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윤석천이 쓴 <경제기사가 말해주지 않는 28가지> 겉 표지
 윤석천이 쓴 <경제기사가 말해주지 않는 28가지> 겉 표지
ⓒ 왕의서재

관련사진보기

한국 경제가 더 이상 성장하지 않으면 과연 모두가 불행해질까? 몇 년 전만 해도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지속하는 한 성장없는 분배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지만, 더글러스 러미스가 쓴 <경제 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를 읽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녹색평론사에서 번역 출판한 이 책을 통해 더 이상 경제가 성장하지 않아도 우리는 얼마든지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언론이 주로 다루는 경제기사가 전하는 엉터리 경제 정보와 왜곡된 기사를 낱낱이 파헤치고 해부한 글을 모은 책입니다. 저자 윤석천은 승승장구했던 투자 전문가를 거쳐 '자본과 권력을 감시하는' 경제비평과 칼럼을 쓰는 평론가로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가 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주제는 '성장 집착이 고용을 줄이고 임금을 깎는다'는 것 입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이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연간 3~4퍼센트의 성장을 기대하는 희망적인 언론 보도들이 작년 하반기에 줄을 이었습니다. 저자는 누구나 좋은 일로만 생각하는 '경제 성장'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현대 경제의 화두는 성장이다. 성장률에 따라 울고 웃는다. 분기마다 발표되는 성장률 지표가 경제 운용의 척도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성장률이 높으면 박수를 치고 낮으면 비난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장률의 참 의미를 잘 모른다." (본문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제 성장률이 높으면 기업이 더 많은 이윤을 얻게 될 것이고, 그러면 자연이 노동자들은 더 많은 급여를 받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면 부자와 가난한 사람 모두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경제성장으로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의 경제학을 대표하는 성장론자들은 성장 경제를 최선으로 선전한다. 부채 기반의 성장도 상관하지 않고, 성장 경제 외에도 대안이 있다는 것을 숨긴다. 성장하지 못하면 마치 큰 일이라도 나는 듯 야단법석을 떤다." (본문 중에서)

하지만 경제성장은 결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심지어 성장론자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예컨대 성장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믿음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성장과 일자리가 비례한다는 믿음은 잘못됐다. 오히려 일자리를 파괴하는 경우가 더 많다. 성장은 기술 혁신을 낳아 생산력의 눈부신 발전을 이끈다. 생산력이 발전하면 기존의 노동력은 기계 등으로 대체되는게 일반적이다. 이는 이미 100여년 전에 마르크스가 예측한 사실이다." (본문 중에서)

결국 경제 성장이 일자리를 늘린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성장의 열매는 대부분 자본가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고용을 유지하거나 늘리는데 기업의 성장이 반드시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성장은 자본주의의 꽃이 아니라 함정이다. 성장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자본가의 끝없는 욕망은 현대를 항시적 과잉 생산 시대로 만든다." (본문 중에서)

과잉 생산이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때 자본가는 기술 혁신을 무기로 노동자를 해고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성장과 반비례하여 오히려 감소하는데도 과잉생산물 소비를 위해 빚에 의존하는 악순환의 덫에 걸린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실질 임금이 줄어드는데도 빚을 내서 떠받치는 신용팽창은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고, 과잉생산으로 인한 공황은 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권력과 언론이 주장하는 성장신화는 사상누각과 다름없으며, 공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성장보단 분배의 공평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한국경제는 여전히 성장 일변도의 경제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은 재벌과 자본에 부의 집중을 더욱 심화시키고, 빈부격차 또한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악순환이 끝없이 반복되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 소득이 높아져도 국민이 가난해지는 이유

경제성장이 국민 모두를 부자로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저자의 주장입니다. 예컨대 2010년 이후 국민소득 2만 달러 대를 회복했으나 국민 다수는 평균보다 소득수준이 훨씬 낮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국민소득에 국민들은 잘 모르는 여러 가지 비밀이 숨어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첫째는 바로 국민소득에는 '기업 소득'이 포함되어 있으며, 세금과,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부담금도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것들을 다 빼고나면 개인총처분가능소득은 1만 3150달러로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반대로 재벌기업의 부는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국민총소득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대신 재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총처분가능소득의 비율로 보면 OECD국가들 중에서 꼴찌나 다름없으며, 다른 나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기업소득의 비중이 높고 가계소득의 비중은 낮다고 합니다.

