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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울리는 핸드폰 문자 소리!

'직원 구하셨나요?'

무시하고 아이들이랑 논다. 또 울린다.

'무슨 일 하는 거죠? 월급은 얼마에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시 문자를 확인하고는 아이들 양치시킨다. 참 귀찮다. 아이들 재우려고 함께 잠자리에 누웠다. 또 울린다. 핸드폰 문자 소리!

'근무 시간은 어떻게 되죠?'
'운전도 해야 하나요?'

드디어 시작이다. 구인시즌이 되면 시작되는 핸드폰 문자 소리! 자꾸 울려대는 문자 소리에 옆에 누워 잠을 청하던 아들이 물어본다.

"아빠, 뭐에요? 시끄러워요"
"그러게다. 일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가봐. 휴~"

구인광고를 낼 때마다 반복되는 일상이다. 경기가 안 좋다하여 연락은 좀 오는 편이긴 하나 다른 것도 아니고 핸드폰 문자로 '간'을 보는 사람이 참 많다. 좀 씁쓸하다. 이번 글에서는 지금까지 구인담당자로서 겪어 본 구직자들의 다양한 모습을 몇 가지 사례로 묶어 간단히 적어본다.

구직난이 심각하긴 하다. 광고나간 후 반나절만에 이력서가 이만큼 쌓였다. 그러나 구직난 못지 않게 구인난 또한 심각하다. 구직자들의 눈높이를 맞춰주는 업무와 복리후생은 어디에도 드물것이다.
▲ 반나절 만에 접수된 이력서 구직난이 심각하긴 하다. 광고나간 후 반나절만에 이력서가 이만큼 쌓였다. 그러나 구직난 못지 않게 구인난 또한 심각하다. 구직자들의 눈높이를 맞춰주는 업무와 복리후생은 어디에도 드물것이다.
ⓒ 김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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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밤낮 없는 핸드폰 문자

도입부분에서 이야기 했듯이 방문 및 전화 문의가 아닌 핸드폰 문자 면접이다. 이는 젊은 층에서 많이 일어난다. 30대 이하가 주로 이런 유형이다. 문자를 이용하며 근무조건이나 근무시간, 급여 등을 물어본다. 밤낮, 새벽, 휴일이 없다. 끊임없이 울려댄다. 새벽에 문자를 보내고 '확인하면 연락바랍니다'라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곁들인다.

처음엔 나도 가끔 답글을 보내주긴 했으나 이제는 '궁금하시면 전화하세요'하며 짤막하게 문자를 보내준다. 이런 유형은 회사를 그만둘 때도 당일 사직의사를 밝히거나 아예 연락 없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죄송합니다. 집안에 일이 생겨서 더 이상 일을 못하겠습니다'

혹은,

'오늘부터 일 그만둘게요. 죄송합니다'

이게 끝이다. 업무의 연계성을 위해서 인수인계도 해야 하고, 이유도 알고 싶어 전화를 하면 받지 않는다. 문자 연락에도 답이 없다. 그렇게 이 직원은 끝나버린다.

2) 끊임없는 질문공세

이런 유형은 문자는 잘 보내지 않는다. 그렇지만 전화통화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는 유형이다. 핸드폰 문자와 마찬가지로 시간대의 구분이 없다. 아침 일찍, 혹은 밤늦은 시간, 휴일에도 전화하며 질문한다. 그리고는 뭐가 부족했는지 다시 전화해서 근무시간과 급여 등을 물어본다. 전화는 계속된다. 5분 후에는 업무는 어떤 일인지, 주 5일 근무인지 다시 물어본다. 질문할 것이 없을 때까지 몇 번이고 전화벨을 울려댄다.

3) 대리 면접

대리 면접이란 당사자가 아닌 타인이 대신 전화로 물어보거나 면접을 보러 오는 유형이다.
얼마 전 이런 전화가 있었다.

"여보세요? 거기 사람 구하고 있죠?"

남자 목소리다.

"네, 그렇습니다만 여직원을 구하고 있는데요"
"아, 예 알고 있습니다. 제 여자 친구 대신 전화를 드리는 건데요. 구인이 끝난 건 아니죠? 근무조건은 어떻게 되죠?"

