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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님, 사실 저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님을 지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글은 정치적으로 대통령님을 공격하거나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공동체에서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간절히 바라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한 마음을 담아 드리는 글입니다. 제 진심이 대통령님에게 전달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6항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님, 지금 온 나라는 세월호 참사로 인하여 비탄에 빠져있습니다. 대통령님 역시 그러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의 수습 과정을 보면 볼수록 우리 국민들은 슬픔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발생 원인을 보면 상식을 저버린 선장과 선원들의 행동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이윤만을 탐하는 회사와 선주의 행태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며, 사고 초기 많은 인명을 구조할 수 있었던 소위 골든타임을 허비한 해경의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갈수록 더욱 더 분노하게 된 것은 바로 우왕좌왕하며 어떤 것도 처리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함이었습니다.

저는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지난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를 홍보하는 동영상이 뚜렷하게 떠오릅니다. 그 동영상의 자막은 이러했습니다.

"경험 없는 선장은 파도를 피해가지만,
경험 많은 선장은 파도 속으로 들어간다.
그것만이 파도를 이기는 방법임을 알기에...
지금 대한민국엔 위기에 강한 대통령이 필요합니다.
앞으로의 5년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합니다.
준비된 여성대통령 기호 1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님, 과연 위기에 강한 준비된 대통령으로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무엇을 하셨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해 여객선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 사항을 듣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해 여객선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 사항을 듣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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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침몰한 당일 날인 4월 16일 오후 중앙재난대책본부를 방문하신 자리에서 대통령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들을 발견하거나 구조하기 힘이 듭니까?" 당시 대통령님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통해 상황을 계속 보고 받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배 안에 갇혀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혹시 구명조끼를 입은 학생들이 바다에 떠 있는데 구조가 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계셨습니까?

그리고 또 중앙재난대책본부를 방문하기에 앞서 이날 오전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사고 관련 보고를 받고 "해군과 해경의 인력과 장비, 그리고 동원이 가능한 인근의 모든 구조선박 등을 최대한 활용해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며 "여객선 객실과 엔진실까지도 철저히 확인해서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하였습니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동원 가능한 모든 장비와 인력을 신속하게 총동원해서 인명피해가 없도록 구조에 최선을 다해달라"며 "해경 특공대도 투입해 선실 구석구석에 남아있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진도에 직접 가셨을 때 이러한 지시 사항이 이행되었는지 점검하셨습니까? 혹은 청와대의 어떤 참모에게 이러한 지시 사항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보고하라고 지시를 내리셨습니까? 대통령님이 진도에 가셨을 때 위와 같은 지시 사항이 이행되지 않았던 것을 언론 보도와 인터넷 및 SNS 등을 통해 모든 국민들이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게다가 이때 정부는 긴박한 상황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긴급하게 대응할 수 있는 지휘체계조차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는데, 그 점도 모르셨습니까? 이런 혼란 상황에 대해 정부는 제대로 대책을 내놓지 못하였고, 날이 갈수록 더 실망감만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대통령님이 자신의 지시 사항 이행에 대해 확인을 어떻게 하셨는지, 우왕좌왕하는 지휘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어떻게 하셨는지 국민들은 전혀 알지 못합니다.

지난 4월 7일 대통령님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제가 누차 얘기를 하지만 국민이 모르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씀하셨다지요? 그렇습니다. 대통령님이 말씀하신대로 이번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대통령님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셨는지 국민은 보지 못했습니다. 단지 진도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영상을 보았을 뿐입니다.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것은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잘 하신 일입니다. 그러나 그 때에도 대통령님의 지시로 이루어진 것은 체육관 강당에 대형 스크린이 놓여진 것이었으며, 대통령님이 하신 일은 실종자 가족에게 약속대로 전화를 해 주신 것이었습니다. 그 전화는 진도 체육관에서의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해서 연락을 하겠다는 대통령님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걸겠다는 약속은 지키셨지만 가장 중요한 약속, 최선을 다해서 구조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이후의 언론 보도를 보면 최선을 다하는 정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여전히 우왕좌왕하면서 안타까운 시간만 흘려 보내는 정부의 모습만이 보였으며, 구조 현장에서도 민간 잠수부 투입을 놓고, 또 다이빙 벨 투입을 놓고 된다 안 된다는 실랑이를 하고 있었으며, 조류가 세서, 또 장비가 없어서 구조 작업을 전면적으로 할 수 없다는 말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은 모르고 계셨습니까?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국민들은 사고를 수습하는 대통령님의 리더십은 보지 못했으며, 따라서 알지 못했습니다. 대통령님이 말씀하신대로 대통령님의 리더십은 국민이 모르니 없는 것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진도에 다녀오신 후인 지난 4월 21일 대통령님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단계별로 책임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또 "세월호의 선박 수입부터 면허취득, 시설개조, 안전점검과 운항허가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진행과정을 철저히 점검해 단계별 문제점과 책임소재를 밝혀내기를 바란다"라고 하시면서, 승객 구조를 방기하고 홀로 탈출한 선장과 일부 선원들에 대해서는 "살인과도 같은 행위"라며 하셨습니다.

