담당 공무원들이 바쁘다 보니 지원을 많이 안 했다, 11월에는 의무적으로 참석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준영 한국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12년 12월 내놓은 '초대형 중대재난 시나리오의 발굴 및 사전 대응체계의 마련' 보고서에서 "재난교육에 대한 국가차원에서의 장기적인 목표 및 방향성이 없다, 단발적이고 일방적인 지식전달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난대응 총괄 관리자(부처의 장 및 대통령 등)에 대한 재난교육이 미흡해, 재난발생시 대처능력이 부실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방재전문가인 김근영 강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재난 쪽 전문가 인력풀이 과거보다 좋아졌다고 하지만, '믿고 맡기고 쓸 만한 사람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면서 "앞으로 재난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관련 예산을 늘리고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세월호 침몰사고, #위험한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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