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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3월19일 야당 추천 방통위원들이 퇴장하고 대통령과 여당에서 추천한 방통위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종합편성 채널 TV조선·JTBC·채널A, 보도전문 채널 뉴스Y에 대해 조건부 3년 재승인을 의결했다.

종편 재승인 의결 과정에서 생긴 분란은 야당 추천 방통위원들이 종편 재승인에 대한 정확한 심의를 위해 재승인 심사위원회 위원들의 심사 채점표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면서 생겼다. 하지만 방통위 사무국은 끝내 심사 채점표를 공개하지 않았고 이에 반발한 위원들이 퇴장하자, 여당과 대통령이 추천한 방통위원들이 일방적으로 의결을 감행해 결국 종편에 재승인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방통위 사무국은 야당 추천 위원들이 종편 재승인에 대한 의결을 하기 전에 심사 채점표를 보여달라고 요구하자 의결이 끝나면 공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참으로 황당한 논리다. 재승인 의결을 하고 나면 보여줄 수 있는 심사 채점표를 왜 재승인 의결 전에는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인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방통위 사무국의 태도는 심사 채점표를 재승인 의결을 하기 전에 방통위원들에게 보여주면 안 되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번 종편 재승인 의결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종편 재승인 심사는 준비 단계부터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예견돼 있었다. 방통위는 종편 재승인 심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종편에 유리한 심사 기준과 심사 방법을 적용해 재승인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다.

먼저 지난해 말 방통위가 실시한 방송 평가에서 근거 없는 막말과 편파, 왜곡 방송으로 국민적인 지탄을 받은 종편이 모두 우수한 평가를 받아 '종편 재승인을 위한 수순 밟기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총점 1000점 중 350점을 차지하는 방송 평가 결과를 보면 시청자들이 종편에 대해 실제로 느끼는 문제점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그야말로 현실성이 없는 형식적 평가였음이 잘 드러나 있다. 종편 방송 평가에서 방통위는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종편에 적용하기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방송 프로그램의 질 평가 기준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적용해 종편이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종편 4사의 방송 편성이 종합편성 채널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시사·보도 위주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방송 평가 항목 중 '방송 편성 제규정 준수 여부' 항목에서 종편 4사가 모두 만점을 받는 황당한 심사 결과가 나왔다. 또 종편의 재무 건전성과 방송기술 투자 운영 영역 평가에서 방통위는 현재 엄청난 적자를 내고 있는 종편 4사에 대해 재무 건전성이 높다는 평가 결과를 내놓았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해 종편에 대한 방송 평가가 얼마나 형식적으로 이뤄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신뢰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이뿐이 아니다. 방통위는 이번 종편 재승인 심사를 진행할 심사위원회마저 편파적으로 구성했다. 전체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 15명 중 야당 추천 방통위원들이 추천한 심사위원은 고작 3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12명의 심사위원은 방통위원회와 여당 추천 방통위원들이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되었다. 애초부터 불공정한 심사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특히 심사위원회 구성에서 방통위의 여야 구성 비율인 '3 대 2'의 비율조차 지키지 않고 여야 추천 비율을 '12 대 3'으로 구성함으로써 시작도 하기 전에 심사 결과를 예견하게 만들어버렸다.

이번 종편 재승인 심사는 15명의 심사위원 중 심사를 하지 않는 심사위원장 점수, 각 항목별 최고 점수와 최저 점수는 점수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심사위원 12명의 점수를 합쳐 평균을 내는 방법으로 최종 점수가 결정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종 점수에는 12명의 심사위원 중 야당 추천 심사위원 2명의 점수만 반영되게 되었다.

종편 재승인 심사 항목은 대부분 정량 평가가 아닌 심사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정성 평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때문에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힘들고 누가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느냐에 따라 심사 결과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

이러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종편 재승인 결과에 대한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심사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이 심사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방통위가 재승인 심사위원회를 편파적으로 구성함으로써 이번 종편 재승인 심사는 그동안 종편의 잘못된 방송 행태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요식 행위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미 지난해부터 종편 재승인을 위한 작업이 시작되고 있었다. 지난해 방통위에서 종편 재승인 심사 기준안을 만들기 위해 구성한 재승인 심사 기준안 연구반은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공익성'과 '방송 프로그램의 기획·편성 및 제작 계획의 적절성' 항목의 과락 기준을 60%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방통위가 연구반의 의견을 무시하고 과락 기준을 50%로 낮췄다. 종편이 재승인을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준 셈이다.

실제로 이번 재승인 심사에서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 항목의 평가 점수를 보면, TV조선은 131.19점(만점의 57.0%), JTBC는 141.38점(만점의 61.4%) 그리고 채널A는 127.21점(만점의 55.3%)을 받아, TV조선과 채널A는 60%를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과락 기준을 연구반이 제시했던 60%로 유지했다면 TV조선과 채널A는 재승인을 거부당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방통위가 과락 기준을 완화시켜주면서 종편 3사 모두 과락 기준을 통과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정부와 여당은 이처럼 사회적으로 엄청난 물의를 일으키면서까지 종편 채널을 재승인해준 것일까. 종편은 종합편성 채널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편성하고 있다. 거의 온종일 편향적이고 왜곡된 정보들을 시청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 사회의 보수층을 결집 시키고 나아가 사회를 전체적으로 보수화하는 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보수 정권과 여당은 이러한 보수 편향적인 종편을 이용해 지난 대선에서 '톡톡한 재미'를 봤다. 올해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 그리고 2016년 총선에서도 이런 '재미'를 보기 위해 종편의 재승인을 간절히 원했을 것이다. 결국 이번 종편 재승인 심사는 보수 정권의 정치적인 이익과 보수 언론사의 경제적 이익이라는 목표가 맞아떨어져 만들어낸 졸속 불공정 심사에 불과하다.

덧붙이는 글 | 최진봉 기자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중 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저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종편 재승인 심사, #TV조선, #채널A, #최진봉 , #방송통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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