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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27일 치러진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인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김해5일장을 찾아 유시민 당시 국민참여당 대표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1년 4월 27일 치러진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인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김해5일장을 찾아 유시민 당시 국민참여당 대표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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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27일 경남 김해시에서는 흐린 날씨 속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지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초조하게 이 선거를 지켜본 사람은 유시민 당시 국민참여당 대표였을 것이다. 선거과정 내내 우세가 유지되고 있었고, 오히려 민주당과의 경선 합의 과정이 더 어려웠다고 할 정도로 선거 결과는 희망적이었다.

경선 룰 협의시 민주당은 당원 50%에 국민참여선거인단 50%를 주장했고, 당원의 수에서 압도적으로 불리한 참여당은 100% 국민참여선거인단 여론조사를 주장했다. 유시민은 배수진을 쳤고 결국 참여당 안으로 경선 룰은 확정됐다. 선거 결과가 발표되었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참여당의 이봉수 후보는 2%포인트 차이로 낙선했다. 유시민에게는 정치적으로 헤어나기 어려운 타격이었다.

박근혜 당시 국회의원에 이어 대통령 후보 2위를 달리던 유시민에게는 뼈아픈 일격이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노무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있었으면서 왜 노무현의 승부사 적 기질은 배우지를 못했던 것일까.

노무현은 주고 유시민은 주지 못한 것

노무현의 정치공학에서 바라본 유시민의 패배의 문제는 경선에서 왜 스스로에게 유리한 룰을 배수진을 치고 주장했는가 하는 것이다. 민주당 안을 받아들였으면 비난의 화살은 민주당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거대 야당과 국회의원 한 명 없는 초라한 야당과의 일전이었다. 당원 수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두 세력간의 대결이고 보면, 당원 50%를 반영하겠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부당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의 주장이 부당하다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회나 법원에서 또는 일반적인 회사 같은 조직에서는 가능하다.

그러나 선거에서는 결국 국민이 판단한다. 민주당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약자의 입장에서 경선을 치렀다면, 선거에 나가지 못했을지도 모르고, 패배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치인 유시민의 위상은 높아져 있었을 것이고 2012년 대선의 정치지형도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최고의 승부사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원칙 있는 승리가 최선이며, 그 다음이 원칙을 지킨 패배이다. 가장 못한 것은 원칙도 못 지키고 승리도 하지 못한 승부다.

그는 원칙 없는 승리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아마 그것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라고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는 언급한 적이 있다. 원칙을 지킨 패배에는 기약할 '다음'이 있지만, 원칙을 어긴 패배는 기약할 다음이 없다. 그것으로 완전한 패배, 확정된 패배가 된다.

국민들이 어떻게 정치에 감동하는지를 살펴보자.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정치인 노무현을 대통령의 반열에 올려 놓은 것은 2000년 국회의원 선거의 패배였다. 1998년 보궐선거를 통해 종로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그는, 2년 후 종로를 버리고 지역분열 극복을 주장하며 민주당의 불모지 부산으로 향한다. 당연히 떨어졌지만, 그는 더 큰 정치인이 되어 있었다.

2002년 대선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정몽준에게 유리했던 여론조사 방식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인 노무현의 승리 역시 국민을 감동 시켜 얻어낸 승부였다.

16대 국회의원이었던 오세훈 의원은 좋은 인지도와 평판에도 불구하고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국민에게 미안함을 남겨놓았다. 후에 그는 서울시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2011년 9월에는 또 하나의 대형 이슈가 터진다. 서울시장 후보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50% 이상의 압도적 선두를 지키던 안철수 교수가 고작 지지율 4% 정도였던 박원순 변호사에게 20분 만에 전격적으로 후보 자리를 양보한 것이다. 국민들은 감동의 충격에 빠졌고 안철수는 일약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발돋움하게 된다.

국민이 감동하는 데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강자가 약자를 배려했을 때, 국민은 강자에게 지지를 보낸다. 약자가 불리함 속에서도 꿋꿋하게 원칙을 지켜 나갈 때, 국민은 약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함께 즐거워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의 미래를 발견한다.

안철수가 무공천을 고수해야 하는 이유

지난 2011년 9월 6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밝힌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함께 포옹을 하고 있다.
 지난 2011년 9월 6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밝힌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함께 포옹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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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국민 감동 공학에 기초해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의원의 입장을 생각해 보자. 박원순 시장과의 후보 단일화 이후 안철수 의원의 승부들은 뭔가 맥이 빠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 최악의 승부수는 대통령 후보를 사퇴한 2012 대선이었다. 승부의 룰에 집착한 사퇴는 국민들이 가장 보기 싫어하는, 아름답지 못한 모습이었다. 강자로서 약자를 배려했던 서울 시장 후보단일화는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 안철수는 더 이상 강자가 아니다. 이제 그는 약자로서 어떤 지지를 받아야 하나. 이제는 원칙을 지키는 아름다운 패자의 모습이 필요하다. 따라서 감동공학에 의하면, 안 의원에게 2014년 지방선거는 민주당과의 합당 없이 소신에 의한 당당한 패배가 최선이었을 것이다.

이번 합당으로 야권은 '어중간한 패배' 정도를 성적표로 받아들지 모르지만, 그것은 민주당 직업정치꾼들에게나 필요한 것이다. 안철수에게도 야권에 기대를 걸고 있는 국민에게도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결과일 뿐이다.

그런데 기왕 통합을 하였으니 이제는 어찌 할 것인가. 기초의원 무공천 같은 통합 명분을 목숨을 걸고 지키는 길뿐이다.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살을 깎는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설혹 그 반대를 민주당의 중진 박지원 의원 같은 분이 하더라도 그 결과는 같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제 야권은 또 다른 인물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철수에게 남아 있는 선택지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승부는 기다림을 필요로 합니다. 짧은 패배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면 큰 승리를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태그:#지방선거, #안철수, #민주당, #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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