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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말을 잊은 언론사들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결성한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6차 언론 모니터 보고서(8일 발표)에서, 부실한 선거보도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띄우기'식 보도를 지적했다.

서울시장 새누리당 예비후보인 김황식 전 총리는, 지난 3월 말 새누리당의 후보 경선 룰에 반발해 칩거하며 상대인 정몽준 의원에 대한 금권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금권 개입 논란은 선거판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 중 하나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방송사는 이 문제를 제대로 부각시키지 않았다.

3월 29일 JTBC <주말뉴스> 화면
 3월 29일 JTBC <주말뉴스> 화면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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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선거보도감시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금권선거 의혹이 처음 불거진 3월 29일에도 대부분의 방송사는 김 전 총리의 의중과 향후 행보만을 보도했다. 이날 이 의혹을 제대로 보도한 방송사는 JTBC뿐이었다.

JTBC는 이날 <김황식 측 "정몽준 금권선거">, <"칩거 이유, 금권 선거 등 경선 혼탁"> 등의 꼭지를 통해,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갑작스레 100억 원 가량의 광고비를 지출한 점은 우호적 여론 조성을 의도한 것이라는 김 전 총리 측 주장을 자세히 보도했다.

다음날에도 JTBC는 <김황식 복귀…정몽준과 날선 공방> 꼭지에서 금권선거 의혹을 다루었고, 31일에는 <세 후보, 돈 선거 공방 일단 멈춤>, <김황식 전 총리, 칩거 끝 복귀 배경은?> 등 꾸준히 후속보도를 내놨다.

정몽준 금권선거 의혹에 침묵하는 방송사들, 왜?

반면 다른 방송사들은 JTBC 보도가 나간 뒤에도 침묵했다. SBS는 3월 29일 <경선 참여 설득...지도부도 수습책 검토> 꼭지에서 김 전 총리의 칩거 상황을 전했지만 그가 제기한 의혹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MBC나 YTN 등도 비슷했다. 채널A에서는 30일 보도된 <사흘만에 복귀…환영했지만>, <더 꼬인 교통정리 더 커진 불씨> 등에서 "금권선거 의혹 공방으로 갈등이 증폭되는 모양새", "후보 간 신경전이 그치지 않는다"는 식의 형식적인 언급만 했다.

지난 4월 1일 정몽준 의원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김 전 총리를 '반칙왕 타이슨'에 빗대 자신의 의혹을 부정하자, 방송사들은 그제야 관련 보도를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의혹의 진위를 밝히려는 적극성은 보이지 않았다.

채널A는 1일의 <"반칙왕 타이슨" vs. "품격 지켜라">에서 김 전 총리 측의 주장을 전달한 뒤 "논란이 커지자 김 전 총리는 캠프에 네거티브 자제령을 내리고 발을 빼는 모양새"라고 보도했다. 정몽준 의원이 김 전 총리의 경선자금 조사 요청을 한 뒤에야 금권선거 관련 보도를 시작한 KBS는 2일 보도된 <여, 경선 신경전…야, 배심원 투표 도입>에서, 금권 개입 논란을 양 측의 공통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의 또 다른 논란으로 떠올랐던, 최형두 청와대 비서관의 김 전 총리 캠프 합류 문제를 두고서도 보도경향은 비슷했다.

JTBC만 이 문제가 '박심' 논란을 재점화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청와대가 선거의 공정성을 해친다는 야당의 주장을 인용했다. 채널A와 KBS 등 다른 방송사들은 단순히 최 비서관이 김 전 총리의 선거캠프에 합류했다는 사실만을 전달했을 뿐, 합류의 의미나 이어진 논란에 대한 내용은 다루지 않았다.

박 대통령 해외순방 미담 부각한 보수 언론

한편 보수 언론사의 지면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소식과 함께 순방 중 미담이 빠지지 않고 자리를 차지했다. 공정선거감시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과 관련해서 <조선일보>는 "네덜란드 만찬서 메뉴판에 메모한 박 대통령"(3월 31일), <중앙일보>는 "청와대 '박 대통령 몸살 서서히 회복 중'"(4월 1일), <동아일보>는 "전 여왕 '뭘 적나요'…박 대통령 '국왕 말씀 지혜로워'"(3월 31일) 등의 기사에서 일제히 순방 뒷이야기를 보도했다.

