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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날, 목포시는 목포시립교향악단(아래 목포시향) 단원 64명 중 27명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발표했다. 목포시의회가 예산의 40%를 삭감한 데 따른 것이다. 목포시와 목포시의회는 "체질 개선"을 해고 사유로 밝히고 있지만 실제론 단원들이 지난해부터 벌인 '욕설 지휘자' 연임 반대 운동과 이에 따른 노조 가입 때문이란 게 정설이다. <오마이뉴스>는 단원의 절반 가까이가 단숨에 해고된 배경과 목포시향 단원의 사연을 연재한다. [편집자말]
목포시가 예산 삭감에 따른 목포시립교향악단 단원 40% 정리해고를 단행한 가운데 11일 단원들이 목포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에 나섰다.
 목포시가 예산 삭감에 따른 목포시립교향악단 단원 40% 정리해고를 단행한 가운데 11일 단원들이 목포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에 나섰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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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지방재정공시를 보면 목포시의 2012년 지방채무액은 약 1091억 원(부채는 2937억5100만 원)이었으며, 이를 포함한 2013년 부채는 2011년(부채 2342억5600만 원)에 비해 594억9500만 원이 늘어난 2937억5100만 원을 기록했다. 지방자치단체 재정력 지수는 0.08로 최하위 수준(전국 평균 0.37)이다. 또 2013년 재정자립도는 22.2%로 전국 시 평균인 36.8%보다 15%p 가까이 뒤졌고, 전남도 시 평균인 26.2%에도 못 미쳤다.

목포시가 17일 발표한 '목포시향 정상화를 위한 목포시 입장'을 보면 "경기침체 등 어려운 재정여건에도 불구하고 현재 6개 시립예술단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운영비로 34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앞서 이달 초 낸 보도자료에도 목포시는 "목포시의 재정여건을 감안하면 (목포시향의) 대우가 과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향(藝鄕)'을 자처하는 목포시는 현재 6개 시립예술단체(교향악단·합창단·무용단·소년소녀합창단·연극단·국악원)를 연간 약 34억 원이 예산을 들여 운영하고 있다.

목포시의회는 올해 예산을 심의·의결하며 시립예술단체의 인건비인 '예술단원·운동부 등 보상금' 예산을 약 5억3000만 원 삭감했다. "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지휘자 문제로 시끄럽고 하니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삭감액은 대부분 목포시향 인건비에서 빠졌다. 지난해 목포시향 인건비 예산은 약 12억4천만 원이었지만, 올해는 40%가 깎인 약 7억9천만 원이 책정됐다. 이에 따라 단원 64명의 40%인 27명이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것이다.

목포시와 목포시의회의 의견을 종합하면 재정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목포시향의 파행운영과 분규" 때문에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는 게 이번 예산 삭감 및 정리해고의 이유다.

시의회, '목포시정 비판' 봇물... "목포시 토건사업 문제"

목포시 예산 중 목포시향 인건비가 포함된 '예술단원·운동부등보상금-시립교향악단' 항목. 2013년(위)에 비해 2014년(아래) 약 5억 3000만원이 깎였다.
 목포시 예산 중 목포시향 인건비가 포함된 '예술단원·운동부등보상금-시립교향악단' 항목. 2013년(위)에 비해 2014년(아래) 약 5억 3000만원이 깎였다.
ⓒ 목포시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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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고 단원들은 "재정여건이 어려워 목포시향의 예산을 깎은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목포시의 재정이 어려워진 것은 목포시향 탓이 아니라 시장이 진행한 각종 토건사업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우리가 해고당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근 목포시의회에서 정종득 목포시장의 토건사업을 비판하는 등 목포시 재정악화의 원인을 정 시장의 토건사업 때문으로 보는 게 일반적 평가다.

서미화 민주당 목포시의원은 10일 목포시의회 5분 발언을 하며 "정 시장 취임 후 각종 토지개발을 벌여 현재 재정 공시된 부채가 2930억 원에 달한다"며 "정 시장의 임기 10년 동안 목포의 부채는 몇 곱절로 증가했고, 선창 경기는 추락해 원도심에 이어 신도시 상권까지 불황을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한 '대양산업단지'이다. 약 2909억 원이 들어간 대양산업단지 사업은 사업 타당성은 물론 당장 미분양 사태가 우려돼 논란이다. 목포시가 2011년 10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대양산업단지 입주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대상 201개 기업 중 입주 고려 의사가 있는 기업은 16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분양이 안 된 땅의 매입대출금 상환을 목포시가 전적으로 떠안게 돼 있어 지난해 11월 감사원으로부터 "지방자치단체만 위험을 부담하는 사업구조는 부정적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조요한 민주당 목포시의원은 17일 시정질문에서 "대양산단은 잘 되면 대박이지만 (현재)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며 "효율적인 분양 방법과 대안을 강구할 것"을 요구했다.