정부의 위기대응시스템과 초동 대처의 난맥상에 대해서도, "운항 이전부터 운항과정, 사고발생 이후까지 매뉴얼이 작동되지 않았다. 지금 중앙재난대책본부가 있으나 이번에 보니 위기 시 현장과 부처 간 협업과 대응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보다 더 강력한 재난대응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17일 진도에서 세월호 실종자 및 희생자 가족들을 만났을 때를 언급하며 "공무원들에 대한 불신이 너무 컸다. 자리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들은 이 정부에서 반드시 퇴출시킬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 맞는 말씀입니다. 아니 한 마디, 한 마디 마다 모두 절절하게 공감가는 말씀이셨습니다. 저는 "살인과도 같은 행위"로 발생한 재난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지침을 내리신 것으로 받아 들였습니다. 이제 정부가 정신 차리고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사고 수습 이후 이 참사에 책임 있는 사람들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대통령님이 말씀하신 바로 이틀 후, 23일 청와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민경욱 대변인을 통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국가재난 콘트롤 타워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공개한 해양수산부의 위기관리 실무매뉴얼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재난 보고 체계 최상위 조직으로 규정된 것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지난해 4월 국회에서 "국가안보실은 안보, 재난, 국가 핵심기반 시설 위기 등 국가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컨트롤타워"라고 발언한 속기록도 공개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바로 청와대의 국가안보실장이 "자리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고 공무원"이 아닙니까?

그리고 이날 하신 대통령님의 말씀은 늦었지만 제대로 된 콘트롤타워를 구성하여 그때부터라도 일사분란하게 사고를 수습하고, 그 연후에 책임 있는 사람들을 일벌백계하시겠다는 말씀이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그 이후에도 정부의 대처는 여전히 우왕좌왕이었는데, 도대체 더 강력한 재난대응 콘트롤타워는 언제 어떻게 구성하실 생각이십니까?

혹시 대통령은 지시를 내렸으니 이제 콘트롤타워를 구성하는 것은 내각을 대표하는 총리의 책임이라는 말씀이셨습니까? 그 총리는 지난 27일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님은 사고 수습 후 사표 수리를 발표하셨습니다. 그런데 곧 경질이 예정된 총리가 더 강력한 재난대응 콘트롤타워를 다시 구성해서 이번 참사를 수습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혹시 이번 참사를 수습하는 콘트롤타워는 시간도 늦고 했으니 이번에는 포기하고, 다음부터 구성하시겠다는 말씀이셨습니까?

혹자들은 세월호 참사 수습에 대한 대통령님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이번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을 보면서 대통령님의 진정성을 100% 믿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 국가의 리더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대통령님의 능력을 믿지 못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사고' 14일째인 2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설치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 조문했다. 이 과정에서 유족들이 박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 서남수 교육부장관 등 고위인사들의 조화를 치워달라고 항의해 이름표가 떼어진 조화들이 합동분향소 밖으로 치워져 있다.
▲ 합동분향소 밖으로 쫒겨난 박 대통령 조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사고' 14일째인 2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설치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 조문했다. 이 과정에서 유족들이 박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 서남수 교육부장관 등 고위인사들의 조화를 치워달라고 항의해 이름표가 떼어진 조화들이 합동분향소 밖으로 치워져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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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동안 대통령님이 대국민사과를 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 참사가 대통령님 때문에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참사를 수습해야하는 국가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기 때문에, 수습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고, 추후에는 근본적으로 이런 재난을 예방하고, 이런 재난이 발생해도 신속하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대통령님의 말씀을 믿고 싶습니다.

대통령님이 말씀하신대로 세월호 참사의 발생 원인에 책임 있는 사람들, 그리고 수습 과정에서 혼란을 초래한 모든 사람들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십시오. 천안함 사건에 대해 정부가 발표한 것처럼 '적에게 폭침' 당한 함장과 책임자들이 무고한 사병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승진하는 일이 다시는 없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유언비어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지지 말고, 공정하게 엄단하십시오. 설령 대통령님이 이끌고 있는 정부에게 불리한 발언이라도 포용할 수 있는 것은 포용해주시고,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해명해 주십시오. 그러나 이 참사 앞에서도 좌파의 국가전복 활동이 벌어질 것이라는 둥, 시체 장사를 하고 있다는 둥 하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정권의 안위를 위해,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예언자처럼 떠벌리거나, 유족들을 모욕하는 유언비어는 엄단해 주십시오.