헐! 여자 친구 대신 남자친구가 면접을 보고 있다. 그것도 핸드폰으로…. 참 좋은 세상이다. 뿐만 아니다. 면접 장소에 아들 대신 어머니가 오셔서 보고 가시는 분도 있다. 자기 아들이 지금 타지방에 있어서 오지 못하는데 일단 먼저 어떤 회사인지 보고 가신단다.

4) 성의 없는 면접

이 유형들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 면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다. 면접 태도도 진지하지 못하고, 회사에 대한 질문도 없다. 구인담당자의 간략한 설명만 듣고는,

"알겠습니다. 저, 여기에 서명 좀 해주시겠어요?"

회사명과 구인담당자 성명과 사인을 적는 구직 확인서인데, 이런 분들의 목적은 구직자체가 아니라 당분간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회사를 찾아다니며 면접을 보는 것이다.

둘째, 말 그대로 정말 성의 없는 사람들이다. 면접을 보려면 깔끔한 복장과 이력서는 기본인데 이건 아니다. 사진도 없는 이력서에 대충 휘갈긴 글씨, 금방 일어난 듯 한 지저분한 머리에 트레이닝복, 수염도 깎지 않은 모습. 왜 왔는지 모르겠다.

5) 입사 첫 날 사라진 직원

입사 후 첫 날은 업무 인계를 하느라 좀 힘들 수도 있다. 어쨌든 우리 회사에 들어온 이상 우리 회사의 고유 업무를 배워야 하니까. 아침에 출근하여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리고 점심시간 후, 이 직원이 보이질 않는다. 말없이 떠난 것이다.
그래도 생각 있는 직원은 핸드폰 문자라도 보낸다.

'죄송합니다. 일이 저랑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무 연락도 사라진 사람은 뭐지? 시간 내 나타나지 않으면 우린 다시 구인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6) 생계형 아르바이트 직원

이런 유형은 특정한 회사에 다니며 꾸준히 이력을 쌓는 부류가 아니다. 새벽, 낮, 밤에 각기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예전엔 주로 휴학을 한 대학생이 주를 이루었으나 요즘엔 일반인들도 이런 생계형 아르바이트가 늘고 있다.

보통 두 개 이상의 아르바이트를 하기 때문에 면접 시에 근무시간이 명확한 지를 물어본다. 구인담당으로서는 이런 생계형 아르바이트 직원은 불안하다.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정작 출근시간에 늦는 경우도 있고, 야근이나 회식에도 참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생계형 아르바이트 직원들도 두 가지 분류로 볼 수 있다.

첫째, 수많은 취업전선에 실패하고 나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파트타임으로 서너 개의 아르바이트를 한다. 과거 용돈을 벌거나 학비에 보태쓰기 위해 하던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스스로의 살길을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다.

둘째, 특정한 회사에 매여 사는 삶이 싫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사람들이다. 이미 외국에는 이런 아르바이트 인생들이 만연해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점점 능동적 아르바이트생들이 늘어가는 것 같다. 진중하고 책임 있는 업무보다 급여가 좀 적더라도 간단하고 책임성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 말이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부류들이 있으나 대표적인 몇 가지 부류만 적어보았다. 물론 다수의 성의 있고 진지한 구직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의 이해 못할 태도는 구인담당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구인자체를 힘들게 하고 있다.

구직난이 심하다고 하지만 구인난 또한 만만치 않다. 근로조건과 급여수준이 구직을 위한 모든 것은 될 수 없다. 취업하려는 회사의 가능성과 미래, 한 회사에서 쌓을 수 있는 경력도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많은 언론과 매스컴, 불타는 교육열은 취업자들의 눈높이를 기대이상으로 올려놓았고, 구직에 임하는 자세 또한 진중하지 않고 너무 가벼이 여기는 세태가 되어 버린 것 같다.

한편,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나 단순히 즐기는 인생을 가지려 하는 흐름의 반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태그:#구직난, #구인난, #이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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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종교학 쪽에 관심이 많은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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