최홍림 민주당 목포시의원도 10일 5분 발언을 통해 "사업성 분석과 타당성을 따져가면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을 (목포시장이) 몰랐을까"라며 "대양산업단지 부지를 팔지 못하면 목포시가 갚아주겠다는 통 큰 약속에 시민이 불안에 떨고 있는데 일자리 창출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홍보하는 것은 시민을 기망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치중 목포시 도시개발사업단장은 지난해 감사원 지적 후 "대양산단은 조선 산업 일변도의 산업구조를 다변화하고, 목포의 미래를 책임질 기간산업 육성에 매우 필요한 시설"이라며 "이제는 더 이상 미분양될 경우를 미리 걱정하는 여론분열이 없기를 바란다"고 해명한 바 있다.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한 전남 목포의 '대양산업단지' 조감도.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한 전남 목포의 '대양산업단지' 조감도.
ⓒ 목포대양산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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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층 '쌍둥이 빌딩' 행정타운, 분양 안 돼 골치

목포시가 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짓는 초고층 주·상·관 복합 건물 '트윈스타'도 목포시 재정의 골칫거리다. 목포시는 도심 활성화를 위해 중앙시장에 31층 규모의 쌍둥이 빌딩 트윈스타를 세우고 6월 행정타운으로의 출발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트윈스타 역시 분양률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2011년 10월 전체 204세대 분양에 들어간 트윈스타는 공정이 30%인 지난해 3월까지 92세대(45%)만 분양됐다. 이후 11월까진 3세대가 더 분양됐다. 게다가 목포시는 지난해 트윈스타에 입주하기로 한 행정타운의 상가 중도금을 연체해 LH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여인두 정의당 목포시의원은 1월 한 신문에 쓴 글에서 "목포시의 인구 증가 요인이 뚜렷이 없는 조건에서 주택이 초과하여 지어지고 있다"며 "트윈스타 인근에만 하더라도 용해 2단지와 대성지구가 한창 건설 중이고 백련지구가 보상을 마쳐 곧 착공에 들어가며 서산온금지구재정비 촉진 계획이 올해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목포시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복지수요 급증으로 재정압박을 받고 있다"며 "내년부터 분납으로 중도금을 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목포시향 관련 없는 재정위기, 해고 명분 삼아선 안 돼"

목포시가 예산 삭감에 따른 목포시립교향악단 단원 40% 정리해고를 단행한 가운데 11일 단원들이 목포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에 나섰다. 한 단원이 집회 도중 피켓을 든 채 눈물을 훔치고 있다.
 목포시가 예산 삭감에 따른 목포시립교향악단 단원 40% 정리해고를 단행한 가운데 11일 단원들이 목포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에 나섰다. 한 단원이 집회 도중 피켓을 든 채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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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목포시민이 느끼는 '재정 불안감'은 높은 상황이다. 2012년 목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목포시민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9.5%가 재정 건정성이 '낮다'고 답했고, 58%가 '목포시의 예산낭비 수준이 심각하다'고 답했다(2012년 7월 30일부터 2012년 8월 10일까지 목포에 거주하는 20세 성인 300명을 대상으로 한 면접조사, 표본오차 95% ±5.65%p).

특히 예산낭비 수준이 심각하다고 답한 이유로 '시민들의 지방예산에 대한 지식 및 정보부족(17.2%)과 함께 '전시성·선심성 예산 편성(16.2%)', '단체장의 독선적 사업추진 방식(12.8%)'이 꼽혔다.

이러한 점에서 목포시의회와 목포시가 목포시향의 예산 삭감 및 정리해고의 이유로 "재정여건의 어려움"을 내세우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해고 단원인 김환희(43, 첼로 연주)씨는 "막말로 목포시향 때문에 목포시 재정이 어려워진 것도 아닌데"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관광경제위원회 소속의 강신 정의당 목포시의원은 "목포시가 천문학적 부채를 떠안게 된 것은 정 시장이 계획이나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무분별한 토건사업을 했기 때문"이라며 "목포시향과 전혀 상관없는 재정위기를 정리해고의 명분으로 삼는 건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태그:#목포시립교향악단, #정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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