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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자신의 아들 정아무개씨가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에 대해 "국민 정서가 미개하다"고 밝힌 데 대해, 21일 "막내 아들의 철없는 행동에 아버지로서 죄송하기 그지 없다"라며 공식 사과했다. 국회 정론관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마친 정 예비후보가 굳은 표정으로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아들의 '미개' 발언 사과한 정몽준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자신의 아들 정아무개씨가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에 대해 "국민 정서가 미개하다"고 밝힌 데 대해, 21일 "막내 아들의 철없는 행동에 아버지로서 죄송하기 그지 없다"라며 공식 사과했다. 국회 정론관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마친 정 예비후보가 굳은 표정으로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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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24일 세월호 침몰사고로 연기됐던 서울시장 경선을 내달 12일로 확정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후보인 정몽준 의원이 "막내아들의 철없는 행동에 아버지로서 죄송하다"라며 고개를 숙인 지 3일 만이다.

그의 막내아들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에 대한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 사실을 거론하며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하다"라고 해 공분을 샀다. 정 의원으로서는 서울시장 본선을 고작 46일 앞두고 벌어진 최악의 악재였다.

정 의원 측 캠프 관계자는 이를 "천재지변에 준하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정 의원에게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바로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 문제다. 공직윤리법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는 공무수행 과정에서 공·사적 이해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직무 관련 주식을 매각 또는 백지신탁해야 한다. 정 의원이 도전하고 있는 서울시장 역시 '주식 백지신탁제도' 심사 대상이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한 경선 일정 중단과 함께 김황식 전 국무총리 측의 '백지신탁' 공세도 잠시 유보된 상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정 의원이 본선후보로 나서더라도 논쟁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와 현대중공업 사이에 직무연관성 없다는 건 어불성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공개한 지난해 국회의원 재산변동 신고내역을 보면, 정 의원은 현재 현대중공업 주식 771만7769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현재 가액만 1조9847억여 원에 달한다. 정 의원은 이외에도 순환출자 방식으로 현대미포조선을 통해 보유한 지분과 자신이 이사장 및 명예이사장으로 있는 아산사회복지재단 및 아산나눔재단 보유지분 등을 포함해 총 21.31% 지분으로 경영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은 보유주식 평가액이 3000만원이 넘을 경우 취임 1개월 내에 이를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한다. 백지신탁을 맺으면 수탁기관이 이를 60일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 다만, 직무연관성이 없다면 백지신탁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정몽준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의 가장 큰 걸림돌로도 백지신탁이 꼽혔다. 정 의원은 "법 제도 운영에 전적으로 따를 생각"이라며 향후 구성될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에 공을 넘겼다. 서울시와 현대중공업 간 직무연관성 판단을 선거 뒤로 미룬 셈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에 따르면, 서울시와 현대중공업의 직무연관성은 '없다'고 할 수 없다.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와 현대중공업, 서울시와 현대오일뱅크(현대중공업의 계열사)는 최근 5년 간 152억 원, 총 53건의 물품구매계약을 했다. 이 중 94억5천만 원, 40건의 계약은 서울시가 이들 기업과 직접 계약한 것이었다. 현재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27조 8항에는 "예산의 편성·심의·집행 또는 공사와 물품의 계약에 관련되는 직무"를 직무연관성의 판단기준 중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경쟁자'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현대중공업 자회사의 서울시 '문정지구' 700억 원 투자계약 사실을 제기했다. 또 현대오일뱅크의 직영주유소 및 LPG충전소의 설치·영업, 또 다른 계열사인 현대기업금융대부 등이 서울시장의 허가 및 등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역시 같은 시행령 27조 8항에 명시된 "예산의 편성·심의·집행 또는 공사와 물품의 계약에 관련되는 직무", "법령상 지도·감독에 관련되는 직무"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도 서울시와 현대중공업의 직무관련성을 의심할 수 있는 여지는 곳곳에서 노출된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지난 4월 발표한 '2014년 서울시 주택태양광 참여시공기업 선정결과'에는 현대중공업이 모듈을 제조한 (주)유니테크가 선정됐다. 서울시는 2009년 9월 현대중공업·한국화이바와 함께 친환경 대형전기버스를 공동개발 도입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장유식 소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현대중공업이 서울시와 직무관련성 없다고 한다면 어불성설"이라며 "만약 백지신탁 심사위원회가 (정 의원의) 당선 이후 심사를 개시해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결정한다면 그는 정략적인 심사결과이고 백지신탁 도입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과 원칙 따르겠다" 했지만 사실 백지신탁 못한다?

