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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남도. 여수 돌산도 남쪽 끝에는 진달래가 피기 시작한다.
 봄이 오는 남도. 여수 돌산도 남쪽 끝에는 진달래가 피기 시작한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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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돌산도 끝에는 성두마을이 있다. 3월 22일, 성두마을 가는 109번 버스를 탄다. 성두(域頭)라는 지명은 마을이 성의 머리 부분에 있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머리는 곧 끝이다. 돌산 끝으로 가는 길은 포장도로라지만 해안가를 따라가는 구불구불한 길이다. 버스 기사는 한적한 도로를 신나게 달린다. 버스는 비틀거리고, 나는 어지럼을 느낀다.

버스 안에는 시내에서 장을 보고 오는 할머니들 여수 사투리가 정겹다. 타는 사람에게는 자리를 양보하면서 "여기 안으이다"한다. 구부정한 할머니가 힘들게 내리는 걸 보면서 "살살 시나브로 내리이다"라며 일부러 큰 소리로 말한다. 여수사투리는 말끝에 "~이다"를 붙인다.

시내에서 50분을 달려온 버스는 머리를 틀어서 성두마을에 멈춰 선다. 종점이다. 버스에서 내리니 햇살이 눈부시다. 커다란 느티나무 두 그루가 파란 하늘빛을 이고 서 있다. 마을 어귀에는 예전 군수의 치적을 기리는 기념비가 두 개 서 있다.

바닷가 해안길 따라 걸어가면 파도소리가 흥을 맞춰요

성두마을 골목길을 따라 들어간다. 마을은 조용하다. 마을은 바다를 품고 있다. 바다로 일 나가는 고깃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포구를 빠져나간다. 늙은 어부는 리어카에 작은 고기들을 한가득 싣고 방파제로 간다. 잡아온 생선을 말리려나 보다.

돌산도 끝 어촌 성두마을. 조용하고 편안한 마을이다.
 돌산도 끝 어촌 성두마을. 조용하고 편안한 마을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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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남도. 길가로 새싹이 푸릇푸릇 돋아나고, 부지런한 농부는 일손이 분주하다.
 봄이 오는 남도. 길가로 새싹이 푸릇푸릇 돋아나고, 부지런한 농부는 일손이 분주하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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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두마을 끝 군 초소 옆으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는 없다. 요즘 돌산에 새로 조성한 갯가길이 유명하다는데…. 산책로로 들어서니 진달래가 반갑게 맞아준다. 바다에서는 파도소리가 리듬을 탄다. 흥이 느껴진다. 차가운 봄바람이 얼굴을 감싼다.

길은 바닷가를 따라간다. 길 아래로 비탈을 따라 좁고 긴 밭들이 있다. 비탈진 땅을 개간했던 옛사람들의 억척스러움이 배어난다. 부지런한 농부는 벌써 일손이 분주하다. 무엇을 심을 거냐고 물으니, 땅두릅을 심어 놓았다고 한다.

길은 잘 정비되어 있다. 해안선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진다. 해안선이 굴곡진 만큼 오르락내리락한다. 경사진 곳에는 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았고, 위험한 곳에는 난간을 설치했다. 바닷가 몽돌해변을 지나기도 한다. 해안가 타포니 석질의 바위는 파도에 시달렸는지 움푹 패여 기암괴석을 만들어 놓았다.

성두 해안길. 가파른 벼랑을 걸어가기도 하다. 안전난간이 설치되어 있다.
 성두 해안길. 가파른 벼랑을 걸어가기도 하다. 안전난간이 설치되어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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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두마을에서 향일암 가는 길. 아름다운 섬들과 바다가 어울린 풍경을 볼 수 있다.
 성두마을에서 향일암 가는 길. 아름다운 섬들과 바다가 어울린 풍경을 볼 수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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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 쓰레기들이 밀려와 있다. 바닷물에 오랫동안 씻긴 바다 쓰레기는 빨래를 해놓은 것 같이 깨끗하게 느껴진다. 바닷물에 손을 담가본다. 물이 아직은 차갑다. 손끝으로 전달되는 바다의 싱싱함을 느껴본다.

바다 보이는 봄 햇살 가득한 오솔길 따라 걸어가 보세요

해안선 내려다보면서 가는 길은 딱 한 사람 걸을 수 있는 오솔길이다. 길가로 봄들이 꿈틀거린다. 겨우내 땅을 덮고 있던 마른 풀들 사이로 새싹이 파랗게 올라오고 있다. 홀로 걷기에 좋은 길이다. 걸음걸음 옥빛 바다가 따라온다. 파도소리가 귀를 시원하게 한다.

