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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기적의 글쓰기> 책표지.
 <인생을 바꾸는 기적의 글쓰기> 책표지.
ⓒ 북씽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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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방송작가를 하고 있는데, 글을 쓴다는 건 늘 어렵다. 글을 쓰긴 써야 하는데, 머릿속에서는 뭔가 이런저런 생각들이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아주 쉽게 글로 나온 적은 많지 않다.

어찌하다 보니 내 이름을 건 책도 2권을 출간하긴 했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이걸 어떻게 쓴 거지?' 하며 스스로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뭔가 '필'이 왔을 때 쓰기 시작해 앞뒤 가리지 않고 밀고 나가서 그랬나 싶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 건지 물을 때마다 '글쎄요'라고 할 수밖에 없고, 지금도 글을 쓰는 게 제일 어렵다는 걸 믿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서 글쓰기를 다룬 책들이 나올 때마다 관심을 두고 사서 읽어보기도 했는데 정작 '읽기만' 하고 '쓰지는'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글쓰기를 잘 하려면 역시 쓰는 것밖에 없을 텐데, 무슨 비법이라도 있지 않을까 읽기만 한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쓰지 않고는 글쓰기는 늘 수 없다.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생각이다. 나는 이 당연한 생각을 이제야 알았고, 이 책 <인생을 바꾸는 기적의 글쓰기>를 보고 나서다.

지은이는 김병완씨. 이력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불과 2년의 기간 동안 출간한 책이 4, 50권이다. 한 달에 한 권만 출간해도 2년이면 24권인데 무려 두 배에 달하는 책을 낸 것이다. 이게 가능해? 어떻게?

그는 3년 동안 도서관으로 출근했다. 그 전에는 약 11년 동안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어느 날 문득 재미가 없어 사표를 냈고, 연고지가 없는 부산으로 이사를 갔고, 이곳저곳을 드나들다 우연히 들어가게 된 도서관에서 뭔가 좋은 느낌을 받아 그 날부터 3년간 도서관에서 책만 읽었다. 그렇게 읽은 책이 약 1만 권. 그게 가능해? 어떻게?

독서를 하다 운이 좋게 알게 된 자신만의 독서법을 체득하게 되어 1만 권 독서가 가능했다. 맥주잔에 맥주를 계속 따르면 넘친다. 김병완씨도 그랬다. 3년 동안 책을 읽다 보니 어느 순간 글이 저절로 나오더란다. 글이 쓰고 싶어 미치는 순간이 왔다.

마치 신이 들린 듯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당연히 원고가 되었고, 출판사 몇 곳에 보냈더니 출간 계약을 하자고 부산으로 달려왔단다. 그렇게 시작된 그의 책 출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2년 동안 그렇게 많은 책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도서관에서 만난, 만 권의 책이 선사해 준 인생을 바꾸는 기적의 글쓰기 책이라는 거다.

떨리는 마음으로 책을 들고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냥 그랬다. 내가 예상한 내용과는 좀 엇나갔다. 20년 넘게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고 있고 20년 동안 두 권의 책을 출간한 내가 더 글을 잘 쓰고 싶어 이 책을 선택했는데,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얘기는 별로 하지 않고 무슨 정신적인 면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작가가 된다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낸다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을 스스로 존경할 줄 알아야 한다.' '당신에겐 이미 책 쓸 능력이 넘쳐난다.'