이들 기사는 전반적으로 비슷한 구조를 보였는데, 박 대통령이 순방 중 감기에 걸렸다는 점과 그럼에도 계획된 일정은 물론 국내 현안에 대한 보고도 전부 받았다는 점을 먼저 강조했다. 일정 중 링거를 맞았다는 사실과 대통령이 묵었던 호텔의 찬바람이 서늘했다는 등 세세한 부분도 빠뜨리지 않았다. 또 네덜란드에서 국왕과 오찬을 하던 중 국왕의 말에 감명을 받아 그 내용을 메뉴판에 메모했다는 에피소드도 공통적으로 들어 있었다.

3월 31일자 <조선일보> 6면 기사
 3월 31일자 <조선일보> 6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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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에피소드를 넘어 위인전기에 등장할 법한 서사 구조도 나왔다. <조선일보>기사는 '귀국하자마자 의무실' → 순방 초부터 감기 걸렸다 → 귀국 전용기에서의 박 대통령 발언 "감기가 어디 잘 떨어지나요" → 네덜란드 국왕 오찬 중 메모 → 다른 대통령들의 박 대통령의 건강 안부 물음 → 독일 방문 중 발언으로 마무리 된다.

<동아일보>는 "중요한 사안이 있으면 메모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공주' 본능이 또 다시 발휘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이 기사들은 기자들이 직접 순방 과정이나 오찬장을 취재해서 쓴 것이 아니라, 청와대의 브리핑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다.

김정은 비판하다가 돌연 박근혜 대통령 칭찬

이런 일방적인 '띄우기'는 신문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다. 4월 3일 방송된 <채널A>의 <직언직설>에서 패널로 출연한 강명도 교수는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두고 "도덕적 윤리가 없다"고 비판하던 도중 돌연 박근혜 대통령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강 교수는 "우리 박근혜 대통령 보십시오. 얼마나 리더십이 있고, 존경해 주냐"라며 "막말도 안 하고, 모든 장관들이나 수석들하고 회의할 때 보시면 참 존경(어)을 쓴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공정선거감시단은 보고서에서 이런 보도행태를 지적하면서, 보수 언론이 "박근혜 대통령의 위인전기를 미리 쓰기로 작정한 듯하다"고 꼬집었다.

'부실한 선거 보도'와 '과도한 대통령 띄우기 보도'를 가장 큰 문제로 꼽은 이날 보고서에서는, 이외에도 지상파 3사의 선거 관련 보도 비중이 평균 5%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부족하다는 점과 종편 시사프로그램 패널의 성향이 편향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이 선정한 금주의 황당 말, 말, 말

"신당의 지금 위치를 봤을 때 좌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분석으로도 58명 있다고 나왔다…진짜 진보라면 북한에 대해서 반핵, 비핵의 입장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최근까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남측의 정치인은 진보라 볼 수 없고, 종북이라 봐야한다" - 3월 31일 채널A <직언직설>, 황장수

"야당이나 좌파들은 끊임없이 모든 정책에다 대고 이건 민영화 아니냐고 갖다 붙인다. 대표적인 게 의료민영화, 우리가 언제 또 의료 국유화를 했나? 병원 중에 국유화된 병원들 있나?" - 4월 2일 채널A <쾌도난마>, 전원책

"안철수 대표가 말끝마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를 거론하는 이유는 자신이 곧 대선주자임을 내세워 당내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 4월 2일 채널A <종합뉴스>, 황형준 기자

"새정치연합은 국회의원이 봉이냐, 왜 대통령 말만 듣느냐, 하수인이냐 그러는데 지금 박근혜 대통령보고 사과하라는 건 지금 박근혜 대통령 지시대로 국회가 움직인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식의 논리는 자가당착" - 4월 3일 TV조선 <돌아온저격수다>, 진성호

"'대북 특사단 만들겠다'? 아니 지금 새정치연합 안에서도 말이 통일이 안 되는데, 어떻게 여야가 북한에 가서 통합이 되겠나. 이런 현실성 없는 얘기들 좀 보완을 하고 극복해야 된다" - 4월 3일 TV조선 <돌아온저격수다>, 김성욱

* 공정선거보도감시단 보고서 보러 가기
1) 사라진 선거보도 : 정몽준의 금권선거 논란, 김황식 캠프 간 청와대 행정관
2) 여론조사 놓고 '입맛대로'…당명 놓고 '말장난'
3) 종편, "너나 잘해" 막말에도 안철수 대표만 집중 비난
4) <금주의 朴비어천가> - '수첩 본능', '링거 맞고', '현안 챙겨'
5) <금주의 황당 칼럼> - "송평인 논설위원님, 만우절 기사 잘봤습니다"
6) <금주의 황당 말, 말, 말>
7) 표로 보는 선거 보도 : 종편보다 부실한 KBS 선거보도


태그:#공정선거보도감시단, #모니터 보고서, #JTBC, #조선일보,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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