바위에 앉아 잠시 쉬었다 간다. 바위에 앉아서 바라본 바다는 황홀하다. 바다가 따뜻하다는 느낌. 막아선 것이 없어서 마음이 편하다는 생각. 햇살을 받은 바다는 반짝거린다. 파란 바다가 아니다. 바다 색깔은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색을 달리한다. 갈매기 한 마리가 바다 위를 날아간다.

바닷가 바위에 앉아서 쉬었다 갈 수 있다. 바다가 색을 달리한다.
 바닷가 바위에 앉아서 쉬었다 갈 수 있다. 바다가 색을 달리한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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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도 성두마을에서 향일암 가는 바닷가 해안길. 한 사람 정도 걸어갈 수 있는 오솔길
 돌산도 성두마을에서 향일암 가는 바닷가 해안길. 한 사람 정도 걸어갈 수 있는 오솔길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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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나무 숲 속으로도 걸어간다. 소사나무 숲은 울퉁불퉁하고 구불구불한 나무가 드러났을 때 가장 아름답다. 가파르게 산길을 오르면 바다가 다시 펼쳐지고, 바닷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서둘러 핀 길마가지 꽃이 바람에 떨고 있다.

앙상한 느릅나무 두 그루가 바다와 어울려 실루엣을 만든다. 숲 속에서 나물을 따러 다니는 나물꾼도 만난다. 두릅나무 순을 꺾고 있는 나물꾼은 길이 위험하다며 조심히 가라고 한다. 바다에서는 그물을 걷는 어부들이 흥을 맞추는 소리도 들려온다.

향일암 가거든 붉은 동백나무 아래 앉아 잠시 쉬었다 가세요

바닷가를 따라 걷던 길은 금오산으로 올라간다. 산길은 가파르게 올라간다. 향일암에서 넘어오는 등산로와 만난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 금오산 정상에 선다. 정상에는 횡간도, 두라도, 금오도 등 다도해가 어울린 바다 풍경을 보여준다.

바다로 향한 햇살 좋은 바위에 앉았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봄을 담고 있다. 발아래로 보이는 바다색이 진하다.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이 흐릿하다. 봄의 어지럼을 느낀다. 하얀 궤적을 남기며 달려가는 고깃배가 바다의 적막을 깬다.

금오산 정상에서 본 바다. 고깃배가 바다의 적막을 가른다.
 금오산 정상에서 본 바다. 고깃배가 바다의 적막을 가른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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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을 지나가는 등산객이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거린다.

"오줌 냄새가 많이 나네?"
"꽃냄새예요."
"예?"
"사스레피나무에 피우는 작은 꽃에서 나는 냄새예요. 요즘 한창인데요."

사스레피나무 꽃. 녹두만한 꽃들이 가지를 따라 주렁주렁 피고, 꽃에서 오줌냄새가 난다.
 사스레피나무 꽃. 녹두만한 꽃들이 가지를 따라 주렁주렁 피고, 꽃에서 오줌냄새가 난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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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객은 믿지 못하는 눈치다. 웬 꽃에서 이런 냄새가 날 수 있느냐는 듯이…. 나무를 가리키며 자세히 설명했더니, "괜히 오해 했네"라며 미안해하신다. 아마 등산객들이 오줌을 많이 싸서 냄새가 나는 것으로 생각했나 보다.

향일암으로 들어선다. 향일암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동백이 붉다. 바다를 향해 걸린 연등이 끽끽 소리를 내며 바람에 부대낀다. 사람들은 커다란 동백나무 아래서 바다를 바라보며 쉬고 있다. 나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

향일암 동백나무 아래 쉼터. 붉은 동백꽃 아래서 바라본 바다는 황홀하다.
 향일암 동백나무 아래 쉼터. 붉은 동백꽃 아래서 바라본 바다는 황홀하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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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이 상큼하다. 동백꽃 붉은 빛에 취하고 넓은 바다의 넉넉함에 마음을 놓는다.  툭. 동백꽃 떨어지는 소리에 마음을 가다듬는다. 봄이 좋다.

<성두마을에서 향일암까지 걸어가는 길>

성두마을과 임포마을 사이에는 3갈래 길이 있다. 산 능선을 따라 가는 등산로가 있고, 산 중간을 따라가는 마을사람들이 이용했던 옛길이 있다. 그리고 새로 길을 만든 바닷가 해안길이 있다.

버스를 이용하면 성두마을에서 출발하여 바닷가 해안길을 따라 향일암까지 걸어가면 2시간 정도 걸린다. 향일암에서 버스를 타고 여수로 되돌아 올 수 있다.

승용차를 이용한다면 바닷가 해안길을 따라가다 등산로 삼거리에서 성두마을로 가는 옛길을 따라 다시 돌아오는 길이 있다. 쉬엄쉬엄 걸으면 2시간 반 정도 걸린다.

성두마을에서 향일암 가는 길.
 성두마을에서 향일암 가는 길.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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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성두마을, #향일암, #진달래, #갯가길, #금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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