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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한 장면을 열연하고 있는 '고흐' 역의 라이언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한 장면을 열연하고 있는 '고흐' 역의 라이언
ⓒ HJ컬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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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총히는 별빛 같다. 저만치 울리는 종소리 같기도 하다. 이마를 적신 공기가 금빛 밀밭을 흔들면 짙푸른 코발트색 하늘이 웅숭그리고, 풍경은 가슴을 때려 울림으로 차오른다. '빈센트 반 고흐', 그의 그림을 보면 떠오르는 잔상들이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그 '울림의 진실함'을 착실하고도 성실한 몸놀림으로 포개는 작품이다.

작품은 박진감 넘치는 군무도 없고, 농약 같은 중독성의 멜로디도 없다. 대신 무대를 빼곡이 채우는 명화가 있고, 잔잔한 음악의 파동이 여울친다. 무대 곳곳에는 그의 그림과 이야기가 유화처럼 덧칠된다. 캔버스처럼 하얀 무대에 거대한 영상이 몸을 실으면, 마치 미술관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영상은 '빈센트 반 고흐', '테오 반 고흐'(이하 빈센트, 테오) 형제에 이은 또 다른 출연진이다. 빈센트의 감정과 그림은 영상으로 구체성을 입는다. 그림은 보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를 통해 살아 움직인다. 예로, '빈센트'가 화가 공동체를 꿈꾸며 '고갱'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는 장면을 들 수 있다. 그는 '고갱'을 맞이하기 위해 허름한 자신의 집을 꾸미기로 결심한다. 무대는 그의 손짓에 따라 의자, 벽면, 침대 등으로 색을 입기 시작한다. 전체적인 무대가 채워지면 그 유명한 '빈센트의 방'이 완성된다. 관객은 그의 삶과 그림이 하나로 꿰어지는 순간, '아하!' 하는 경탄을 보낸다.

뮤지컬은 인간 '빈센트'를 다룬다. 그동안 여타 작품이 그의 광기에 매달렸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야기는 '빈센트'와 '테오' 두 형제가 주고받은 약 700여 통의 편지를 기반으로 한다. '빈센트'의 사망 시점으로 6개월, 동생 '테오'가 형의 유작전을 준비하는 것이 첫 장면이다.

그는 미술관 관장에게 형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관객은 그가 들려주는 형의 이야기를 서사적으로 차곡차곡 밟아간다. '빈센트'가 품었던 그림에 대한 열정, 사랑, 희망, 절망을 듣고 있으면 미술관 도슨트가 흘려주는 은밀한 비화를 듣는 듯도 하다. 관객이 이야기의 끝에 서면 그 자리엔 그림을 사랑했던 한 사람의 그림자만이 황혼 들녘에서 길고 오래 남는다.

서사적 구조는 느리게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긴다. 이야기는 초반에 몰려 있는 잔잔한 뮤지컬 넘버 덕에 침몰 위기에 처할 때도 있다. 하지만 침몰 직전 시점, 이야기는 구명정을 띄운다. '빈센트'의 광기가 폭발하는 장면은 관객의 감정을 단박에 환기한다. 덕택에 후반부는 서사적 이야기에 저항력을 갖고 순항을 이어나간다.

'빈센트' 역의 라이언과 '테오' 역의 박유덕이 함께 한 장면을 연기 중이다.
 '빈센트' 역의 라이언과 '테오' 역의 박유덕이 함께 한 장면을 연기 중이다.
ⓒ HJ컬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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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빈센트'의 감정에 충실하다. 비극적이었던 실화의 결말 대신 후회 없이 사랑하고 열정을 쏟았던 그의 뒷모습을 비추는 것처럼 은은하다. 화려한 요즘 뮤지컬 넘버들과 온도도 전혀 다르다. 수수하지만 맵시 있는 선율은 귓가를 간질이고, 낯설지 않은 익숙함은 편안하게 다가온다. 귀를 사로잡는 중독적인 멜로디는 아니지만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지는 독특한 매력이 인상적이다.

두 배우들의 연기는 생명으로 넘실댔다. '빈센트' 역의 '라이언'은 필모그래피 중 가장 인상적인 발자욱을 남겼다. 예민한 '빈센트'의 감성을 섬세하는 세공하는 것은 물론 '공기 반 소리 반'의 감질나는 목소리도 긴 시간 귓가에 머물렀다. '테오' 역의 박유덕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역할을 빈틈없이 소화했다. '아버지', '고갱' 등도 함께 소화했지만, 역할의 무게를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테이지에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빈센트 반 고흐, #테오, #라이언, #박유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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