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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상선과 갑상샘
 갑상선(갑상샘)
ⓒ wiki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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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어나는 갑상선암 관련 논란이 흥미롭다. 갑상선암 환자를 놓고 두 가지 주장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 와중에 정작 보호받아야 할 환자들은 갈피를 잡지 못 하고 있다. 어느 쪽의 주장이 옳은지는 몰라도 특정 이해 당사자의 이익보다는 환자의 행복을 위한 쪽으로 정리가 돼야 할 것이다.

갑상선암을 둘러싸고 발생한 논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갑상선암을 미리 발견하기 위해 초음파 검사를 지금처럼 하는 것이 타당한가.
둘째, 암이 발견됐을 경우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가.

최근 한국보건의료원이 발표한 '갑상선암 건강검진 서비스제공을 위한 근거 창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갑상선 초음파 검진 비용은 연간 최소 1210억 원에서 최대 4534억 원 지출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한 이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연구 조사한 결과, 초음파 검진을 권고할 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 이야기는 건강검진시 초음파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 보고서는 갑상선 암 환자를 발견하는데 가장 중요한 도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연구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갑상선학회는 발끈하고 나섰다. 자신들의 존립 기반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갑상선암 반드시 수술해야"... 과연 옳을까

이렇게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단체의 주장은 논외로 하고, 그동안 건강검진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얻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갑상선암 발생률(10만 명당 3명)은 10여 년 사이 2~3배가량 높아졌는데, 이는 세계 표준으로 인식되곤 한다. 이 갑상선암 발생률을 우리나라에 적용해 보면 매년 2400명가량의 환자가 생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실제 수치는 예상치와 차이가 크다. 매년 5만 명(추정) 정도의 갑상선암 환자가 발견되고 있으니, 예상치에 비해 4만7000명 가량의 환자가 더 발견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들은 대개 수 밀리미터(mm) 크기의 결절을 가진 환자들이다. 이런 환자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일본에서 발표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 밀리미터의 결절을 가진 환자를 10년 동안 살펴본 결과, 3밀리미터도 커지지 않은 경우가 84%였다고 한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술을 받더라도 생존률이나 후유증에서도 아무런 차이가 없었고, 환자들이 두려워하는 전신전이는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또한, 이런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을 했을 때 갑상선을 한 쪽만 떼어내더라도 생존률은 갑상선 모두 떼어낸 경우와 같았다. 또한 '10년 생존률'은 무려 99.3%에 달한다는 논문도 발표됐다.

"갑상선암은 반드시 수술해야 한다, 모두 떼어내야 한다, 기다리다 전이되면 죽을 수도 있다"라는 일부 의사들의 외침과는 전혀 다른 연구결과다. 요약해서 말하면 죽을 염려도 없고 기다려 봐도 아무 위험성 없는 암 환자를 수천억 원을 들여서 4만7000명이나 더 발견한 것이다. 초음파 검사가 없었다면, 이들은 10~20년 뒤 암환자로 발견되고 그때 갑상선 부분 절제술을 통해 99.3% 생존할 환자들이다.

건강검진을 하더라도 암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폐암·위암·대장암·간암 등 진행이 빨라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암일 경우에는 어느 정도 조기 발견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갑상선암처럼 진행과 치명도가 비교적 느리고 낮은 암은 조기 발견에 아무런 도움을 얻을 수 없다(실제 매년 발견되는 암 환자 중 사망하는 환자는 1% 이하다). 상황이 이러한데 매년 의료비용 명목으로 수천억 원이 갑상선 초음파 검진 비용으로 쓰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수술 안해도 되는 사람들까지 수술... 문제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암세포가 얼마나 작고, 얼마나 위험한가 등을 떠나 '암이 의심된다'거나 '암 환자'라는 판정을 받게되면 환자는 충격에 빠진다.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게 바뀐다. 더군다나 "암을 방치하면 전이되거나 죽을 수도 있다"라는 의사의 말을 듣게 되면 환자는 불안한 나머지 결국 수술을 택하게 된다.

여기서 문제는 현재 한국 갑상선 관련 의사들이 2006년에 발표된 미국 갑상선학회의 권고안을 철석같이 믿고 따른다는 점이다. 이 권고안은 '거의 모든 갑상선암에서 갑상선을 모두 절제해야 할 것'을 권하고 있다. 같은 시기 미국 암 학회(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NCCN)는 미국 갑상선학회의 권고안보다 완화된 권고안을 발표했고, 미국의 권위 있는 갑상선 관련 의사들이 미국 갑상선학회 권고안에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갑상선 절제에 대한 기준은 지금까지도 뜨거운 논쟁 거리 중 하나다.

왜 한국 의사들은 논란이 있는 권고안을 믿고 따르는 것일까. 갑상선암 환자의 흐름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먼저 내분비 내과는 '갑상선을 모두 절제할 경우 환자를 추적 관리하기가 편하다'는 점을 든다. 하지만 내분비 내과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평생 약을 타 먹는 환자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내분비 내과 의사들은 환자 의뢰를 할 때 갑상선을 모두 절제해 주는 외과 의사를 선호한다.

외과 의사는 갑상선 부분 절제술보다 갑상선 전(全) 절제술이 보험 수가가 높아 전 절제술을 선호한다기 보다 '내과 의사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을 경우 환자를 잃게 될까 걱정'이 돼 그들의 요구를 따르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덩달아 핵의학과 환자 수도 늘어나게 된다. 약 절반 이상의 환자가 동위원소 치료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전 절제술을 하면 병원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에 병원은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결과적으로 갑상선 관련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좇아 암묵적 공동체를 형성하고, 자신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진료를 몰고 갈 수 있다. 물론 표면적인 설명은 "이렇게 완전하게 치료해야 치료 효과가 더 좋아진다"이다.

'심각'한 갑상선 전 절제 후유증

 매년 4만7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환자'가 된다. 그중에는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고, 가벼운 수술만으로도 사는 데 아무 영향을 받지 않을 이들도 있다.
 매년 4만7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환자'가 된다. 그중에는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고, 가벼운 수술만으로도 사는 데 아무 영향을 받지 않을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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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환자의 경우는 어떨까. 전 절제술을 한 환자의 7%는 손발저림 등 부갑상선 기능저하증을 겪는다. 때로는 이 증상이 죽을 때까지 지속된다. 1~2%의 환자는 한쪽 또는 양쪽 성대를 모두 쓰지 못하게 돼 목소리가 쉬거나 노래를 부르지 못하거나, 평생 숨 쉬는 구멍을 뚫고 지내야 한다(1~2%라고 하면 작아 보이지만, 대략 400~800명이다,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심지어 사망하는 환자도 있고, 평생을 침대에서 식물인간이 돼 지낼 수도 있다.

매년 4만7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환자'가 된다. 그중에는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고, 가벼운 수술만으로도 사는 데 아무 영향을 받지 않을 이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평생 약을 먹고, 평생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지금까지도 "모두 떼어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의사들은 무엇을 위해서 전 절제술을 주장하는 것일까.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답할 생각이라면, 전 절제술을 해서 얼마나 많이 죽을 환자를 살려냈는지 증거가 나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난 10년간 죽은 환자의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용식님은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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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경부외과 전문의사로 갑상선암이나 후두암, 구강암 등 암을 치료하는 의사입니다. 국민 건강을 위해 도움이 될만한 글을 올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