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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처럼 내리는 봄비 힘 잡아
새끼손만한 고추묘목
갓 솜털 벗은 가지묘목
장막 벗는 호박 떡잎
실핏줄보다 더 가는 뿌리
흙살에 조심스레 내려
이제 막 발돋음 하려는데
매섭게 흔들어 대느냐

꿈결처럼 피어오르던 봄꽃
헤라의 눈길로 흩날려버리더니
저 어린 묘목까지 탐심하려 드느냐
맞서기보다 네 장단에 몸을 맡긴
저 가녀린 춤사위
너무 눈물겹지 않느냐

이는 조도라는 섬에 1년 8개월을 기거하며 텃밭을 일구던 때 지었던 자작시로 "무심하여라 4월 바람"이다.

이 시처럼 조도는 사월이 되면 바람과 함께 섬 주변을 스멀스멀 휘도는 안개를 볼 수 있다. 마치 슈베르트 작 오페라 "마왕"에서 나오는 안개처럼 음산한 기운이 도는 안개가 빠르게 움직인다. 특히 관매도 풍광을 구경하기 위해 배를 타고 지난 적이 있는데 3미터 정도의 파도가 일어 타던 배가 높이 올랐다 내려오곤 했는데  배가 딱 갈라지는 느낌처럼 오싹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도 조도 앞 바다는 4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봄 수학여행을 꿈꾸며 탑승한 325명의 학생과 인솔 교사 14명, 제주도의 자연 경관과 함께 할 꿈을 안고 떠난 가족을 포함한 승객, 선원 등 총 475명의 승객과 차량 150대를 실은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은 전 국민이 가슴을 졸이게 하는 잔인한 4월 바람이다, 부연 안개가 낀 바다를 보면서도 출발한 여객선 무리한 운항, 경력 초급인 기관사의 운전 미비로 인한 사고, 사고에 대한 선장, 선원의 대응책 미비 등 나태와 이기가 수많은 묘목을 잔인한 4월 바람에 내어 준 것이다.

16일, 오후 6시 30분 인천을 출발, 다음날 오전 8~9시쯤 제주도에 도착하는 여객선 세월호는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쿵 소리와 함께 침몰하였고 현재 해경과 해군, 민간 선박 등이 힘을 합쳐 구조작업을 벌이는 중이다.

4월 바람이 세찬 빗줄기를 쏟아 막 봉우리를 펼친 꽃잎들을 떨어뜨리고 있다. 그 모습에 매몰도 부근의 거친 물살이 투영되고 거친 물살을 헤치며 수색작업을 하고 있을 잠수부들의 고군분투가 떠올라 "하늘이 무심하다"는 소리가 절로 입안을 맴돈다.

정부발표에 의하면 179명이 구조된 가운데 18명의 사망자와 278명이 실종 상태로 실종자의 가족은 물론이고 온 국민이 가슴을 졸이며 실종자의 생존을 기원하고 있다.

현재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은 승객을 많이 태우기 위한 세월호의 증설개조, 급물살에 무리한 변침, 즉 급회전의 원인이라는 추정이다. 그리고 '2인1조'로 항해사 박씨의 지시를 받아 키를 조작하는 조타수도 세월호 운항 경험이 5개월에 불과한 조모(55)씨인 것으로 밝혀지는 등 대형여객선 운행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세월호의 침몰 당시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타이타닉의 선장처럼 승객들을 위해 최선을 다 한 후 배와 함께 최후를 맞는 책임감까지 바라지 않는다. 긴급 상황에서의 비상구를 열어 승객을 대피하도록 해야 할 선장과 승무원들이 처음 탈출 구명선을 탄 행위는 지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자신의 안일보다 구명조끼까지 벗어주며 학생들을 대피시켰던 박지영 승무원과 자신의 구명조끼를 던져 친구를 구한 정차웅군의 값진 희생정신은 가슴 깊이 아로 새겨지는 슬픈 숭고함이었고 어머니와 6살 오빠가 등 떠밀어 올린 정아무개양(5세)을 승객과 안산고 학생이 함께 끌어 올렸다는 소식은 햇살처럼 훈훈하게 마음을 데웠다

안개가 걷히면 햇살 환하듯 다시금 전해올 한 가닥 희망인 에어포켓의 생존자들의 소식을 기다린다. 

"부디 살아만 있어다오"            

덧붙이는 글 | 순천투데이도 송고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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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두 자녀를 둔 주부로 지방 신문 객원기자로 활동하다 남편 퇴임 후 땅끝 해남으로 귀촌해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로 교육, 의료, 맛집 탐방' 여행기사를 쓰고 있었는데월간 '시' 로 등단이후 첫 시집 '밥은 묵었냐 몸은 괜찮냐'를 내고 대밭 바람 소리와 그 속에 둥지를 둔 새 소리를 들으며 텃밭을 일구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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