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세월호 침몰사고' 14일째인 2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설치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 안타까운 조문객들 '세월호 침몰사고' 14일째인 2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설치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여론에 등 떠밀려서 사과한 것 아닌가요."

29일 낮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 앞에서 만난 고범진(31)씨는 씁쓸하게 말을 내뱉었다. 기자가 고씨를 만난 건 박근혜 대통령이 사고 14일 만인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게 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며 사과한 직후였다.

조문을 마친 뒤 눈시울이 붉어진 고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왜 아이들의 영정 사진이 분향소에 있어야 하고, 교복을 입고 가방을 멘 학생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분향을 해야 하느냐"면서 "사고는 어디서도 일어날 수가 있다, 하지만 정부가 관리감독만 제대로 했어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씨는 이어 "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사의를 표명했는데도 여론이 악화되고 지지율이 떨어지자 박 대통령이 결국 오늘 사과한 것 아니냐"면서 "또한 대통령의 사과는 꼭 국무회의를 열어 국무위원들과 상의해야할 문제냐, 때늦은 이번 사과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이날 분향소를 찾은 것도 비판했다. 고씨는 "오늘 휴가를 내고 분향소를 찾았다, 일반시민인 나도 이제서야 분향소를 찾은 게 너무 죄스러운 마음이었다"면서 "하지만 박 대통령은 왜 이제서야 분향소를 찾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보여주기식 사과... 진정성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사고' 14일째인 2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설치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 조문했다. 이 과정에서 유족들이 박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 서남수 교육부장관 등 고위인사들의 조화를 치워달라고 항의해 이름표가 떼어진 조화들이 합동분향소 밖으로 치워져 있다.
▲ 합동분향소 밖으로 쫒겨난 박 대통령 조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사고' 14일째인 2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설치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 조문했다. 이 과정에서 유족들이 박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 서남수 교육부장관 등 고위인사들의 조화를 치워달라고 항의해 이름표가 떼어진 조화들이 합동분향소 밖으로 치워져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정부 합동분향소에서는 박 대통령의 뒤늦은 사과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손지현(39)씨는 "천주교 수원교구가 오늘 오전 10시 분향소 인근에서 추모 미사를 드렸는데 그 자리에 참여했다"면서 "'위정자들이 더욱 양심적으로 정치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박 대통령의 사과를 두고 "사과가 이렇게 늦은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과거 역대 정권과 비교해도 많이 늦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문객 이희연(36)씨는 "누가 보더라도 사고 이후 정부의 초동 대응에 큰 문제가 있었다, 제대로만 했다면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진정성 있게 사과한다고 하면 유가족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씨는 "사과가 너무 늦었다, 또 오늘 오전에 분향소를 찾고 바로 국무회의에서 사과한 것은 '보여주기식 사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아이들을 살려내라'고 절규했다, 지금에 와서 이런 '보여주기식 사과'는 가족들을 더욱 화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14일째인 2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설치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 조문 행렬 '세월호 침몰사고' 14일째인 2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설치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앞서 박 대통령이 이날 오전 분향소를 찾아 유족들을 만났지만, 사과를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45분께 분향소를 찾았다. 당시 일반 시민들의 조문이 시작되기 전이었고 유족들이 합동 조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유족들은 조문을 하고 있던 박 대통령에게 몰려갔다. 한 남성은 "대통령이 왔으면 가족들을 만나야 할 거 아니냐"며 소리쳤고, 한 여성은 "(희생자 모두) 대통령님 자식들"이라고 울부짖었다.

박 대통령은 조문을 마친 후 유족들을 만났다. 한 유족은 "우리 딸과 (사고 당일) 9시 48분까지 통화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웃더라"면서 "(대통령이) 현장에 끝까지 있으셨어야죠, 그거 아니에요? 지금 바다에 있는 아이들도 대통령이 내려가서 직접 지휘하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유족은 "선장을 집어넣고 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저희가 원하는 건 해수부부터 정말 이렇게 잘못된 관행들을 바로 잡고…"라고 말했다. 또 "해경 관계자들을 엄중 문책해 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유족들은 분향소 내부에 있던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의 조화를 치워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박 대통령이 떠난 후 조화는 분향소 밖으로 옮겨졌다.

이번 사고로 숨진 단원고 학생의 아버지는 "사고가 난 이후에 정부는 단 한 명의 생존자도 구조하지 못했다, 정부는 골든타임 때 허둥지둥했다"면서 "유족들로서는 분향소 안에 있는 박 대통령의 조화를 보고 싶지 않다, 또 박 대통령을 보자 울분이 나왔다"고 말했다.


태그:#세월호 참사
댓글3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