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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지난달 28일 KBS 본사와 6개 자회사의 운영 실태에 대해 점검한 <한국방송공사 및 자회사 운영실태 특정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에 감사원이 공개한 KBS의 운영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면, 수신료 인상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KBS가 과연 수신료 인상을 요구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KBS는 TV수신료를 징수하면서 수신료 면제 대상자들에게 수신료를 징수하고, 반면 수신료를 징수해야 하는 대상자들에게 오히려 수신료를 면제해 준 것으로 나타나 수신료 징수를 엉망으로 관리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KBS는 그동안 TV수신료 면제 대상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3446명, 국가유공자 5536명, 그리고 시각청각장애인 1만3675명에게 수신료를 부과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KBS가 TV수신료 징수 관리를 엉망으로 해 왔다는 감사원의 지적은 그동안 KBS가 TV수신료 징수를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관리해 왔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기에 앞서 그동안 수신료 징수와 관련해 잘못된 부분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국민들 앞에 자신들의 잘못을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다.   

KBS는 또한 인력운영에 있어서도 대외적으로는 전체 직원숫자를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하는 것처럼 포장해서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하위 직급의 직원들만을 감원하고 상위 직급의 직원은 더 늘린 것으로 나타나 방만한 인력운영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KBS는 경영합리화를 내세우며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전체직원 숫자를 감원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다. 그런데 KBS의 직원 감원 실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로 하위직급의 직원들을 감원하고, 상위직급 직원들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드러나 대외 홍보용 구조조정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KBS는 지난 2008년부터 4년 동안 전체 직원 숫자를 400명 줄였다. 그런데, KBS가 4년 동안 감원한 400명은 대부분 하위직급 직원들이고, 2직급 이상의 상위직급 직원은 2459명에서 2745명으로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전체 직원 중 상위직급 비율이 2008년 47.2%에서 2012년에 57.1%로 늘어나게 되었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KBS가 지난해 7월 외부업체에 의뢰해 작성한 조직진단 결과보고서를 인용해 "고위직급 무보직자가 심의실, 라디오센터, 송신소 등에 근무하면서 업무량이나 인건비에 비해 인력이 과다 투입되거나 핵심 업무가 아닌 모니터링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등 업무 수행의 비효율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KBS가 500억 원 이상의 세전 이익이 발생할 경우에만 직원들에게 지급하던 특별성과급 일부를 2010년부터는 아예 기본급에 편입시키고, 휴가보상수당 등 기본급화하면 안 되는 수당을 기본급화 하면서 연 평균 122억여 원의 예산을 추가 집행하게 되어 2012년 경영수지가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러한 감사원의 감사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KBS는 그동안 주먹구구식 방만 경영으로 국민들에게 강제로 걷어 들인 수신료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해 왔다. 그런데, 무슨 염치로 수신료 인상을 또 다시 주장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국민들 앞에 방만 경영에 대한 사죄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 수신료를 지불하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먼저 단행해야 한다. 나아가 KBS 스스로 고위직급의 감원 등을 포함해 경비절감을 위한 자구책을 제시하는 등 책임지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먼저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KBS 구성원들은 적자경영에 대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호주머니부터 털려는 생각은 아주 이기적인 생각이다. 따라서 KBS는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수신료 인상안을 스스로 철회하고,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지적사항들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한 다음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다시 물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최진봉 기자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중 입니다. 이 기사는 머니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태그:#KBS, #감사원, #TV수신료, #최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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