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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전국에 산재해있는 수 천 곳의 절에서는 무수한 스님들께서 수많은 법문을 펼쳤습니다.
 2013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전국에 산재해있는 수 천 곳의 절에서는 무수한 스님들께서 수많은 법문을 펼쳤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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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에 잿빛 승복을 입고 있지만 이국적인 외형은 어쩔 수 없습니다. 눈은 파랗고, 코는 유달리 크고 높습니다. 전형적인 서양인의 모습입니다. 흔히들 눈 푸른 납자라고 부르는 서양인 스님이 이색적인 말투로 설법을 합니다. 말은 조금 서툴고 어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마음을 울리는 내용입니다.

무상사 국제선원, 계룡산 산하에 있는 산사에서 수행중인 조실 대봉 스님이 법문을 합니다.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은 방향을 잘 잡는 게 중요하다는 걸 차분하게 강조합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시는 방향은 '선을 통해 지향할 수 있는 삶, 모든 중생을 위한 위대한 인생의 길'입니다.

"서울에 있는 사람이 대전으로 간다면 남쪽으로 가라 하겠지요. 하지만 부산에 있는 사람이 대전으로 간다면 북쪽으로 가라 할 것입니다. 말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습니다. 참선, 염불, 절 또는 가족을 돌보는 일이든 방향만 옳다면 깨달음을 얻고 중생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내게 와 부딪히는 바람도 사랑하라> 167쪽)

2013년 한 해 동안 펼쳐진 법문 중 가려 엮은 열여덟 명법문

<내게 와 부딪히는 바람도 사랑하라>(지은이 지선 스님외 17명/불광출판사/2014.3.24/1만 1000원)
 <내게 와 부딪히는 바람도 사랑하라>(지은이 지선 스님외 17명/불광출판사/2014.3.24/1만 1000원)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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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와 부딪히는 바람도 사랑하라>(지은이 지선 스님 외 17명, 불광출판사)는 2013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전국에 산재해있는 수천 곳의 절에서 무수한 스님들께서 펼치신 수많은 법문 중에서 울림이 가증 큰 최고의 명법문 열여덟 편을 가려 내 한 권으로 묶어낸 책입니다.

다듬고 가려서 내는 게 법좌에서 펼치는 스님들 법문입니다. 그런 법문 중에서 다시금 가려낸 법문들이니 법문 중의 법문이라 해도 과언을 아닐 겁니다. 법문 중의 법문이라면 부처님만 가득할 것이라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좋은 글은 쉽다고 했습니다. 법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렵고 지루한 이야기,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 딴 나라나 다른 사람이야기처럼 들리는 이야기에 공감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좋은 법문은 공감이 너울 댈 만큼 내 이야기처럼 들리며 가슴으로 파고들 겁니다.

지난 한 해 펼쳐졌던 무수한 법문 중, 명법문으로 가려진 글은 18분 스님, 고불총림 백양사 유나 지선 스님, 동국대 명예교수 법산 스님, 염불교육지도위원회 위원장 동주 스님, 전 중앙승가대학총장 종범 스님, 동사섭 행복마을 이사장 용타 스님, 전 조계종 교육원장 청화 스님, 대각회 이사장 도업 스님, 범어사 교수사 지오 스님, 상도선원 선원장 미산 스님, 강남포교원장 성열 스님, 고불총림 백양사 주지 진우 스님, 은해사 기기암 선원장 월암 스님, 대흥사 일지암 암주 법인 스님, 실상사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각묵 스님, 조계사 주지 도문 스님, 계룡산 무상사 국제선원 조실 대봉 스님, 행불선원장 월호 스님, 한국불교심리치료연구원장 서광 스님이 하셨던 법문입니다.

"대한민국은 평등사회라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엔 '아파트 몇 평에 사냐'의 '평'에 자식 몇 등 하냐'의 '등'이 합쳐진 '평등'같습니다. 그래서 공평에 대한 관심이 몇 평, 몇 등에만 가 있습니다. 사회가 건강치 못한 것입니다.