전체적인 구성은 1부와 2부로 되어 있고 1부는 창조적 글쓰기를 위한 의식개혁이다. '작가의 문제는 당신의 문제다', '작가의 허상에서 벗어나라', '리마커블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고, 2부는 창조적 글쓰기를 위한 실전 학습으로 '글을 쓰는 맛과 힘을 느껴라', '모든 글쓰기에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양이 재능을 이긴다'는 소주제로 되어 있다. 결국 '당신도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나서 '창조하며 글을 써라'고 말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매우 쉬운 글로 되어 있기에 한 번 책을 들면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근데, 뭔가 좀 허전했다. 글쓰기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치고는 뭔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더군다나 나는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글을 쓸 수 있을지 무지 궁금한 사람 아니던가. 그 궁금증은 풀어주지 않고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의식을 개혁하고자 하는 얘기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예전 같았으면 이 책은 책꽂이에 꽂고 다른 책을 찾았을 것이다. 3년 동안 책 1만 권을 읽어재끼고 2년 동안 50권을 출간한 사람이 쓴 책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다시 한 번 읽어보기로 했다. 꽂혀 있던 책을 꺼내고 첫 페이지를 열고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번엔 저자와 대화를 하는 느낌으로 책을 대하려고 노력했다. 최대한 의식을 집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들이 오기 시작했다. 처음 읽었을 때는 그냥 지나갔던 의미 없어 보이는 문장들이 조금씩 내 마음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작가는 자신을 스스로 존경할 줄 알아야 한다'는 문장을 보자. 처음 봤을 때는 그저 당연한 말, 일반적인 문장, 별 의미 없다고 생각하고 지나갔다. 두 번째 보니 다른 의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가는 자신의 삶을 얘기하는 사람이다. 작가가 쓰는 글이란 결국 자신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 생각하는 것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데 그러려면 스스로에 대해 진지해야 한다. 자신이 쓰는 글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게 작가라는 직업이니까 자신을 사랑하고 존경해야 그에 걸맞은 글이 나오리라는 얘기다. 생각해보면 내가 글을 쓸 때도 그랬다.

자신이 없고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불분명하면 제대로 된 글이 안 나왔다. 나를 빼면 글이 안 지어진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김병완 저자가 얘기하고 있는 게 바로 내 스스로를 존경하라는 것이다.

이런 문장도 다시 보게 되었다. '책을 쓰지 말고 한 문장만 쓰자' 처음 이 문장을 봤을 땐 이게 뭔 궤변이냐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이 문장을 봤을 때 이런 생각으로 바뀌었다. 책을 써야겠다는 거창한 마음으로 자신을 짓누르기 전에 그저 하나의 문장을 쓰는 것으로 첫 걸음을 하면 된다. 또 한 문장 쓰고 또 쓰고. 책을 쓴다는 건 여러 개의 문장들을 계속 쓴다는 거 아니겠는가.

"작가는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연출가가 아니라 자신의 스토리를 포장하는 것 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노출가가 되어야 한다."

뭔가 한 방을 강하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나는 그동안 글을 쓰면서 나를 적나라하게 노출한 적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어쭙잖은 글로 치부를 가리기에만 급급했던 건 아닌지 나의 심장을 찔러댔다.

이 밖에도 나의 글쓰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죽어도 좋을 만큼 좋아합니까?', '문법, 맞춤법, 띄어쓰기의 덫에서 벗어나라', '어린아이가 놀이터에서 놀 듯 글을 써라', '책 한 권 쓴다고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 '생각하지 말고 글쓰기에 빠져라'

두 번을 읽고 나니, 그동안 짬짬이 기웃거렸던 글쓰기 책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책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글을 쓰는 기술 이전에 보다 중요한 것을 이 책은 알려주고 있다. 아니, 글을 잘 쓰기 위한 진짜배기 방법을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이게 가능한 건 아마도 저자가 5년 동안 독서와 글쓰기에 미친 듯이 빠졌던 남다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 읽은 이 책을 덮으며 당장 실천해야 할 두 가지를 떠올렸다. 이 책을 세 번째 읽는 것. 그리고 눈으로만 읽지 않고 글을 써가면서 읽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인생을 바꾸는 기적의 글쓰기> - 도서관에서 만난, 만권의 책이 선사해 준 ( 김병완 (지은이) / 북씽크 / 2013-11-10)

개인 블로그에서 실을 예정입니다.



인생을 바꾸는 기적의 글쓰기 - 도서관에서 만난, 만권의 책이 선사해 준

김병완 지음, 북씽크(2013)


태그:#글쓰기, #글쓰기 책, #김병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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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관심이 많습니다. 진심이 담긴 글쓰기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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