이 정부에 불리해 보이는 주장을 포용해 주시고, 현 정부를 엄호하고자 퍼뜨린 유언비어를 엄단하신다면, 많은 국민들은 정파를 떠나 국가를 생각하는 대통령님의 진정성을 신뢰할 것입니다. 저 역시 그럴 것입니다.

대통령님은 오늘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잘못된 적폐들을 바로잡지 못해 이런 일이 일어나 너무도 한스럽다"며 "과거로부터 이어온 잘못된 행태들을 바로잡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틀을 다시 잡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이번에야말로 대한민국의 안전시스템 전체를 완전히 새로 만든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며 "내각 전체가 다시 국가개조를 한다는 자세로 철저한 국민안전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하셨습니다. 특히 "국가차원 대형사고에 대해 지휘체계에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리실에서 관장하는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려고 한다"고 하셨습니다.

맞는 말씀들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말씀이 빠졌습니다. 대통령 자신의 책임은 도대체 어디 있습니까? 우리 국민들은 과거로부터 내려온 작폐와 지휘 체계에 혼선을 빚은 아랫사람들 때문이라는 대통령님의 말씀보다는, 정부를 책임지고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책임이 있는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책임을 진솔하게 인정하고 사과하시기를 바랐습니다.

총리실에서 관장하는 '국가안전처'를 신설하신다구요? 네, 물론 필요하겠지요. 그런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또 다른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통령님은 '국가안전처'로부터 일이 잘 수습되고 있다는 보고만 받으시면 되는 건가요? 수습이 잘 안되면 역시 또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으로 끝인 건가요?

4년 전 천안함 사건을 되돌아보십시오. 사건 1년 후 천안함 백서에는 사건의 발생 원인에 대한 규명만이 아니라 사건 수습 과정에서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잘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이냐 아니냐 하는 공방만 있었을 뿐, 백서에서 진단한 해상 사고 수습에 대한 제안들은 제도 개선을 위한 중요한 교훈으로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가 천안함 사건 후 4년 만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 수습에서 나타난 정부의 모습이었습니다.

대통령님이 그토록 강조하셨던 안보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과 같은 사건만이 아닙니다. 1994년 유엔개발계획(UNDP)은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지 못하도록 하는 모든 것'을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인간안보(Human Security)'라고 했습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 수습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모습은, 대통령님이 그토록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웠던 '위기에 강한 대통령', '안보를 지키는 대통령'이 이끄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우리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을 보면서 '안보에 취약한 대통령님의 리더십'을 보았습니다. 때문에 세월호 참사에서 나타난 정부의 문제를 수습하지 못한다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대통령님을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인간안보'에 대처할 능력이 없다면, 연평도 포격 이상의 '국가안보'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를 제대로 수습하고 대처할 능력이 현 정부에는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세월호의 선원들처럼 국민들보다 먼저 혼란 상황에서 도피하려고 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기 위해 정권 안위 이전에 대한민국 공동체를 생각해주십시오. 5년 단임의 대통령이기 때문에 더 이상 직접 출마할 선거도 없지 않습니까? 필요하다면 내각총사퇴를 하고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서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정부를 구성하는 것도 고려해 주십시오. 국가 시스템을 대통령님이 그렇게 강조하시던 '안보'에 맞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도록 혁신해 주십시오. 이제까지 대통령님이 "규제는 암덩어리"라고 하셨던 국정 철학과 맞지 않더라도, 국민의 안전과 민생을 위해 필요한 규제는 강화해 주십시오.

그리고 언론과 많은 온라인 공간에서의 비판이 뼈아프게 느껴지더라도 언로를 막지 말고, 오히려 비판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이번 세월호 참사 수습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정권 안위를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 정부에서, 매사에 국민들과 소통하고 정직하게 평가받고자 하는 정부로 거듭나 주십시오. 그러나 대통령님의 사과를 들으면서 이렇게 새롭게 거듭날 수 있을 지에 대한 믿음을 갖기 어려운 것은 저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10년 전 이라크에서 김선일씨 피랍 사건이 있었고, 결국 목숨을 잃었을 때, 당시 한나라당 대표로서 대통령님이 "국가가 가장 기본적인 임무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도 못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분노하며 국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됐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님께 느끼는 생각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므로 대통령님. 국민들이 대통령님을 보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능력과 리더십이 없다고 하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십시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나타난 문제의 근본은 대통령님의 리더십 문제입니다.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면, 아니 애초에 리더십이 없다면, 그렇다면 이제 그만 자진해서 대통령직에서 내려오십시오. 대한민국 공동체에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하게 부탁드립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태그:#세월호, #박근혜 대통령, #인간안보와 국가안보, #정부의 무능, #위기에 강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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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자이자 사회운동가. 현재 경주대학교 조교수(휴직 중)이면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이사와 한국민주주의연구소 소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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