19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는 영남이 중심이 됐습니다. 1980년대 민주화에서는 호남이 중심이 됐습니다. 이 두 가지를 똑같이 인정해야 공평한 사회입니다. 우리나라가 민주화가 안 됐다면 우리나라의 국격이 지금과 같이 올라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영남은 호남을 이상하게 보고 호남은 영남을 탓하곤 합니다. 이 두 가지를 서로가 존중하는 것이 공평한 것입니다."(<내게 와 부딪히는 바람도 사랑하라> 47쪽)

위 내용은 전 중앙승가대학총장 종범 스님께서 펼치신 법문 중 한 부분입니다. 우리가 부닥뜨리며 살고 있는 현실에 존재하는 병폐를 적나라하게 지적하십니다. 병폐만을 지적하는 법문이라면 무책임하게 해대는 비난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이런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힌트를 주듯이 설하십니다. 

때로는 콕콕 찔러대는 아픔 같지만 새기고 보면 시린 가슴을 덮어주는 솜이불만큼 따뜻합니다. 어떤 스님이 하신 법문은 다리가 아픈 사람을 위해 만들어 놓은 의자처럼 놓여있고, 어떤 스님이 하신 법문 속에는 옹달샘에서 솟는 샘물처럼 삶의 갈증을 달래주는 감로입니다.

우리 사회에 묵은지 보살 같은 사람 많아

오욕칠정과 인생 팔고로 회자되고 있는 건강, 행복, 욕심, 분노, 어리석음을 열여덟 스님들께서 탁마한 가치와 언어로 다시금 읽어가며 새기게 됩니다.

"절에 오래 다닌 보살을 뭐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묵은지 보살'이라고 해요. 이런 사람은 상이 없어야 되는데 실은 있단 말이에요. 절에 처음 온 사람이 이 사람을 보고 어떻게 생각을 하겠어요? '절에 오래 댕겨도 소용없네. 법문 뭘로 들었는고?', '오래 다닌 사람이 저럴 바에야 내가 뭐 하러 다녀.'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이 말이에요."(<내게 와 부딪히는 바람도 사랑하라> 124쪽)

내게 와 부딪히는 바람까지 사랑하다 보면 시나브로 바람에 실려 오는 난향처럼 덤으로 찾아드는 행복까지 느껴집니다
 내게 와 부딪히는 바람까지 사랑하다 보면 시나브로 바람에 실려 오는 난향처럼 덤으로 찾아드는 행복까지 느껴집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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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해사 기기암 선원장 월암 스님께서 펼치신 법문 중 일부분입니다. 묵은지 보살 같은 사람들 꼭 있습니다. 정치를 이용하는 정치인, 법을 이용하는 법조인, 부를 이용하는 경제인 등이야 말로 묵은지 보살 같은 사람들입니다. 부처님 이야기지만 우리들 이야기 같고, 우리들 이야기지만 부처님 가르침 같은 내용들이라 그냥 읽다 보면 저절로 들이쉬는 들숨처럼 공감가는 지혜로 새겨집니다. 

산길을 걷다 쐬는 바람이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느껴지는 건 산바람에 실려 있는 자연, 자연이 흠뻑 녹아있는 향기 때문입니다. 열여덟 분 스님께서 펼치신 법문이 여느 법문보다 가슴을 울리는 건 법문에 들어있는 평이함이 봄바람만큼이나 부드럽고, 평이함 담겨있는 지혜가 들숨만 쉬면 느껴지는 꽃향기만큼이나 그냥 진득거리며 가슴과 마음으로 달라붙기 때문입니다. 

내게 와 부딪히는 바람까지 사랑하다 보면 바람에 실려 오는 향처럼 시나브로 덤으로 찾아드는 지혜에 지금 여기서 저절로 행복해질 것이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내게 와 부딪히는 바람도 사랑하라>(지은이 지선 스님외 17명/불광출판사/2014.3.24/1만1000원)



내게 와 부딪히는 바람도 사랑하라

지선 외 17명 지음, 불광출판사(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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