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공교롭게도 이번 주초엔 몇년 전에 읽었던,  <10대들의 사생활>이란 책을 다시 읽을 기회가 있었다. 오랜 만에 책을 펼쳐 든 이유는, 전에 읽으면서 공감 한 바가 컸었고 그래서 시간이 허락되면 꼭 꼼꼼히 다시 읽어보리라 다짐도 했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2011년 출간됐던 이 책의 저자는 데이비드 월시란 교육심리학 박사인데, 고등학교에서 10년 이상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저자는 미국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청소년들에 관해 많이 아는, 그야말로 청소년 박사라는 것이다. 책의 원제목은 <Why do they act that way?>이다. 번역하자면 <왜 그들은 저렇게 행동하지?>.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만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한창 이 책을 재미있게 탐독하고, 다시 한번 공감하고 독자들에게 이런 책은 꼭 소개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즈음에 사고 소식을 접하고 말았다. 그야말로 대형참사다! 너무 많은 꽃다운 나이의 청소년들의 생사를 알 수 없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지 아무도 대답할 수 없게 되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번 사고 또한 인재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수명이 다 된 배의 사용 연한을 별 조치도 없이 늘린 것. 어린 학생부터 구했어야 할 선장을 비롯한 어른들의 무책임가 파렴치함, 한 번에 수백 명이 동원되는 수학여행이라는 의례적이고 관례적인 행사에 도무지 의구심을 제기하지 못한 구태의 교육당국 등 모두 어른들의 책임으로 비롯된 참사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듯 하다. 뉘우치거나 슬퍼하는 것 만으로는 참혹한 사고의 결과에 범접할 수 없다.

높은 자살률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어린 학생들의 자살률 또한 높은 나라이기도 하다. 나는 이번 사고가 이 나라에서 제일 고통받으면서 살아가는 힘없는 청소년들을 위해서는 애초에 아무 대책을 세우지 않는 어른들에게 어쩌면 묵시록과도 같은 경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번 사고는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이 아니라 어른들의 어처구니 없는 일탈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내가 대학 졸업반이었던 1994년도에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붕괴되는 있을 수 없는 사고가 연거푸 발생했다. 뒤늦게 성수대교는 개보수됐고, 삼풍백화점은 없어졌다. 사후약방문이었다.

이번 사고도 미점검, 운행강행 등의 기본적인 것들의 미비로 비롯됐으니, 우리나라는 마치 고장난 컴퓨터와도 같이 바이러스에 오염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몇십 년 동안 완전히 똑같은 오류가 발생하니 말이다.

청소년의 뇌, 대뇌 변연계의 역할

이런 와중에도 책의 내용을 아주 짧게 소개하고 싶다. 청소년의 뇌에 관해 이야기 하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의 뇌는 크게 뇌간, 대뇌 변연계, 그리고 대뇌피질 등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고 한다. 청소년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뇌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 청소년들의 몸집이 어른들과 다를 바 없지만, 사실 뇌는 한 달에 2.5센티미터씩 자라고 있다고 한다.

특히, 정서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대뇌변연계가  중요한데, 여기에 속하는 것이 공포와 분노를 담당하는 편도체, 5분전의 일과 같은 단기 기억을 책임지는 해마, 호르몬에 영향을 주는 시상하부, 늦잠을 자는 등 청소년들의 게으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복부선 등이다.

전술했듯이 청소년의 뇌는 계속 자라고 있다. 이번 사고가 이들 청소년들의 대뇌 변연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지 생각해 볼 일이다. 구조된 청소년들이 제대로 된 심리치료와 안정을 통해 이번 사고의 후유증으로 받을 고통을 최소화 해야 하기 때문이다.

피이어스 게이지 증후군

1848년 잘못된 시간과 장소에서 사고를 겪은 불운한 사람이 있었는데, 선로 공사중 다이너마이트 폭파로 인해 선로 쇳덩이가 미사일처럼 그의 머리를 관통했다. 그의 이름은 피니어스 게이지다.

마틴 할로라는 의사는 머리에 쇳덩이가 관통하고도 살아남은 게이지가 난폭하고 괴상한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데 대해 '전두엽 손상으로 이성적 능력과 동물적 성향 간의 균형이 파괴 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내놓았다고 한다. 뇌의 CEO라고 하는 전두엽이 손상될 경우,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한다.

세월호 사고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 중 특히, 청소년들에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들의 대뇌변연계와 전두엽이 지금 현재도 자라나는 중이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사고에서 살아남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대적인 심리치료와 사고 예방이 준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10대들의 사생활>은 미국에서 2004년에 출가되었고, 우리나라엔 2011년 번역 소개되었다. 데이비드 월시 지음, 곽윤정 옮김



10대들의 사생활 - 부모가 놓치고 있는 사춘기 자녀의 비밀

데이비드 월시 지음, 곽윤정 옮김, 시공사(2011)


태그:#대뇌변연계, #전두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