현재 정 의원 측은 "백지신탁은 당선 이후 심사위에서 결정할 문제"라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 중이다. 그러나 백지신탁 여부에 대한 구체적 입장 표명 요구를 '네거티브'로 규정짓고 있다. 오히려 적극적인 반박에 나선 상황이다.

정 의원 측은 현대오일뱅크·현대기업금융대부 등 현대중공업 계열사는 백지신탁 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 의원 측은 지난 14일 이수희 캠프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심사위는 보유 주식의 기업만 심사했지 계열사까지 심사의 고려 대상으로 삼은 적이 없다"라며 "모든 주식에 대해 계열사까지 심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특정인에 대해서만 게열사를 적용한다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같은 논평에서 "서울시와 현대중공업 간 거래금액 70억 원은 현대중공업 1년 매출의 0.0028%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이 정도의 거래관계가 현대중공업 주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반박했다.

2006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현대중공업 주식 700주 등을 매각한 것에 대해서도 "이 전 시장은 백지신탁 제도 도입 후 첫번째 케이스로 '포괄적 직무연관성' 심사 지침에 따라 매각한 것"이라며 현재 '개별 직무연관성'을 따지는 심사와 맞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정 의원이 서울시장에 당선되더라도 현대중공업 주식을 계속 보유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정 의원 본인도 지난 9일 열린 서울시장 경선 TV 토론에서 이 같은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뉴욕시장을 12년 재임한 마이클 블룸버그는 재산도 저의 20~30배가 되는 것 같다"라고 강조하며 "그분도 (백지신탁) 심사를 받았지만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또 "현대중공업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다, 회사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른 얘기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002년 7월 "블룸버그통신 창업주인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보유주식을 전량 매각키로 했다"는 소식을 알린 바 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뉴욕시 이해상충위원회는 블룸버그 시장에게 현재 보유하고 있는 수천만 달러 상당의 주식 및 헤지펀드 투자분을 모두 매각 또는 회수토록 했고, 뉴욕시 발행채권 인수자 선정 및 케이블TV 사업자 결정에도 관여 못하도록 했다.

"임기 내내 주식 처분 않은 사례 있어... 버티면 국민 불신 초래할 것"

이와 관련, 윤태범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 의원이 당선되더라도 보유주식을 백지신탁 않고 버틸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백지신탁 제도를 규정한 현행 공직자윤리법에는 '흠결'이 있다"라며 "공직 업무와 공·사적 이해충돌을 막기 위한 제도인 만큼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으면 공직에 취임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법에는 공직에 취임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 등을 지낸 배영식 전 한나라당 의원은 배우자의 주식이 백지신탁 결정이 났지만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 임기 종료 때까지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다"라며 "현재 백지신탁 심사가 전체를 보고 직무연관성을 판단하는 게 아니라 개별 심사를 통해 백지신탁 범위를 결정하기 때문에 정 의원 측이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는데도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정 의원의 보유주식을 매입, 인수할 곳도 마땅치 않다는 점, 현대중공업이 국내 방위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점을 들며 일각에서 '국익론'을 내세우고 있는 것 등도 정 의원 측의 백지신탁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 중 하나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누가 (정 의원의 보유주식을) 살 수 있겠나'는 논란부터 법률적인 논란 역시 일 것으로 보인다"라며 "(정 의원이) 법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한 건 '나는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그는 "미국만 하더라도 1978년 백지신탁 제도가 입법화되기 전부터 (공직자들이) 자발적인 신탁과 매각을 해왔다"라며 "법의 문제를 떠나서 이 문제는 윤리적 문제다, 백지신탁을 거부할 경우 임기 동안 국민의 불신은 물론, 정책신뢰도의 추락 등 다른 문제까지 야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그:#정몽준, #김황식, #박원순, #서울시장, #백지신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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