문제는 정부가 이런 잘못된 구조를 방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득감소는 내수부진으로 이어지고, 결국 경제는 수출 비중을 높이는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장기적으로는 공황 등 더 큰 위기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수출 비중이 높아져 대외 의존형 경제 구조를 갖게 된 한국 경제는 그만큼 대외 요인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세계 경기가 후퇴하면 수출이 타격받고, 이에 따라 경기가 쉽게 침체하는 치명적 약점을 갖게 되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한마디로 한국 경제는 맷집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작은 위기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한국 경제의 고질적 병폐가 바로 수출 의존형이라는 것입니다. 내수와 수출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해외시장의 변화에 지나칠 만큼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겁니다.

각종 통계를 보면 가계 저축률이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으며, 저축률이 하락하는 만큼 가계도 허약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계가 허약해지는 것은 가계와 기업간의 소득양극화와 사회부담금 증가가 주된 원인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한국 경제를 건강하게 바꾸려면, '세금을 정상화'하여 조세를 통한 재분배 효과를 높이고, 사회보험으로 주식시장에 개입하여 주가를 방어하는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약 25퍼센트에 달했던 한국의 가계 저축률은 지난해 3.4퍼센트로 추락"했다고 합니다. 소수의 부자들을 제외하면 저축은 고사하고, 대부분 빚을 내서 살고 있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경제 성장을 통해 국민소득을 몇 만불로 높이겠다는 정치인들의 공약은 허울만 좋을 것이랍니다.

국민들이 앞으로도 경제성장, 수출증대, 국민소득 같은 장미빛 통계 숫자에 속아 넘어간다면 한국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점점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우선 보기에는 부자가 더욱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도 성장을 소비가 뒷받침하지 못하면 성장경제도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인플레이션 정책으로 부자는 더 부자가 된다

한편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이 두 가지 더 있습니다. 하나는 '물가상승=세금 상승'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플레이션으로 부자들이 더 부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인플레이션으로 가장 많은 이득을 보는 세력은 팔 것이 있는 독점적 지위 세력이다. 그것이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재화 혹은 서비스든 팔 것을 가진자들이 이익을 얻는다.......우리는 흔히 서민들이 빚을 많이 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큰 빚은 대부분 거액의 자산가와 기업이 지고 있다." (본문 중에서)

예컨대 부자들은 인플레이션으로 자산 가격이 올라 이득을 얻고, 부채에 대한 이자율 축소 효과로 또 다시 이득을 본다는 것입니다. 기득권을 가진 자들은 약간의 인플레이션과 물가상승이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빈부격차만 강화시킨다는 것이지요.

"매년 3퍼센트씩 물가가 오른다고 가정하면, 10년 후 물가는 35퍼세트 정도 오르게 된다. 이것을 안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비교적 건강한 인플레이션 상황이라도, 우리는 앉아서 재산의 3분의 1을 도둑맞는 셈이다. 인플레이션은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강탈하는 강도다." (본문 중에서)

그렇다면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이런 인플레이션은 왜 일어날까요? 인플레이션은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력이 화폐공급이나 신용공급을 늘리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따라서 통화공급 확대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마치 정부가 세금으로 월급의 일부를 빼앗아가는 것과 같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통화공급 확대로 발생한 인플레이션이 국민의 소득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키는 세금"의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세금이라는 주장은 비교적 오래됐다. 1946년 당시 연준의 총재인 루물이 처음으로 주장한 것이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원천적으로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징수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본문 중에서)

예컨대 인플레이션은 소득에 관계없이 똑같은 부담을 지우기 때문에 '간접세'와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 입니다. 뿐만 아니라 부자들은 자산을 부동산의 형태로 보유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해도 손해 볼 일이 없지만, 대부분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서민들은 그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겁니다.

저자는 자본주의와 인플레이션 그리고 성장은 동의어처럼 취급해온 한국사회가 빈부격차와 신용위기를 맞이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주장합니다. 특히 신용(부채)을 기반으로 이룩한 성장은 과잉생산을 떠받칠 수 있는 소비가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인플레이션은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한국경제가 이런 구조적 결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민들은 무얼해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신문에 보도되는 경제기사는 서민들에게 올바른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경제기사 대부분은 부자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채워지고, 부자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어떤 것은 축소되고 또 어떤 것은 왜곡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간혹 서민들에게는 거품 낀 희망을 선물하지만 그 희망은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갑니다.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게만 살면 될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사는 것이지요. 하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특히 신문에 실리는 대부분 경제기사는 숨은 의도를 파악하지 않으면 속아 넘어가기 십상이라는 것이지요.

이 책은 바로 부자들을 위해 쓰이는 경제기사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 28가지 지식과 비법(?)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그동안 경제는 어렵고 골치 아프다고 외면했었다면, 윤석천이 쓴 <경제 기사가 말해주지 않는 28가지>로, 경제기사의 숨겨진 본질을 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포스팅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마산YMCA에서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